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운 겨울을 앞두고 연료가격이 급등하고 있는 유럽에서는 러시아에 대한 에너지 의존도가 높은 상황에서 에너지 사용을 줄이고 공급을 확보하기 위한 노력들이 계속되고 있다. 프랑스 파리의 에펠탑을 조기 소등하는 상징적 조치뿐만 아니라 실내 난방온도 19도 제한, 에너지절약 캠페인, 고효율에너지기자재 교체 보조 등 상당기간 지속될 것으로 예상되는 에너지 위기를 타개하기 위해 다양한 방안을 시행하고 있다.
기후변화가 심화되면서 연간 기온차가 큰 우리나라의 여름철 폭염과 겨울철 혹한은 더욱 심해질 것으로 예상된다. 에너지 수입의존도가 높은 경제구조가 무역 수지 적자를 심화시키는 상황에서 에너지 다소비 산업이 많고 에너지 효율성이 주요국 대비 낮은 우리나라는 경제전반을 에너지 저소비형 고효율 구조로 전환해야만 한다.
에너지 위기이든 평상시이든 주요 선진국의 제1원칙은 에너지 효율 향상이다. 에너지 효율은 실제 운영 단계에서 그 진가를 발휘한다. 고효율 기기·건축물 에너지 절감 효과를 수요자가 체감할 수 있어야 하며, 거주자의 다양한 상황과 요구에 능동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자동제어, 스마트기술 등이 실내 쾌적성과 에너지 소비를 최적화·효율화해 실제 에너지사용량을 줄일 수 있도록 진화하고 있다. 에너지효율 예측과 실제 현장상황에서의 차이로 인해 복잡한 건물 기술들 간의 상호작용을 단순한 방법으로 예측해내기 어렵기에 국제에너지기구(IEA)에서도 전생애주기 비용-편익 효과를 명확하게 산출하는 국가 오픈소스(open source) 시뮬레이션 도구를 개발하고, 2030년까지 제로 탄소 레디 건축 기준을 이행 관점에서 시행할 것을 권고하고 있다.
경제성장과 도시화 추세에서 에너지수요가 지속 증가할수록 에너지 효율 향상은 더욱 중요해질 것이다. 디지털·스마트 기술은 에너지 소비의 효율성을 높일 수 있고, 부하 관리와 필요 자원의 공유를 통해 전기 소비를 40%까지 줄일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서로 연결되어 있는 세계가 앞으로도 겪을 전염병, 이상기후, 전쟁 등이 가져오는 경제적 위기와 불평등을 최소화하기 위해서는 회복력 있는 경제구조와 지속가능한 발전을 위한 사회적 합의와 설득, 정책적 의지가 필요하다. 저탄소 사회와 친환경·고효율 경제 구조로의 전환을 위한 사회·정치적 변화, 융·복합과 기술혁신이 '영구적 위기'를 새로운 국면의 기회로 전환시키는 희망의 '티핑 포인트(tipping point)'가 되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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