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일 금융권에 따르면, 비은행권의 지급결제 허용 시 한국은행(거액)·금융결제원(소액) 망 이용 참가금 및 이용료 규모가 조 단위에 이를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권혁준 순천향대 경제금융학과 교수는 "지난 2009년 증권사들의 개인 지급결제 허용 당시 금융결제원 가입비 규모가 총 3000억원가량이었던 것으로 알고 있다"며 "모든 비은행권에 지급결제가 허용되면 조 단위의 이용 부담 금액이 불가피할 것"이라고 말했다.
지급결제는 말 그대로 임의 형식으로 이뤄지는 자금 이체 행위를 뜻한다. 금융권은 지급결제 허용이 사실상 은행과 비은행간 경계 영역을 허무는 핵심으로 보고 있다. 해당 논의가 실현되면 비은행권은 자체 금융플랫폼을 통해 입출금, 급여이체, 간편결제·송금서비스는 물론, 보험료 납입 등 종합금융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다. 여기에 법인 지급결제까지 이뤄질 경우, 은행을 통하지 않고서 제품 판매 대금 지급과 협력 업체 결제, 공과금 납부 등을 자사 계좌로 처리할 수 있다.
문제는 비은행이 지급결제를 도입하기 위해 조 단위의 한은·결제원 망 이용 부담이 필요한데, 은행권과 금융당국 간 구체적 망 이용료 등을 놓고 갈등이 예고되고 있어서다. 당초 해당 망은 은행권이 출자해 만든 망이어서, 높은 이용료를 요구할 공산이 크다. 은행권 관계자는 "지급결제가 이뤄질 경우 결제 망 이용료를 얼마로 산정할 것인지에 대한 논의가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며 "은행권이 자신의 영역으로 들어온 비은행권에 높은 망 이용료를 책정할 가능성이 높지만, 현 시국에 당국이 나서 이용료를 조율하려 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어 "해당 과정에서 갈등이 점화될 수밖에 없고, 감독권 등을 놓고도 이견이 있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중소 보험사의 한 관계자는 "대형 보험사들의 경우 가입자가 많고 이에 따른 보험료 은행 계좌 이체 수수료가 절감돼 지급결제를 반기는 분위기"라며 "하지만 중소사들은 가입자가 적고 자금력이 크지 않아 결제 망 이용 참가금 및 회비 등이 수수료 비용 절감 효과보다 더 큰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여기에 지급결제에 필요한 자체 전산 시스템 등 인프라 구축 비용도 만만치 않아, 순익이 작거나 적자가 발생한 중소사들에게는 부담이 될 수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여신업계 관계자는 "카드업계의 경우 대부분 지급결제 시장 허용을 원하고 있지만, 결제원 참가금 및 이용료가 얼마로 책정될지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며 "적정선의 금액이 책정되도록 금융당국이 조율할 것으로 보이지만, 은행권의 반발이 예상돼 내부적으로 관련 업무 진행 시점을 장기적으로 내다보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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