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과 유럽연합(EU)이 북미산이 아닌 전기차를 세액공제 대상에서 배제한 인플레이션 감축법(IRA) 관련 논의를 시작했다. 양측이 "초기적 진전"을 이뤘다는 말이 나왔지만, IRA 법안 수정으로 이어지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미국과 EU는 5일 메릴랜드주 메릴랜드대학교에서 열린 무역기술위원회(TTC) 회의 뒤 공동성명을 통해 "우리는 EU의 우려를 인지하며 이를 건설적인 방향으로 해결할 것을 강조한다"고 밝혔다. 이날 TTC 회의에는 미국 측에서는 △토니 블링컨 국무부 장관 △지나 러몬도 상무부 장관 △캐서린 타이 무역대표부(USTR) 대표가, EU측에서는 △발디스 돔브로브스키스 EU 집행위 수석부위원장 △마르그레테 베스타게르 EU 집행위 부위원장 등이 참석했다.
이날 회의를 앞두고 EU는 미국 IRA 중 북미산 전기차에만 최대 7500달러의 세액 공제 혜택을 제공하는 내용을 두고 불공정하다는 비판을 했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방미 중 "IRA는 우리 기업가들에게 너무 공격적"이라며 공개적으로 불만을 토로했고,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IRA 중 작은 결함의 미세한 조정' 가능성을 언급하면서 IRA의 관련 조항이 바뀔 수 있을지 관심이 쏠렸다.
블링컨 장관은 공동 기자회견에서 "실질적이고 구체적인 진전을 이룰 수 있도록 했다. EU의 법률 관련 우려 사항을 듣기 위해 테스크 포스(TF)를 구성했다"며 "조 바이든 대통령이 (EU의 우려를) 해소하겠다고 한 약속을 위해 대화를 만들어 가고 있으며 변화를 꾀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나 북미산 전기차 보조금 지원으로 생긴 불공정 논란을 해결하기 위한 TF까지 구성이 됐음에도 불구하고 IRA 법안 변경은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이 많다. 캐나다와 멕시코를 예로 들며 자국산 전기차도 면제 대상에 포함시켜달라는 EU의 요구 반영은 불가능하다는 분석이다. 워싱턴 전략 국제연구소의 수석 고문인 윌리엄 라인쉬는 "법률을 바꾸는 데 수년이 걸릴 것이기 때문에 임시적 조치를 제공하는 데 그칠 것"이라고 봤다. 이어 라인쉬는 "바이든 대통령이 시사한 수준의 유연성은 없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IRA 조정 논의가 성과를 이루지 못하면 '유럽판 IRA' 보조금 지원이 나타날 가능성도 있다. 미국으로 기업들이 공장을 이전하면서 EU에도 자구책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힘을 얻고 있다.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EU집행위원장 지난 4일 "EU는 IRA에 대항하기 위해 국가보조금 제도를 개편하고, 녹색기술로 전환을 위한 추가 재정 지원의 필요성을 재고해야 할 것"이라며 "미국과 IRA의 가장 우려되는 부분을 해결하기 위해 함께 작업해야 할 것"이라고 말한 바 있다.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