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JU 초점] "블록버스터만 볼래요"…영화 관람료 인상 그 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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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송희 기자
입력 2022-09-0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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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관람료 인상, 그 후 [사진=연합뉴스]

"예전처럼 영화를 자주 보기 어려워졌어요. 통신사 할인을 받아서 한 달에 한 편 보는 정도죠. 정말 보고 싶었던 영화나 반응이 좋은 영화들을 골라 봐요. 블록버스터 영화 위주로요."

대학생인 김씨는 코로나19 이후 급격하게 오른 영화 관람료 때문에 극장 가기가 망설여진다고 말했다. "주말 기준 2명이 영화 한 편을 보면 관람료가 3만원인데 팝콘이라고 먹으려 하면 5만원은 훌쩍 넘는다"며 손사래를 쳤다.

김씨의 영화 취향도 바뀌었다. "영화 관람료가 너무 비싸다 보니 블록버스터 영화 위주로 관람하게 되었다"고 설명했다. 과거 독립영화나 작은 규모의 영화도 즐겨보았지만, 영화 푯값이 오르며 극장 관람을 포기했다고 부연했다.

"한 달에 한 번 (영화를) 본다고 생각하니 (영화 선택에) 더욱 신중해지는 거 같아요. 영화 리뷰도 꼼꼼히 보고 블록버스터 영화 위주로 선택하게 되었어요. '극장에서 볼만한 영화'를 분류하게 되는 것 같아요. 비싼 돈 주고 영화를 보러 갔는데 취향에 맞지 않으면 화가 나기도 해요. 영화평도 더욱 박해지는 것 같고요. '이 돈을 주고 본다고?' 대체로 불만족스럽게 느껴져요."

김씨는 독립 영화나 작은 규모 영화들은 온라인도영상서비스(OTT)나 IPTV·VOD로 보게 된다며 관람료를 내리지 않는 이상 예전처럼 극장을 즐겨 찾지 않을 것 같다고 말했다.

코로나19 범유행 이후 약 2년 동안 CJ CGV·롯데시네마·메가박스 등 대형 극장들은 3차례나 관람료를 올렸다. 현재 일반관은 주중 1만4000원, 주말 1만5000원이고, 포디엑스(4DX), 아이맥스(IMAX) 등 특별관은 평일 2만2000원, 주말 2만3000원 수준. 과거와 비교했을 때 가파르게 인상되었다. 지난 2001년 8000원이었던 영화 관람료는 2016년 1만1000원, 2018년 1만2000원으로 인상되었으며 4년 만에 1만5000원까지 치솟았다.

당시 대형 극장들은 "코로나19 여파에 관객이 급감하면서 극장은 물론 투자·배급사, 제작사 등 영화 산업 전반이 고사 위기로 내몰리고 있는 상황에서 생존을 위한 불가피한 선택"이라고 영화 관람료를 인상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때 2억 관객을 꿈꾸던 극장가는 순식간에 6천만명대까지 떨어졌다. 지난 2019년은 누적 관객수가 2억2668만명으로 역대 최고 기록을 썼지만 2020년 5952만명, 2021년 6053만명까지 떨어졌다. 매출액 역시 2019년 1조9140억원에서 2020년 5104억원, 2021년 5845억원으로 내려앉았다.

극장들은 이 기간 동안 희망퇴직을 실시하고, 일부 직영점의 일시 영업 중단, 자율 무급 휴직 등 자구책을 마련했지만 적자 기조를 벗어나기 어려웠다.

CGV는 관람료 인상에 관해 "극장과 영화업계 전반의 정상화를 위해 불가피하게 관람료를 인상하게 되어 영화를 즐기는 관객들의 부담이 늘어나게 된 점에 대해서는 송구스럽게 생각한다. 적자 폭이 더욱 늘어날 경우 극장은 물론 영화산업 전반의 붕괴가 될 수 있다는 절박함 속에 생존을 위한 피치 못할 선택이었음을 이해해 달라"라고 말해왔다.

그런데도 관객들은 냉담한 반응이다. 김씨는 "코로나19 때문에 관람료가 천정부지로 올랐는데 사회적 거리두기가 해제된 이후에도 푯값은 여전하지 않으냐"며 불만을 토로했다.

코로나19 이후 대형 극장들은 3차례 관람료를 인상했다. [사진=연합뉴스]


최근 극장가는 영화 관람료 인상의 후폭풍을 맞고 있다. 비싼 관람료에 부담을 느낀 관객들이 극장을 멀리하게 된 것이다. 특히 올여름은 한국형 블록버스터 기대작이 대거 개봉했으나 부진한 성적으로 마무리돼 아쉬움을 샀다. 제작비 330억원을 들인 '외계+인', 제작비 260억원의 '비상선언'은 손익분기점을 넘지 못하고 IPTV·VOD 행을 선택했다. '헌트' 역시 손익분기점인 420만명을 향해 달려가고 있으나 속도가 더소 더디다.

관객수도 마찬가지다. 8월 누적 관객수는 1495만여 명으로 코로나19 이후 최고치였던 7월의 1629만 명을 밑돌며 상승세를 이어가지 못하는 분위기다.

익명의 영화 관계자는 오히려 지금이 한국 영화 산업을 재정비할 수 있는 시간이라며 긍정적으로 바라보기도 했다. 

영화 관계자는 "지금 당장은 관객수 급감으로 (극장과 영화 산업이) 위축될 수 있겠으나 장기적으로는 전체적인 작품 퀄리티가 높아질 수 있다"고 보았다.

영화 관람료·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등장으로 관객들의 관람 패턴이 변화했다면 영화 제작사·투자 배급사들도 변해야한다는 지적이었다.

관계자는 "제작사, 투자 배급사가 작품 기획 단계부터 방향성을 새로운 기준으로 설정해야 하는 길목에 놓인 것"이라며 "극장에서 볼만한 영화를 선보이지 않는 이상 일정 수준 이하의 작품은 외면받게 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어 "지금은 극장에서 볼만한 영화는 곧 블록버스터라는 인식이 있을 수 있으나 시간이 지난다면 장르적 재미가 있는 영화, 체험형 영화 등으로 의미가 확장될 것"이라고 내다 보았다.

관계자는 "극장 산업이 아무리 어려워져도 '영화를 극장에서 본다'는 행위 자체는 변하지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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