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수능 후폭풍] 올해도 '이과 우세'...통합 수능이 불지른 문·이과 갈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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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오현 수습기자
입력 2022-12-14 0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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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올해 두번째 통합 수능도 이과생 성적 우수

  • 이과생 vs 문과생 대결 구도에 비하·조롱까지

  • 일선 교사들 "이과생 교차지원 사회적 손실"

2023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이 치러진 17일 오전 서울 중구 이화여자외국어고등학교에 마련된 고사실에서 수험생들이 시험을 준비하고 있다. [사진=사진공동취재단]

정부가 지난해부터 도입한 문·이과 통합 대학수학능력시험(통합 수능)이 문과 수험생과 이과 수험생 간의 반목을 불러일으킨다는 비판이 나온다.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이과 수험생에 유리한 시험 결과가 도출된 데 따른 것이다. 이과생이 진로·적성과 무관하게 대학 간판만 보고 인문·사회 계열로 대거 진학하는 부작용까지 드러난 가운데 문과생들은 상대적 박탈감을 호소하고 있다. 

14일 수험생 온라인 커뮤니티 등에 따르면 '문과 침공'에 대해 문·이과생들 간 날선 비난이 자주 눈에 띈다. 한 이과생은 "문과 침공이라는 말 자체가 이상하다"며 "그냥 공부 잘하는 학생들이 좋은 대학 가는 거다. 당연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또 다른 학생은 "그동안 문과생들이 수학 나형 뒤에 숨어 편하게 공부했다"며 "문과가 어문계열에 우월하다면 국어도 분리했어야 하는데 그건 말이 없다. 결국 떼쓰는 거다"라고 지적했다.

'문과 침공'은 이과생의 인문·사회 계열 대학 진학이 용이해짐에 따라 문과생들이 대입 전형에서 피해를 받고 있다는 의미의 신조어다. 실제 커뮤니티에는 '이과 수학 3~4등급은 문과 수학 1등급'이라는 주장과 '이공계열로 진학할 수 있는 대학보다 (서열이) 높은 대학의 인문·사회 계열로 진학하겠다'는 글들이 올라오고 있다. 즉 이과생들에게 명문대 문과 진학이라는 '보험'이 생긴 셈이다.

실제 지난해 최상위권 대입 정시모집에서 인문·사회계열 합격자의 절반이 이과 출신으로 채워지는 일이 발생하기도 했다. 올해 치러진 두 번째 '통합 수능' 역시 결과가 다르지 않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문과 수험생들은 점수 산정 방식의 조정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한 학생은 "점수가 높아도 표준점수가 내려가다 보니 수능 등급에서 고전하게 된다"며 "문과생은 더 이상 좋은 대학에 가기 힘든 구조다"라고 토로했다. 한 인문계열 대학생은 "괜히 문과 왔다가 자퇴·반수 하는 이과생이 한두 명이 아니다"라며 "자신에게 잘 맞는 학과인지 고민하고 선택하라"는 글을 남겼다.
 

[사진=유튜브 댓글 캡처]

정부의 섣부른 통합 탓에 학생 간 갈등만 증폭되는 모습이다. 인터넷상에는 "수학 못하면 문과로 도피", "이과생이 더 똑똑한 것은 사실", "모든 문제는 그냥 문과가 공부를 못해서 생기는 일"이라는 등 문과생을 향한 근거 없는 비하가 판을 친다. 문과생 대부분이 수학 선택 과목으로 확률과 통계를 고르는 점을 빗대 '확통이'라 부르거나, 문과생이 불이익을 주장하면 '확들 확들'((확)률과 통계+부(들)부들)이라고 비꼰다. 또 이과생이지만 확률과 통계를 택하고 '생명과학'과 '지구과학' 등에 응시하면 '패션 이과'로 불리기도 한다. 겉모습을 의미하는 '패션'과 '이과'가 합친 말이다. 과학탐구 영역을 선택해 이과로 보이지만 사실상 문과에 가까운 학생이라는 의미의 조롱이다. 

이 같은 현상이 사회·경제적인 비용을 초래한다는 우려도 나온다. 서울의 한 고등학교 교사는 언론 인터뷰를 통해 "진로와 적성이 아닌 점수 유불리에 따라 과목을 선택하면 학교 교육 현장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며 "적성에도 맞지 않는 학과로 이른바 ‘교차지원’해 진학하는 것은 사회적인 손실"이라고 설명했다. 

한 학부모 역시 "문·이과 어차피 갈 길이 다른데 비교를 왜 하냐"며 "문·이과 통합이라 해놓고 이렇게 나눠서 또 비교하는 것 자체가 통합이 아니다"라고 비판했다. 한편 교육부는 내년(2024학년도)과 내후년(2025학년도) 수능 역시 문·이과 통합을 유지하겠다고 지난 8월 밝힌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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