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뇨의 재탄생] "이게 똥물이라고?"...친환경 사육·가축분뇨 방식으로 다시 거듭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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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림·조천(제주)=조아라 기자
입력 2022-08-28 1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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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월 26일 오영종 제주양돈농협 공동자원화시설 공장장이 가축분뇨 정화처리시설을 설명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이게 가축 분뇨라고요?"

제주에 새바람이 불었다. 환경친화적인 방식으로 가축분뇨를 재이용수로 만들거나 동물복지를 최우선으로 한 곳이 있다. 지금까지는 분뇨와 악취 등으로 외면받았던 축산농가가 새롭게 자리매김하는 데 긍정적인 신호탄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외면받았던 '똥물'의 변화...방역수·청소수로 재탄생
제주도 제주시 한림읍에 있는 제주양돈농협 공동자원화시설 한가운데 있는 분수에는 수돗물처럼 투명한 물이 흘러 내려왔다. 분뇨 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악취나 검고 탁한 색은 안 보였다. 우리가 흔히 볼 수 있는 분수 모습 그대로였다.

가축 분뇨는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으나 처리가 쉽지 않은 상황이다. 매년 농경지 면적이 감소해 분뇨를 뿌릴 곳이 점차 줄어들고 있는 데다 퇴액비화 과정에서 온실가스가 발생해 환경에도 치명적이다. 

이곳에서는 농가에서 반입된 분뇨를 고액 분리 후, 공기 주입과 미생물 발효과정을 거쳐 액비(액체 상태의 비료)로 만들거나 재이용수로 재활용한다. 현재 이곳에 들어오는 분뇨만 하루에 296톤(t)가량인데, 이 중 절반(148t)은 액비화하고, 나머지 절반은 재이용수로 재탄생한다. 

제주도는 지역 특성상 '환경보호'가 최우선 과제로 여겨진다. 이런 점을 감안하면 환경 친화적인 가축분뇨 처리 기술은 제주도 환경을 개선하는 데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 그동안 처치 곤란으로 여겨졌던 가축 분뇨를 더욱 효과적으로 처리할 수 있을 것이란 기대감도 크다.

또한 정화 과정을 통해 악취를 줄이는 것은 물론 재이용수 공급으로 축산의 부정적인 인식을 개선할 것으로 보인다. 재이용수의 세정액, 안개분무를 이용함으로써 악취를 줄이고, 농업용수 등 활용 방안을 확대하고 있다. 

재이용수는 소독수나 방역수, 청소수 등으로 활용할 수 있다. 재이용수 사용으로 월 60만원, 연간 700만원 이상의 상수도비 절감 효과를 누릴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아쉬운 부분도 있다. 정화처리를 통해 만들어진 재이용수는 원칙적으로 반출이 불가능하다. 시설은 마련돼있지만, 꽉 막힌 환경법과 축산법 때문에 재활용이 사실상 쉽지 않다.

고권진 제주양돈농협 조합장은 "정화처리를 할 수 있는 기술이나 시설은 갖춰져 있지만, 법에 가로막혀 활용이 쉽지 않다"며 "좀 더 많은 사람이 이용할 수 있도록 개선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젖소 스스로 착유 시간 고른다"...스마트 축산 도입
제주도 제주시 조천읍에는 유기축산·동물복지 인증을 받은 건준목장이 있다. 2021년 유기·동물복지 인증을 획득했으며, 자체 유기농 조사료포에서 생산한 유기조사료를 젖소에게 주고, 분뇨를 부숙해 전량 조사료포로 환원한다. 

또한 스마트 축산업으로 전환하기 위해 로봇착유기도 같은 해 도입했다. 그야말로 '스마트 축산'이다. 젖소들은 매일 두 번 착유를 하는데, 유축기가 있는 공간으로 들어가는 과정과 착유 시간 동안 젖소가 받는 스트레스가 크다. 그러나 로봇착유기 도입 이후 젖소들이 스스로 원하는 시간에 착유를 할 수 있어 젖소들이 받는 스트레스를 최소화할 수 있다. 

건준목장은 젖소들이 생활하는 환경에도 신경을 썼다. 이곳에 있는 젖소들은 축사에 갇혀 지내는 보통의 젖소들과는 달랐다. 10만㎡(약 3만평) 규모의 방목지에서 풀을 뜯으며 생활한다. 황호진 건준목장 대표는 "제주도는 겨울에도 많이 춥지 않아 궂은 날씨가 아니면 젖소들을 방목한다"며 "축사에 갇혀 있지 않고, 들판에서 생활하는 것이야말로 동물복지"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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