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화유동성 진단] 은행권 외화유동성 충분하지만…만반의 준비 돌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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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민지 기자
입력 2022-09-16 05: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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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장 예상보다 높은 8.3%를 기록한 미국 8월 소비자물가지수(전년 동월 대비) 영향으로 인플레이션 장기화 우려가 확산한 가운데 지난 14일 서울 중구 하나은행 위변조대응센터에서 직원이 달러 화폐를 펴 보이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1997년 IMF와 2008년 금융위기 때보다 풍부한 외화유동성을 갖추고 있지만 은행권은 더욱 철저한 외화유동성 관리에 돌입했다. 달러화 강세가 장기화할 가능성에도 대비할 필요가 있다는 금융당국 권고에 따라 선제적으로 외화 조달 수단을 다변화하고 있다.

15일 금융권에 따르면 KB국민은행은 신한라이프와 외화증권대차계약을 체결했다. 외화증권대차계약을 통해 KB국민은행은 신한라이프가 보유하고 있는 외화증권을 빌린 뒤 해외시장에서 이를 담보로 외화자금을 조달할 수 있게 됐다. 인플레이션, 금리 인상 등 시장 변동성이 높아진 상황에서 외화증권대차거래는 외화자금 조달을 위한 새로운 수단으로 활용할 수 있을 것으로 KB국민은행은 판단했다.

그동안 외화증권대차거래를 통한 자금 조달 거래는 시차 문제로 자본시장법령에서 규정한 '동시 이행 의무'를 충족하지 못하는 규제 불확실성이 있었다. KB국민은행은 금융감독원에서 결제 시점 차이가 발생하더라도 ‘동시 이행 의무’를 충족했다는 내용의 비조치 의견서를 받고 이번 계약을 체결했다.

KB국민은행 관계자는 "현재 KB국민은행은 외화 유동성을 충분히 확보해 안정적으로 관리하고 있지만 위기 상황 시 활용할 수 있는 조달 수단을 다변화하기 위해 이번 계약을 체결하게 됐다”면서 “대차거래 실행은 추후 시장 상황과 거래비용 등을 고려해 진행될 계획”이라고 말했다.

신한은행도 외화유동성 제고 방안을 내놨다. 신한은행은 안정적인 외화자금 조달은 물론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 확대까지 가능한 지속가능연계차입 형태로 외화 클럽론 미화 4억 달러를 국내 최초로 차입했다. 지속가능연계차입이란 대출금리 설정 방식에 기업의 지속 가능 활동을 연계한 구조로 자금 조달 시 설정한 ESG 목표를 달성하면 금리 감면 등 경제적 이익을 명문화한 대출상품으로 서유럽 은행들을 중심으로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조달 금액은 미화 4억 달러, 만기는 5년이다. 조달 금리는 미국 3개월 Term SOFR(LIBOR 금리를 대체하기 위한 대체지표금리) 금리에 연 0.89%포인트를 가산한 수준이며 지속가능연계차입 조건으로 매년 ESG 목표 달성 시 차입 금리를 연 0.05%포인트 감면받는 조건이다.

신한은행 관계자는 "이번 국내 최초 차입 외화 클럽론을 통해 조달 수단을 다변화함과 동시에 조달비용 역시 경쟁력 있는 금리 수준으로 절감할 수 있었다"며 "앞으로도 신한은행은 국내 ESG 시장 지위를 선도하고자 ESG 연계 조달을 적극적으로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앞서 금융당국이 유사 시 외화유동성을 조달할 수 있는 신규 수단을 적극 발굴하고, 커미티드라인 등 위기 시 신속하게 외화자금을 조달할 수 있는 창구를 각 은행 사정에 맞게 선제적으로 확보해 달라고 요청한 데 발맞춘 행보다. 커미티드라인은 금융사 간 거래에서 필요시 외화를 우선 공급받을 수 있는 권리를 말한다. 서로 제공하기로 한 한도 내에서 상대국 통화를 인출할 수 있다.

하나은행과 우리은행도 외화유동성을 조달 가능한 신규 수단을 조만간 발표할 예정이다. 하나은행 관계자는 "올해 초부터 금융시장 불확실성 확대에 대비해 중장기 외화자금 조달을 선제적으로 확대했으며 최근 환율 급등에 따라 더욱 외화자금시장을 면밀히 모니터링하는 등 유사시 대비에도 만전을 기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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