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일 금융투자협회 채권정보센터에 따르면 국내 보험사들은 지난 1일부터 20일까지 채권을 2조4900억원 규모 순매도한 것으로 집계됐다. 앞서 지난달 채권을 2조2319억원어치 매도했다는 점을 감안하면 이달 들어 이미 지난달 분량을 뛰어넘은 것이다. 그동안 채권 매수로 자금을 굴려왔던 보험사들이 4분기 들어 매달 2조원을 상회하는 순매도에 나선 것은 다소 이례적이라는 것이 시장 내 평가다. 실제 지난 9월에는 6317억원 순매도를 진행했으며 8월에는 3조2123원을 순매수하기도 했다.
업계에선 이를 두고 기준금리 인상에 따른 보험계약 건수와 수입보험료 등 매출 감소로 유동성이 하락한 가운데 현금 확보를 위한 행보로 해석하고 있다. 보유한 채권 금리 하락과 함께 10여 년 전 경쟁적으로 판매한 저축성보험 만기가 속속 도래하면서 특히 장기 상품 위주인 생명보험업계의 매출 하락세가 커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여기에 내년 새 국제회계기준(IFRS17) 도입에 발맞춰 최대한 현금을 확보해 새로운 재무건정성 평가에도 대비해야 한다. 뿐만 아니라 은행의 예금금리 인상 등 금리 경쟁이 이어지면서 은행권으로 자금 쏠림 현상도 한몫했다는 진단이다.
무엇보다 금융당국이 최근 보험사들에 대해 채권 매각 자제를 당부했음에도 이 같은 매도 확대 움직임이 지속되면서 시장 불안 심리가 덩달아 커지는 모습이다. 당초 금융당국은 지난달 28일과 지난 3일 각각 손해·생명보험업계와 간담회를 하고 유동성 자산 인정 범위를 확대하기로 의견을 모았다. 활성 시장에서 거래 가능한 만기 3개월 이상 채권도 즉시 현금화 가능 자산으로 포함시킨 것이다. 이전에는 만기 3개월 이하 자산만 유동성 자산으로 포함됐다.
뿐만 아니라 6%대에 다다른 생보사의 저축보험 금리 경쟁도 시장의 불안 심리 확대에 일조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올해 초까지만 해도 생보사 저축보험 금리는 1~2%대 초반에 불과했지만 지난주 교보생명이 5.8%짜리 확정금리형 저축보험을 출시한 데 이어 이달 말께 푸본현대생명이 5.9%짜리 상품을 출시할 예정이다.
보험권 관계자는 "생보사 평균 운용자산이익률(3%대)보다 2배 높은 수준에서 저축보험 금리가 책정되고 있는 상황"이라며 "보험 계약자에게 약속한 이자를 투자 이익으로 보전하지 못하는 이차역마진 리스크가 확대되고 있음에도 저축보험에서 앞다퉈 고금리 경쟁을 진행하고 있는 모습은 유동성 위기가 보험업계 전반에 퍼져 있음을 시사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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