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윤 칼럼] 尹정부 '대일외교' 종착점은 어디인가?

기자정보, 기사등록일
김영윤 (사)남북물류포럼 대표
입력 2023-04-04 06:00
    도구모음
  • 글자크기 설정

[김영윤 (사)남북물류포럼 대표]




  
지난 3·1절 기념사를 필두로 '제3자 변제 방식'의 강제동원 해법, 한·일 정상회담(3.16)까지 한걸음에 달려온 윤석열 정부의 대일 외교 드라이브의 종착지는 어디인가? 윤 대통령은 "눈앞의 정치적 이익을 위한 편한 길을 선택해서, 역대 최악의 한·일관계를 방치하는 대통령이 될 수도 있었"지만, 그런 정치적 이익을 포기하는 결단을 내렸음을 강조했다. 그가 말하는 '정치적 이득' 뒤에는 어떤 셈법이 자리잡고 있는 것일까? 5년 단임 대통령의 10년 구상권 포기결단. 윤 대통령은 "우리 국익은 일본의 국익과 공동의 이익에 배치되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과연 그럴까?
 
윤 정부 결단의 지향점은 어디인가? 한마디로 '한·미·일 안보·경제공조강화'다. 하지만 지금과 같은 한·미·일 공조강화가 우리 사회의 내부 동력을 얻어 한국의 국익에 긍정적 효과를 발휘하게 할 수 있을까? 단언컨대 그렇지 않다. 현재의 대일본 관계에서 윤 정부의 한·일 공조강화는 부정적인 파급효과를 가져올 뿐이다. 여기에는 무엇보다도 먼저 우리의 자존감을 비하시키는 윤 대통령의 인식과 말이 문제다. 이의 단적인 예가 일제 식민지배가 우리가 "세계사의 변화에 제대로 준비하지 못해“ 일어난 국권 상실이라는 것이다. 이 말을 바꾸어 말하면 일제의 식민 지배를 우리가 자초했다는 것과 같다. 이런 사고방식은 정부가 대일본 관계나 한·일 공조를 이루는 데 있어 당당하지 못하게 한다. 수세적이며 수동적 자세를 갖게 하기 쉽다. 일본은 지금까지 틈만 나면 한국을 격하해 왔다. ‘한반도 유사(有事)’시에는 그들의 자위대가 북한 지역에 출병할 수 있다고도 했다. 여기에는 북한이 유엔에 가입한 국가이기 때문에 한국으로부터 동의를 구할 필요가 없다고 한다. 미국의 의도에 맞춰 호주, 영국, 필리핀 등과는 대만 유사시 대비 '원활화 협정((RAA·상호접근협정)을 체결한 바 있다. 헌법 개정 없이 양자협정만으로도 일본 자위대의 상대국 파병을 허용하고 있는 것이다. 그런 일본이 한반도 출병의 ‘원활화 협정’을 체결하려고 시도하지 않으리라는 보장이 있을까? 이에 윤 정부는 여느 때처럼 ‘국제정세 흐름으로 보아 불가피하다’고 하지 않겠는가 말이다.
 
윤석열 정부가 지금 하고 있는 처신은 격을 가진 국가라는 주체를 스스로 일본에 굽혀 들어가는 것이다. 조선인 강제 노역이 이뤄졌던 사도광산의 유네스코 문화유산 등재 문제는 물론, 일본이 수출규제를 철회하겠다고 하지도 않았는데, 서둘러 세계무역기구(WTO) 제소를 취하한 것을 보라. 취하한다고 해도 일본 정부가 먼저 우리한테 가하는 경제보복 조치를 철회한 다음에 하는 것이 순서가 아니겠는가. 우리가 먼저 제소를 취하하고, 그 위에서 정책 협의를 하겠다고 하니 국격의 추락은 물론, 우리 스스로 입지를 축소시키고 있는 것이다. 독도 영유권 문제만 해도 그렇다. 일본 언론들은 지난 정상회담에서 윤 대통령 면전에서 이 문제를 언급했다고 보도했다. 마쓰노 히로카즈 관방장관도 "다케시마는 역사적 사실에 비춰도, 국제법상으로도 명백한 일본 고유의 영토"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대통령실은 일관되게 "논의된 바 없다"고 부인만 할 뿐이다. 일본 초등학교 5, 6학년 사회 교과서에는 독도가 "일본 고유의 영토"라는 내용이 "정부 견해에 따른“ 것이라고 산케이 신문은 보도했다. 사태가 이런데도 함께 “미래로 가자!”라고 하면 끝날 수 있는 사안인가? 그러면서 윤 대통령은 지난 정상회담시 요미우리와의 인터뷰에서 “일본사람은 정직하고 정확하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진다.
 
강제동원에 대한 우리 정부의 입장문 발표에 미국은 기다렸다는 듯 쌍수로 환영하는 모습이다. 존 커비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전략소통조정관은 한국 정부의 강제동원 해법을 "역사적인 발표"라고 추켜세우면서 "바이든 대통령이 역사적 이슈를 해결하고 양자 관계를 개선하려는 이 발표를 환영"한다고 했다. ‘뉴욕타임스’도 "미국은 대 중국 보루를 만드는 데 집중하기 위해 이 지역의 가장 강력한 동맹국이 서로 잘 지내는 것이 필요하다"고 거들었다. 미국의 의도는 일본을 밀어주면서 중국을 압박해 들어가는 것이다. 중국 견제를 위한 동맹국의 결속은 미국 중심의 인도·태평양 전략 추진에 날개를 다는 셈이나 마찬가지다. 신 냉전구도가 심화할수록 열강에 둘러싸인 우리에겐 이익이 될 것이 하나도 없다. 한·미·일 사이의 협력은 그것을 보는 국익의 관점에 따라 큰 차이가 존재하는데, 윤석열 정부는 왜 한·미동맹 강화, 한·미·일 3각 안보 협력에 스스로 굽히고 들어가려고만 하는지 모르겠다.
 
역사적으로 형성된 한국 국민의 감정과 한·일 관계의 모든 맥락을 무시하고 윤석열 대통령 개인의 신념이 곧바로 전체 국민의 결단이 되어야 하는 것인지 묻고 싶다. 그 신념에 반대하는 사람들의 목소리는 정부의 결단 앞에 모두 침묵해야만 하는지도 알고 싶다. 대국민 대화와 설득은 어디로 가고 오로지 결단만 있어야 하는가? 공조하는 것은 좋다. 그렇지만 북핵문제가 해결되지 않는다고 해서 일본과 군사적으로 손잡는 것만 해결책이 아니지 않은가. 일본과의 군사협력으로 북핵 문제가 풀린다는 보장이 있는가? 그래서 우리의 영토와 영해에서 일본이 군사작전을 할 수 있는 가능성을 만드는 것이 과연 바람직한 것인지 제대로 성찰해야 하지 않겠는가.

우리에겐 한·미·일만 중요한 것이 아니다. 북한과 중국과 러시아와의 관계도 중요하다. 이전 정부 모두 하나같이 관심을 보냈던 ‘북방’은 윤 정부에서는 찾아볼 수가 없다. 우리의 국익을 위해서는 러시아와는 물론, 미국과 중국 사이에서도 균형을 유지해 국익을 추구하는 자세를 가져가야 한다. 한국이 당면한 경제상황은 절대로 녹록하지 않다. 저출산과 고령화, 노동력 부족 등 구조적 위기가 우리를 옥죄고 있다. 기업은 필사의 몸부림을 치고 있다. 이의 돌파구가 북한과의 경제협력이 될 수도 있지 않은가? 국방력 세계 5위의 우리가 미국의 확장억제에 동참함으로써 가공할 액수의 미국산 무기를 언제까지 계속해서 사들여야 하는가? 안보적 의존은 경제적 의존을 필수적으로 동반한다. 사상적 의존까지도 심화하게 된다. 이 모두가 윤 정부의 말대로 북핵 때문이라면, 이를 해결하기 위한 결단은 왜 없는가? 미 바이든 정부의 대북정책 목표가 ‘한반도 비핵화’라면, 미국으로 하여금 북한과 제대로 대화라도 한번 해볼 것을 요구해 보아야 하지 않겠는가? 우리의 국익을 위해 “한국은 미국과 중국 간 대결구도를 원하지 않는다”라는 말이 그렇게도 하기 어려운가? 한국의 외교는 과연 어디에서 무엇을 하고 있나? 윤 정부가 인식해야 할 점이 또 하나 있다. 국제관계에서 먼저 주면, 나중에 그만큼 받을 수 있다는 생각은 성립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것이 지극히 나이브(naive)한 생각이라는 것은 외교 초보생도 다 안다. 담대하게 양보했다고 일본이 담대하게 호응해올 것이라는 기대 자체가 무지에서 비롯된 것이다. 기고만장해 있는 일본. 이는 바로 윤 정부의 그런 무지의 소산(所産)임을 깨달아야 할 것이다.



김영윤 필자 주요 이력 
▷독일 브레멘 대학 세계경제연구소 연구원 ▷통일연구원 북한경제연구센터 소장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 상임위원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컴패션_PC
0개의 댓글
0 / 300

로그인 후 댓글작성이 가능합니다.
로그인 하시겠습니까?

닫기

댓글을 삭제 하시겠습니까?

닫기

이미 참여하셨습니다.

닫기

이미 신고 접수한 게시물입니다.

닫기
신고사유
0 / 100
닫기

신고접수가 완료되었습니다. 담당자가 확인후 신속히 처리하도록 하겠습니다.

닫기

차단해제 하시겠습니까?

닫기

사용자 차단 시 현재 사용자의 게시물을 보실 수 없습니다.

닫기
실시간 인기
기사 이미지 확대 보기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