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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13일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열린 통화정책방향 기자간담회에서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사진=사진공동취재단]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금통위)가 기준금리를 한번에 0.5%포인트(p) 인상하는 ‘빅스텝’을 단행했다. 기준금리가 지난 4월과 5월에 이어 3회 연속 인상이 이뤄진 것은 이번이 처음이며 금통위의 빅스텝 역시 1999년 기준금리 도입 이후 처음이다. 금통위가 이날 현재 1.75%인 기준금리를 0.5%포인트 인상하면서 기준금리는 2.25%로 높아지게 됐다.
◆투자에서 저축으로 ‘역 머니무브’ 본격화
주식 투자 대기성 자금인 투자자예탁금이 작년 말 대비 10조원 이상 줄었다. 반면 시중 유동성을 의미하는 광의통화(M2)는 빠르게 증가하는 모습이다. 기준금리가 급등하면서 주식시장에서 은행으로 옮겨가는 ‘역(逆) 머니무브’ 현상도 한층 더 강해지고 있다. 연초부터 기준금리가 상승세를 이어오면서 수신(예·적금)금리가 인상되고 있어서다.
실제 주식시장에서는 개인들의 자금이 이탈하고 있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지난 6월 말 기준 투자자예탁금은 57조3648억원으로 작년 12월 말 67조5000억원보다 10조원가량 감소했다. 1월말(70조3447억원) 대비로는 13조원이 급감했다. 투자자예탁금은 2월(63조4254억원)→3월(63조2826억원)→4월(61조4062억원)→5월(57조5671억원) 등을 기록하며 감소세가 이어지고 있다.
그간 투자자예탁금은 2019년 12월 말 27조3932억원에 불과했으나 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 이후 주식 시장이 빠르게 상승하면서 올해 1월 말에는 70조원을 돌파했다. 하지만 그 이후 꾸준히 감소 추세다.
투자자예탁금은 투자자가 주식을 사기위해 증권사 계좌에 맡겨두거나 주식을 매도한 뒤 찾지 않은 돈을 말한다. 투자자예탁금은 증시 재진입을 준비하는 대기성 자금인 만큼 주식 시장에 대한 투자자들의 시각이 반영된다.
주식시장 이탈은 개인 투자자들의 일평균 거래대금에서도 드러난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 6월 유가증권시장에서 개인 투자자의 하루 평균 거래대금(매수대금과 매도대금의 평균)은 4조3009억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2020년 2월(3조7020억원) 이후 가장 적은 수준이다. 지난해 6월(11조4018억원)과 비교하면 1년 만에 3분의 1 수준으로 급감했다.
반대로 시중 유동성은 은행으로 이동하는 모습이다. 한국은행이 발표한 ‘2022년 5월 통화 및 유동성’에 따르면 지난 5월 시중통화량 평균잔액은 광의통화(M2) 기준 3696조9000억원으로 전월 대비 29조8000억원(0.8%) 증가했다. 증가폭은 전월(8조5000억원)보다 크게 확대됐다. 전년 동월 대비(평잔·원계열)로는 9.3%가 증가했다.
M2는 현금, 요구불예금, 수시입출식 저축성 예금 등 협의통화(M1)에 머니마켓펀드(MMF), 2년 미만 정기 예·적금, 수익증권 등 금융상품을 포함하는 통화 지표다. 일반적으로 M2가 늘어날수록, 위험자산에서 안전자산이 예·적금으로 이동하는 자금이 늘고 있다는 것으로 해석한다.
◆전문가들 역머니무브, 증시·채권 영향
금융투자업계 전문가들은 은행 금리가 가파르게 상승하면서 역 머니무브 현상이 빠르게 진행되고 있음을 인정하고 있다. 국내 증시에 미칠 영향도 있을 것으로 봤다. 단기채권 상품에도 돈이 빠지면서 시장에도 적지않은 충격이 이뤄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정대호 KB증권 연구원은 “기준금리 상승 영향으로 은행들의 수신금리가 상승하고 주식시장과 부동산 시장이 침체되면서 역머니무브 현상이 일어나고 있다. 안전자산으로서의 은행의 정기 수신상품이 유동성 자금을 흡수하고 있다”며 “유동자금들이 대기성 자금인 머니마켓펀드(MMF)나 요구불 예금에 잠시 머무르는 단기 부동화 현상도 일부 일어나고 있지만, 자금이 기간 내 묶이며 바인딩 되는 상품으로 보다 많이 몰리고 있다”고 말했다. 김명실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시중자금은 주식시장 등 위험자산 가격 침체와 기준금리 추가 인상 등이 맞물리며 은행권으로 머니무브가 이뤄지고 있다”고 말했다.
박소연 신영증권 연구원은 “금리가 큰 폭 상승하면서 위험자산을 찾아 주식시장으로 유입됐던 자금들이 다시 높은 금리를 제공하는 안전자산 쪽으로 이동하고 있다. 실제로 한국 주식시장의 고객예탁금은 57조원 수준까지 감소했다”며 “신용융자 이자율이 90일 기준 7~9% 수준까지 상승해 개별종목은 여전히 매물 압박이 큰 상황”이라고 짚었다.
이는 주식시장에 변동성 확대로 이어질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박소연 연구원은 “한국의 신용융자잔고는 17조5000억원으로 고점대비 25% 이상 감소했지만 코로나 이전에 비해 여전히 높다”며 “미국 신용융자잔고 역시 5월 말 기준 7500억달러로 고점대비 20% 감소했지만 과거 사례를 보면 30~50% 감소한 후 진바닥이 나온 경우가 많았다”고 말해 시장 영향은 앞으로도 이어질 것으로 전망했다.
채권시장도 구조적인 변화를 겪고 있다. 예금 등 시중 수신성상품 금리가 3%대를 훌쩍 넘어서면서 단기 채권형상품에 예치됐던 자금들이 고금리를 쫓아 은행으로 이동하고 있다는 거다. 이는 곧 채권형자금의 유동성 위축으로 이어지고 있고, 여신전문금융회사채(여전채) 등에 집중되던 자금들이 빠지면서 유동성마찰과 같은 혼란이 이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김상만 하나증권 연구원은 “여신전문금융사(여전사)들은 이름이 표방하듯이 수신기능 없이 도매성자금(주로 시장성채권)을 조달해 도·소매운용 및 투자운용에 활용하고 있다”며 “시장성조달을 통해 비시장성자산에 운용하는, 상품구조상의 미스매치가 특징”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같은 미스매치구조는 시장환경 급변시에는 조달 및 운용에 대한 만기 미스매치보다 더욱 문제가 될 수 있는 특성을 지니고 있다”면서 “빌려준 측은 바로 바로 달라고 보채는 상황에서 빌려간 측은 기다려달라고 미루는 상황이 발생하게 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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