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 올 들어 네 번째 자이언트 스텝(한번에 기준금리 0.75%포인트 인상)을 단행했다. 기준금리는 4%까지 오르며 2008년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을 기록했다. 이에 국내 증시도 투자심리가 위축되는 등 타격을 입을 것으로 예상된다.
3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코스피는 전 거래일 대비 7.70포인트(0.33%) 내린 2329.17에 거래를 마쳤다. 코스닥도 전 거래일 대비 3.24포인트(0.46%) 하락한 694.13에 장을 마감했다.
국내 증시는 미국 기준금리 인상과 함께 제롬 파월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의 매파(통화 긴축 선호)적 발언에 1% 넘게 하락 출발했다. 하지만 금융당국의 시장 안정 의지와 함께 외국인 매도세가 제한되며 선방한 것으로 풀이된다.
미국 중앙은행인 연준은 11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 이후 성명을 통해 연방 기금금리(FFR) 목표치를 기존 3.00~3.25%에서 3.75~4.00%로 0.75%포인트 인상했다.
파월 연준 의장은 오는 12월 금리 인상 속도 조절 가능성을 언급하면서도 금리 인하 전환에 대해서는 매파적 기조를 유지했다.
파월 의장은 “금리 인상 속도를 줄일 시기가 다가오고 있다”며 “이르면 다음 (FOMC) 회의가 될 수도, 아니면 그다음 회의가 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이르면 12월 FOMC 정례회의에서 금리 인상 폭은 0.5%포인트 이하로 축소될 것으로 예상된다. 단, 당초 예상보다 최종 금리 수준이 높아질 것이라고 언급한 만큼 고강도 금리 인상 기조를 한동안 유지할 것으로 보인다.
내년 기준금리가 9월 점도표(연준 위원들의 향후 금리 전망을 나타낸 도표)에서 제시된 4.6%를 넘어설 가능성이 커졌다. 시장에서는 12월에 0.5%포인트, 내년 2월과 3월 각각 0.25%포인트 인상해 최종 기준금리가 5%에 도달할 것으로 전망했다.
파월 의장은 “(금리 인하 전환 고려는) 매우 시기상조”라며 “최종 기준금리 레벨까지는 아직 갈 길이 먼 상황”이라고 선을 그었다.
이에 한국은행은 이날 ‘시장 상황 점검회의’를 통해 금융·외환시장 변동성에 대비하겠다는 방침을 내비쳤다.
문제는 한·미 간 금리 스프레드(격차)가 현재보다 더 벌어질 수 있다는 점이다. 현재 한국은행 기준금리는 3%다. 이번 미국 자이언트 스텝으로 인해 한·미 간 금리 스프레드는 약 3년 만에 최대 100bp(1bp=0.01%포인트) 차이 나게 된 것이다.
한·미 간 금리차가 벌어지면 국내에 유입된 외국인 자금이 상대적으로 금리가 높은 미국으로 유출될 가능성이 크다. 외국인 자금 유출에 따른 원화 약세가 발생하고, 이는 인플레이션(물가 상승)을 부추기는 요소가 된다.
이에 금융당국의 기준금리 인상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한국은행은 오는 24일 금융통화위원회를 통해 올해 마지막 통화정책 방향을 결정한다.
업계 안팎에서는 올 들어 이미 6차례 기준금리를 인상한 한국은행이 2회 연속 ‘빅스텝(한번에 기준금리 0.5%포인트 인상)'을 단행할 것으로 보고 있다.
지난달 빅스텝을 단행한 후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는 최종 기준금리가 3.5% 수준일 것이라는 시장 예상은 금통위원 다수 의견과 크게 다르지 않다며 빅스텝 가능성을 시사했다. 일각에서는 한·미 간 금리 스프레드를 해소하기 위한 자이언트 스텝 가능성도 거론된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한·미 간 금리 역전 상황이 장기화할수록 국내 자본시장에 대한 위기감이 확산될 것”이라며 “우리나라는 24일이 마지막 통화정책 결정이지만 미국은 12월에 한 차례 더 남았기 때문에 자이언트 스텝 등 과감한 금리 인상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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