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진짜 전쟁’이 발발했음을 밝혔다고 AP통신이 9일(현지시간) 보도했다.
푸틴 대통령은 이날 전승절을 맞아 러시아 모스크바 붉은 광장에서 열린 기념 퍼레이드에서 연설을 통해 “오늘날 문명은 다시 한 번 결정적인 전환점에 있다”며 “우리의 조국을 상대로 한 진짜 전쟁이 자행됐다”고 말했다.
그는 "러시아의 적들은 우리의 붕괴를 바란다. 그들은 우리나라를 파괴하려 한다"며 "우리는 국제 테러리즘을 물리쳤으며, (우크라이나 동부 점령지) 돈바스 국민을 지키고, 우리의 안보를 지킬 것"이라고 강조했다.
러시아는 지난해 2월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이래 줄곧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을 ‘전쟁’이 아닌 ‘특별 군사 작전’이라고 칭했다. 푸틴 대통령이 이날 기존 입장을 버리고 공식적인 '전쟁'으로 규정한 것은 추가 동원령을 발동하기 위한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푸틴 대통령은 연설에서 서방의 ‘길들여지지 않은 야망’, ‘오만함’이 분쟁의 원인이라고 주장하며, “러시아를 위해! 우리의 용감한 군대를 위해! 승리를 위해!”라고 외치며 연설을 마쳤다.
러시아는 전승절 기념 퍼레이드에 앞서 우크라이나 전역에 미사일 공격을 퍼부었다. 우크라이나 공군에 따르면 러시아군은 이날 새벽 내내 25발에 달하는 미사일을 발사했다. 우크라이나군은 방공망을 통해 미사일 23발을 격추했다.
이번 전승절 퍼레이드는 과거에 비해서 조용하게 치러졌다. 수년 만에 처음으로 최소 21개의 도시에서 군사 퍼레이드를 취소했다. 또한 전승절에는 도시 거리 곳곳에서 2차 세계 대전에서 사망했거나 복무한 친인척의 초상화를 든 군중들이 행렬을 한다. 그러나 이 역시 여러 도시에서 취소됐다.
지역 관리들은 행사 취소의 이유로 보안 문제를 들었다. 앞서 지난 3일 크렘린궁은 드론 공격을 받는 등 예기치 못한 공격에 노출될 수 있다는 우려다. 러시아는 드론 공격의 배후로 우크라이나를 지목했지만,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우크라이나가 개입하지 않았다고 반박했다.
일각에서는 러시아인들이 우크라이나에서 사망한 친인척의 초상화를 행렬에 가져갈 수 있는 점이 행진을 취소한 이유라고 추측했다. 이는 전쟁 장기화에 따른 러시아의 손실 규모를 방증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AP는 전했다.
이번 전승절 행사에는 사디르 자파로프 키르기스스탄 대통령만 참석하기로 애초 예정됐으나, 아르메니아, 벨라루스, 카자흐스탄, 타지키스탄, 투르크메니스탄, 우즈베키스탄의 정상들도 참석한 것으로 알려졌다.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