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에도 못 갈 판이다. 백악관과 공화당이 부채한도 상향을 두고 팽팽한 기 싸움을 벌이면서 평행선이 좁혀질 기미가 안 보인다. 월가에서는 연방정부의 채무불이행(디폴트)이 발생한다면 미 경제에 미치는 파장이 어마어마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9일(현지시간) 백악관에서 상·하원 여야 지도부와 만나 연방정부 부채한도 상향을 논의했으나 별다른 타협에 이르지 못했다.
참석자들은 백악관 집무실에서 1시간 가량 회담을 가진 후, 디폴트를 막기 위해 보좌관들이 매일 논의키로 합의하는데 그쳤다.
미국 수정헌법 14조를 발동하는 안도 배제하지 않았다. 수정헌법 14조는 ‘연방정부의 모든 채무는 준수돼야 한다’고 규정한다. 백악관은 이 법안을 근거로 부채한도를 무시하고 연방정부 채무를 지급하는 안을 검토하고 있다. 다만, 아직 사용하지 않은 코로나 바이러스 관련 구호 자금을 회수하는 등 공화당에 타협안을 제시한 것으로 보인다고 로이터는 전했다.
케빈 매카시 하원의장(공화당)은 “어떤 새로운 움직임도 보지 못했다”며 회담 후 기자들에게 진전이 없었다고 말했다.
바이든 대통령과 상·하원 여야 간부들은 오는 12일에 다시 만나 논의를 이어가기로 했다. 문제는 바이든 대통령의 주요 7개국(G7) 정상회담 등 해외 순방과 상·하원 휴회를 고려하면 재닛 옐런 재무부 장관이 특정한 엑스-데이트(X-date)인 6월 1일 전까지 이들이 논의를 위해 모일 수 있는 날은 사실상 7일밖에 남지 않았다는 점이다.
이에 바이든 대통령은 이달 19~21일 일본에서 열리는 G7 정상회의 불참 가능성도 시사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회담 후 기자들에게 “이것(부채한도 상향 문제)이 어젠다에서 가장 중요한 단일 사항”이라며 “문제가 해결될 때까지 여기에 머물 것”이라고 말했다.
경제학자들은 디폴트가 발생하면 실업률이 치솟는 등 미국 경제를 깊은 침체에 빠뜨릴 뿐만 아니라 미국 국채에 기반을 두고 있는 글로벌 금융시스템을 흔들 수 있다고 경고했다.
과거에도 부채한도 상향을 둘러싼 갈등은 디폴트를 코앞에 두고 막판 타결이 이루어지곤 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현재 미국 정치권의 분열이 역대급으로 확대된 점에 비출 때 지금은 과거와는 다르다고 경고했다. 부채 한도 상향을 고수하는 백악관과 지출 삭감을 요구하는 공화당은 현재 평행선만 달리고 있다.
일각에서는 이번 회계연도가 끝나는 9월 30일까지 한시적으로 부채 한도를 상향 내지 유예하는 방안이 거론된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번 회담 후 이러한 단기적 합의를 배제하지 않는다고 말했지만, 매카시 의장은 부정적인 입장을 밝혔다.
닐 브래들리 미국 상공회의소 부회장은 양측이 계속 만날 것이란 점은 긍정적이라고 평하면서도, “시간이 지날수록 실수로 디폴트로 이어질 위험이 증가한다”고 로이터통신에 말했다.
월가는 디폴트 가능성에 우려를 표했다. 월가 기업과 은행권 모임인 재무부차입자문위원회(TBAC)는 미 재무장관에 서한을 보내 “재무부가 이자 또는 원금 상환을 지연하는 것은 엄청난 규모의 사건이 될 것”이라며 “금융시장뿐만 아니라 실물경제에도 마찬가지”라고 경고했다.
특히 이들은 전체 금융 시스템의 중추로 작용하는 국채 시장에 대한 의문이 커지면 투자자들이 채권 및 주식시장에서 이탈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들은 부채한도 상향 논의가 “무모하고 무책임하다”며 “(디폴트는) 상상할 수 없는 사건”이라고 말했다.
반면 일각에서는 낙관적 전망도 제기됐다. 억만장자 빌 그로스는 “100% 확률은 아니지만 (부채한도 문제는) 항상 해결되곤 했다”며 단기 국채를 사라고 조언했다. 디폴트 위기에 투자자들이 국채를 내다 팔면서 단기 국채 가격은 급락했다. 미 1개월물 국채 금리는 2008년 이후 최고 수준인 5.354%를 찍는 등 국채 금리가 급등한 상황이다.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