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이 1박 2일간 일본 방문 일정을 17일 마치고 귀국했지만, 그 정치적 후폭풍은 계속 이어지고 있다. 대통령실은 '미래지향적 한‧일 관계 시작'이라고 의미를 부여하고 있으나, 더불어민주당 등 야권에서는 '굴욕‧매국 외교'라며 강한 반발이 터져 나온다.
19일 일본 언론 보도에 따르면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는 지난 16일 도쿄 총리 관저에서 열린 한‧일 정상회담에서 '2015년 한‧일 위안부 합의' 이행을 요구하고, '다케시마(竹島·일본이 주장하는 독도의 명칭)' 문제도 언급했다. 이른바 '독도는 일본땅' 주장을 한 것으로 보인다.
대통령실은 17일 "정상회담에서 위안부 문제든 독도 문제든 논의된 바가 없다"고 공식 입장을 냈다. 박진 외교부 장관은 18일 KBS 9시 뉴스에 출연해 "독도라든지 위안부 문제는 의제로서 논의된 바 없다"고 했고, 김태효 국가안보실 1차장도 같은 날 YTN '뉴스와이드'에 출연해 "최근에 제가 기억하기로는 일본 당국자가 우리에게 독도 얘기를 한 기억이 없다"고 밝혔다.
다만 일각에선 '논의(서로 의견을 내어 토의함)'라는 단어에 주목하는 시선도 있다. 한‧일 양국 실무진이 해당 문제를 논의하지 않기로 사전에 약속했지만, 기시다 총리가 기습적으로 언급했을 가능성이다. 기시다 총리는 방사능 오염 논란이 있는 후쿠시마산 수산물 수입 규제 완화, 방사능 오염수 해양방류 등에 대해서도 언급한 것으로 알려졌다.
기시다 총리의 '독도는 일본땅' 기습공격에 윤 대통령은 적극적인 반박보다 '침묵'으로 응수했을 가능성이 제기된다. 상대방의 의제에 반응하기보다 무시하는 전략이다. 일본 측에서 언급했다는 보도가 쏟아지고 있지만, 대통령실이 '논의하지 않았다'고 반박하고 있는 간극도 그러한 차원에서 설명이 가능하다.
한편 대통령실은 18일 보도자료를 내고 "12년 만의 정상 양자 방문을 통해 그간 역대 최악으로 치달아 온 양국 관계 개선의 전환점을 마련했다"며 "기존 협력 채널의 복원 노력을 하면서 공급망 안정화, 핵심 첨단기술 진흥과 같은 경제안보 분야로도 협력의 범위를 확장했다"고 자평했다.
또한 이번 방일로 "정상 간 현안을 허심탄회하게 논의할 수 있는 '셔틀 외교'가 재가동됐다"면서 "국정과제인 '한‧일 셔틀외교 복원을 통한 신뢰 회복 및 현안 해결'을 지속해서 이행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윤 대통령은 이르면 5월 중순 기시다 총리의 지역구 히로시마에서 열리는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에 초청받을 가능성이 있다. 기시다 총리의 방한 시점은 그 이후인 7월이 거론된다.
반면 이재명 민주당 대표는 같은 날 서울시청 앞에서 열린 '대일 굴욕외교' 규탄 범국민대회에 참석해 "윤 대통령이 국민 뜻대로 행동하지 않고 끝내 일본 하수인의 길을 선택했다"며 "선물 보따리는 잔뜩 들고 갔는데 돌아온 건 빈손도 아닌 청구서만 잔뜩"이라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국민을 거역하고 역사를 저버린 이 무도한 정권을 그대로 두고 볼 수 없다"며 "피해자의 상처를 헤집고 한반도를 진영 대결의 중심으로 몰아넣는 이 굴욕적인 야합을 주권자의 힘으로 반드시 막아내자"고 호소했다.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