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중국, 미국에서 들려오는 소식은 점입가경이다. 영국의 새 총리가 연거푸 헛발질로 금융시장을 혼란에 빠뜨린 뒤 그 후폭풍에 두 달도 못 채우고 물러나는가 하면, 핵무기 버튼을 손에 쥔 채 우크라이나를 노려보는 푸틴의 북소리도 요란하다. 누군가의 소행으로 바다 밑 가스관이 터지는가 하면, 바다 위 대교에서도 폭탄이 터진다.
중국은 코로나19를 계기로 바깥 세상과 멀어지는 가운데 안팎의 악재로 몸살이다. 새로운 100년을 설계한 덩샤오핑 시대 소리 없이 강했던 중국은 이제 없다. 재능이나 명성을 드러내지 않고 참고 기다린다는 '도광양회(韜光養晦)'의 대외 정책 기조는 헌신짝이 됐다.
집권당을 넘어 국가 위에 존재하는 영도(領導)당인 공산당은 교육을 통해 중국인을 외국 혐오 국수주의 세력으로 키워냈다. 중국 특유의 공세적 외교 스타일을 늑대에 빗댄 전랑(戰狼) 외교의 발판이다. 중국은 한때 앙숙이었던 러시아와 밀착해 미국이 주도하는 자유 진영과 강하게 부딪치고 있다. 현대사의 숙명인 듯하다.
심화되는 부동산 위기는 개선을 바라기보다 차악을 바라는 것이 현실적이다. 때마침 '제로 코로나 정책'과 반도체 등 미국의 견제, 글로벌 경제 침체가 중국 경제를 압박하니 중국은 안팎으로 진통이다. 한국 수출 및 전 세계 경제에 악재다. 미국과의 갈등은 더욱 고조되어 금융시장이 느끼는 부담도 커질 것이다. 시진핑 3기 중국 지도부에서 온건파는 종적을 감췄다.
인플레이션을 과소평가하며 한참을 뒷북 치던 미국 연준(Fed)은 뒤늦게 긴축의 피치를 올려 전 세계 금융시장에 스트레스를 전가하고 있다. 경기 침체를 감수할 미국 연준의 공격적인 긴축은 11월 초 FOMC에서 네 번째 75bp 인상으로 기준금리 상단을 4%로 높인 뒤 내년 1분기까지 금리 인상을 이어간다는 것이 현재 시장의 컨센서스다.
역사의 데이터는 연준의 마지막 금리 인상 시점까지 달러화 강세가 지속된 패턴을 보인다. 외환시장의 달러화 매수 쏠림이 과도하다는 공감대에도 불구하고 연말 이후까지 달러 강세가 정점을 향해 더욱 상승할 수 있다고 보는 근거 중 하나다. 그 과정에 미국 금융시장도 정상적 기능을 잃고 달러화 유동성이 경색되는 상황이 닥칠 수 있다. 코로나19 당시에도 짧게 발생한 현상이다.
두 가지 분명한 사실이 있다. 하나는 미국 금융 패권 근간인 달러화 기축통화 체제의 특권을 미국이 계속 누리기 위해 전 세계 달러화 유동성에 문제가 생기면 연준이 적극 나설 것이라는 점이다. 또 하나는 미국 연준과 체결하는 통화스와프가 만병통치약이 아니라는 점이다.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였던 2008년 10월에는 당장의 체결 효과가 극적이었음에도(체결 직후 하루 환율 낙폭이 177원, 12% 하락), 3주일 후 기존 고점을 넘긴 뒤 다시 3개월여 지난 2009년 3월 초에 달러화의 정점을 찍었다(장중 고점은 2009년 3월 6일의 1597원). 중앙은행 간 통화스와프가 미국의 금융시스템 위기에 해결책이 될 수는 없었다. 반면, 코로나19 창궐 초기인 2020년에는 미국 연준과 통화스와프 체결한 것을 기점으로 달러화가 다시 상승하지 못했다.
부채는 양날의 검이다. 글로벌 경제가 성장하고 활황일 때는 성장의 발판이 되지만 경기가 반대로 고꾸라질 때는 그 날카로운 칼끝이 채무자, 차주(借主)를 향한다. 장기간의 저금리, 그리고 코로나19로 더욱 증가한 전 세계의 부채는 곳곳에서 파열음을 내기 시작했다. 영국 채권시장의 혼란, 중국 부동산 위기도 부채 문제에서 파생했고, 국내에서도 조짐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최근 IMF가 세계 경제에 아직 최악이 오지 않았다는 경고를 내놓았다. 반론의 여지가 없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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