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만원 지하철서 승객들 밀치기 여전..안전불감증 해결 시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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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보경·임종현·김서현 수습기자
입력 2022-11-03 1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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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미국·영국은 안전 교육 정규 과목..안전교육 강화해야

3일 오전 7시 30분 9호선 열차를 타려는 승객들이 줄을 서 있다. [사진=김서현 기자]

"질서 있게 줄 서서 가세요."

3일 오전 7시 30분 본지 기자들이 '지옥철' 9호선 여의도역을 찾았다. 참사 이전과는 조금 다른 모습이었다. 이태원 참사 이후 지하철 안전에 대한 경각심이 높아지고 있다. 시민들은 두 발짝 정도의 간격을 두고 열차를 기다렸다. 김모씨(32·서울 성북구)는 "서울 한복판에서 사고가 일어난 게 아직도 믿기지 않는다"면서 "9호선보다 상대적으로 덜 붐비는 5호선을 타고 오는데도 걱정이 돼서 사람들과 거리를 둔다"고 말했다. 9호선 개찰구부터 사람이 가장 많이 붐비는 5번 출구까지 줄이 길게 늘어섰다. 5번 출구 앞에선 평소처럼 주황색 조끼를 입은 안내원들이 교통 정리를 했다.

정모씨(45·인천)는 "이태원 참사를 보고 이전에 사람이 붐비는 공간에서 다친 경험이 생각났다”며 ”9호선 급행열차는 무조건 피하고 사람이 없는 시작점에서 일반열차를 탄다"고 전했다. 
 

3일 오전 7시 30분 승객들이 열차에 오르고 있다. [사진=김서현 기자]

다만 안전 불감증도 여전했다. 열차와 승강장 사이의 간격이 넓어도 스마트폰을 보며 지나가는 시민들이 다수였다. 이미 지하철은 만원인데 사람들을 밀치며 타는 이도 눈에 띄었다. 승객들은 미간을 찌푸렸다. 열차 내부에는 다른 사람과 부딪히지 않기 위해 두 손을 가슴에 모은 승객도 있었다. 문이 닫히기 직전 누군가 달려왔다. 지하철 문이 닫히다 다시 열렸다. 

고모씨(25·서울 강서구)는 "출근길은 시간에 쫓겨 빨리빨리 타려는 분위기"며 "안전불감증이 더 생긴 이유"라고 전했다. 오모씨(76)도 "에스컬레이터에서 뛰는 사람들을 보면 불안하다"며 "사고가 우려된다"고 말했다.

지하철 분위기가 변했지만 일시적이라는 의견도 있었다. 이모씨(26·서울 영등포구)는 "최근 지하철 분위기가 조심스럽긴 한데 오래 못 갈 것"이라며 "이태원 참사로 인한 충격이 워낙 크다 보니 직시하고 해결책을 찾기보단 외면하려는 것 같다"고 했다.

전문가는 안전불감증은 단기간에 해결되지 않아 안전 교육을 정규 교과로 전환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공하성 우석대 소방방재학과 교수는 "미국은 고등학교에 안전 교육이 필수 교과이고 영국서도 정규 교과"라며 "우리나라도 안전 교육을 필수 교과로 지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지금도 안전 교육이 있지만 영상·이론 교육 중심"이라며 "심폐소생술, 대피 훈련, 소화기 사용법, 군중이 몰렸을 때 대피법 등을 중심으로 교육을 강화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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