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역의회, 연말 앞두고 단체 해외연수 '봇물'…외유성 논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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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기원·장하은 기자
입력 2022-11-04 07: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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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청남도의회 행정문화위원회 유럽 연수 일정 일부. [자료=충청남도의회]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뜸했던 지방의회 의원들의 단체 해외연수가 연말을 앞두고 집중적으로 이뤄지고 있다. 특히, 일부 광역의회의 해외연수 일정에는 외유성으로 의심될 만한 사례들이 다수 포함돼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아주경제가 전국 광역의회의 해외연수 계획과 결과보고서 등을 종합해보니 12개 광역의회가 지난달을 전후해 단체 해외연수를 이미 다녀왔거나 연말을 틈타 일정을 계획 중인 것으로 나타났다. 

광역의회들은 코로나 팬데믹의 영향으로 한동안 해외연수를 자제하는 분위기였지만, 올 하반기부터 방역조치 완화로 해외 여행길이 열리자 줄줄이 해외로 다시 떠나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새 의회가 구성된 지 불과 반년도 지나지 않은 데다 11월 행정사무감사와 내년 예산 심사 일정을 앞두고 해외연수를 대거 계획하는 것은 국민 눈높이에 맞지 않다는 비판이 나온다. 

외유성 연수라는 논란도 끊이지 않는다. 실제 충청남도의회 등이 지난달 다녀왔던 해외연수 계획에는 외유성으로 의심될 만한 일정이 다수 포함돼 있었다.

◇ 충남의회, 유럽 단체 연수…행문위 일정 대부분 ‘외유성’

충청남도의회 행정문화위원회, 복지환경위원회는 지난달 하순께 선진국 도시 비교 시찰을 목적으로 유럽 해외연수를 다녀왔다.

행정문화위원회는 지난달 23일부터 29일까지 오스트리아·독일·프랑스, 복지환경위원회는 같은달 19일부터 27일까지 독일·오스트리아·체코를 방문했다. 오는 8일로 예정된 충청남도 행정사무감사를 불과 1~2주 앞둔 시점이었다. 

본지가 충청남도의회 행정문화위원회의 해외연수 계획을 살펴보니 외유성으로 의심될만한 일정들로 가득차 있었다. 

△10월 24일 비엔나 역사지구 견학 및 전원도시 비엔나 탐방 △25일 비엔나 미술관 방문 △26일 프랑크푸르트 쉬른 미술관 방문, 하이델베르크 관광국 방문 및 하이델베르크 탐방 △27일 프랑크푸르트 문화탐방 △28일 파리 오르세이 미술관 및 루브르 박물관 방문, 센강 유람선 승선, 센강변·노틀담 성당 등 조망 △29일 베르사유 궁전 견학 및 파리 근교 문화탐방 등 성격이 여느 여행사의 관광 일정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충청남도의회 행정문화위원회는 이번 연수 목적이 충남미술관·도립박물관·충남 예술의 전당 건립 관련 우수 문화시설 방문·현지조사·제안사항 발굴인 만큼 각 지역 내 미술관·박물관 방문은 원 목적과 부합된다는 입장이다. 

김옥수 충청남도의회 행정문화위원장(국민의힘)은 “파리의 경우 루브르박물관 인근에 에펠탑, 개선문, 센강 등이 있어 지나가면서 관람을 했을 뿐”이라며 “루브르 박물관에서 도내 미술관 건립시 노하우 공유 등 도움을 주겠다는 답을 받는 등 성과가 있었다”고 외유성 연수 논란에 선을 그었다.

그는 이번 연수가 국민의 눈높이와 맞지 않다는 지적에 대해 “이해한다. 저도 의원이 아니라 일반 시민이면 똑같은 생각을 할 것 같다”면서도 “관광을 아예 안하진 않았지만 매일 지역 관광청과 박물관 두어곳 들르면 하루가 다 갈 정도로 빽빽한 일정을 소화한 점을 이해해 달라”고 말했다.

지난달 상임위 별로 베트남·싱가포르·말레이시아 등을 다녀온 대구시의회도 외유성 논란이 크게 불거진 경우다. 일부 상임위의 경우 행정사무감사를 앞두고 피감기관 직원들을 연수에 동행하게 한 것으로 알려져 지역사회의 큰 비판도 받았다.

당시 지역 시민단체들은 관광성 연수 계획을 철회하라고 요구했지만, 문화복지위원회를 제외한 4개 상임위는 예정된 일정을 끝내 강행했다. 

국민의 비판 여론에도 충남, 대구를 포함한 12개 광역의회들은 올 하반기 해외연수를 이미 다녀왔거나, 계획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우선 서울시의회 교통위원회와 기획재정위원회 의원들은 지난달 각각 5박 6일과 6박 7일의 일정으로 아랍에미리트와 호주를 방문했다. 민주당 의원이 불참한 가운데 국민의힘 소속 의원들만 참가한 연수였다. 이번 연수에는 아랍에미리트 해외연수 4875만원, 호주 해외연수 4889만원 등 합쳐서 1억원에 육박하는 예산이 책정됐다.

울산시의회 산업건설위·행정자치위 의원들은 지난달 1일부터 6일까지 말레이시아, 싱가포르 연수를 다녀왔다. 환경복지위도 9월 29일부터 지난달 5일까지 호주를 방문했다. 

제주시의회는 전국 광역의회 중 가장 먼저 해외연수를 계획한 경우다. 새 의회가 열린 지 두 달도 채 지나지 않은 지난 8월 말 환경도시위, 농수축경제위, 교육위, 문화관광위 의원들이 말레이시아, 호주, 프랑스로 해외연수를 떠났다.

인천시의회는 지난달 31일부터 3일까지 싱가포르 해외연수를 떠날 예정이었지만 이태원 참사로 인해 출발 전날 자진 취소했다. 

◇ 다수 광역의회, 연말 해외연수 또 떠난다…전북·충북 등 4개 의회, 올해 해외연수 반납 '대조'

상당수 광역의회들은 올 연말을 틈타 추가 해외연수를 계획 중으로도 파악됐다. 

외유성 논란이 불거진 충청남도의회의 농수산해양위원회 의원들은 다음달 18일부터 26일까지 7박 9일 일정으로 네덜란드, 벨기에, 독일을 방문한다. 선진 외국의 농업‧해양 환경 관련 시설 및 문화유산 등 비교시찰이 연수 목적이다.

경상남도의회의 6개 전체 상임위는 다음 달 19일쯤 일본 등지로 해외연수를 계획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제주시 의회 중 아직 해외연수를 가지 않은 행정자치위, 보건복지위 역시 12월 중 해외출장이 예정돼 있다.

전라남도의회 기획행정위, 보건복지환경위, 경제관광문화위 등 3곳도 12월 회기 종료 후 단체 해외연수를 계획 중이다. 광주시의회는 다음 달 중순 이후 교육문화위를 중심으로 싱가포르 해외연수 일정을 조율하고 있다.

대전시 의회 역시 12월 중 해외연수 계획을 잡아 놓은 것으로 확인됐다. 이밖에 부산, 인천, 광주시 의회도 12월 중 해외연수를 떠날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반면 전북, 충북, 경기, 강원도의회는 올해 해외연수 예산을 아예 편성하지 않았거나 반납하기로 해 다른 광역 의회와 대조를 이뤄 주목된다. 충청북도의회는 올해 해외연수 예산을 아예 편성하지 않았다.

전라북도의회는 코로나와 경기침체 상황을 고려해 올해 국외여비 예산을 반납하기로 했다. 경기도의회와 강원도의회는 올해 국외여비 예산은 책정했지만 사용 계획이 없는 것으로 파악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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