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기고]'영구적 위기'와 '티핑 포인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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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덕준 KCL(한국건설생활환경시험연구원) 건물에너지연구센터장
입력 2022-11-09 10: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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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덕준 KCL(한국건설생활환경시험연구원) 건물에너지연구센터장[사진=한국에너지공단]

영국 콜린스 사전은 Permanent(영구적인)와 Crisis(위기)의 합성어인 Permacrisis(영구적 위기)를 올해의 단어로 선정했다. 인류의 건강을 위협하고 활동을 제약하고 있는 코로나19와 심화되는 기후변화, 경제침체 가능성,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등 우리 일상을 위협하는 위기들이 출현하는 상황에서 콜린스 사전은 '영구적 위기'를 '불안정과 불안이 지속되는 상황'이라고 정의했다. 하지만 인류가 더 나은 세상을 위해 전진해온 것처럼 우리의 일상은 회복되고, '안전'과 '안정', '발전'을 위한 노력은 계속돼야 한다.

추운 겨울을 앞두고 연료가격이 급등하고 있는 유럽에서는 러시아에 대한 에너지 의존도가 높은 상황에서 에너지 사용을 줄이고 공급을 확보하기 위한 노력들이 계속되고 있다. 프랑스 파리의 에펠탑을 조기 소등하는 상징적 조치뿐만 아니라 실내 난방온도 19도 제한, 에너지절약 캠페인, 고효율에너지기자재 교체 보조 등 상당기간 지속될 것으로 예상되는 에너지 위기를 타개하기 위해 다양한 방안을 시행하고 있다. 

기후변화가 심화되면서 연간 기온차가 큰 우리나라의 여름철 폭염과 겨울철 혹한은 더욱 심해질 것으로 예상된다. 에너지 수입의존도가 높은 경제구조가 무역 수지 적자를 심화시키는 상황에서 에너지 다소비 산업이 많고 에너지 효율성이 주요국 대비 낮은 우리나라는 경제전반을 에너지 저소비형 고효율 구조로 전환해야만 한다. 

에너지 위기이든 평상시이든 주요 선진국의 제1원칙은 에너지 효율 향상이다. 에너지 효율은 실제 운영 단계에서 그 진가를 발휘한다. 고효율 기기·건축물 에너지 절감 효과를 수요자가 체감할 수 있어야 하며, 거주자의 다양한 상황과 요구에 능동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자동제어, 스마트기술 등이 실내 쾌적성과 에너지 소비를 최적화·효율화해 실제 에너지사용량을 줄일 수 있도록 진화하고 있다. 에너지효율 예측과 실제 현장상황에서의 차이로 인해 복잡한 건물 기술들 간의 상호작용을 단순한 방법으로 예측해내기 어렵기에 국제에너지기구(IEA)에서도 전생애주기 비용-편익 효과를 명확하게 산출하는 국가 오픈소스(open source) 시뮬레이션 도구를 개발하고, 2030년까지 제로 탄소 레디 건축 기준을 이행 관점에서 시행할 것을 권고하고 있다.

우리는 에너지 사용을 줄일 수 있는 가용기술과 청정에너지 보급을 확대하고, 미래를 위한 저탄소·고효율의 C테크(기후·탄소·청정 기술) 혁신 기술 개발에 나서야 한다. 탄소배출량을 줄이면서 경제성장을 이루는 목표는 중요하지만 쉽지 않다. 하지만, 덴마크 코펜하겐은 2009년 '2025년 탄소중립' 목표를 발표하고, 2005년 이후 현재까지 탄소배출량을 약 42% 감축하면서 도시경제를 25% 성장시켰다. 삶의 질과 지속 가능성을 유기적으로 결합시키기 위해 시민과 소통하고 합의를 이끌어 내는 데 성공한 결과로 보고 있다.

경제성장과 도시화 추세에서 에너지수요가 지속 증가할수록 에너지 효율 향상은 더욱 중요해질 것이다. 디지털·스마트 기술은 에너지 소비의 효율성을 높일 수 있고, 부하 관리와 필요 자원의 공유를 통해 전기 소비를 40%까지 줄일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서로 연결되어 있는 세계가 앞으로도 겪을 전염병, 이상기후, 전쟁 등이 가져오는 경제적 위기와 불평등을 최소화하기 위해서는 회복력 있는 경제구조와 지속가능한 발전을 위한 사회적 합의와 설득, 정책적 의지가 필요하다. 저탄소 사회와 친환경·고효율 경제 구조로의 전환을 위한 사회·정치적 변화, 융·복합과 기술혁신이 '영구적 위기'를 새로운 국면의 기회로 전환시키는 희망의 '티핑 포인트(tipping point)'가 되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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