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민식 국가보훈부 장관이 서울현충원을 한국판 알링턴 국립묘지로 만들어 호국보훈 성지로 탈바꿈시킨다는 청사진을 15일 내놨다. 보훈정책 관련 싱크탱크 역할을 수행할 ‘보훈정책개발원’ 설립과 국립묘지 신설·확충 계획도 제시했다. 과거의 희생에 대한 보상을 넘어 지속 가능한 미래를 이끌어가는 보훈부를 만들겠다는 목표다.
박 장관은 이날 서울 용산구 육군회관에서 정책설명회를 열고 “서울현충원을 미국 알링턴 국립묘지처럼 국민들이 365일 즐겨 찾는 대한민국 호국보훈 성지로 재창조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매년 현충일(6월 6일) 하루만 찾아가는 장소가 아니라 국민과 외국인 관광객들이 찾는 ‘핫플레이스’로 만든다는 게 박 장관의 구상이다. 앞서 정부는 지난 5일 보훈부 출범에 맞춰 서울현충원을 국방부에서 보훈부로 이관하는 방침을 확정한 바 있다.
박 장관은 “서울현충원, 용산호국보훈공원, 광화문으로 이어지는 호국역사로드를 조성해 국가 품격을 높이는 세계적인 명소가 될 수 있도록 역점을 두고 추진하겠다”고 강조했다.
이를 위해 보훈부는 건축‧조경‧도시계획‧생태‧교통 등 각 분야 전문가가 참여하는 ‘서울현충원 재창조 자문위원회’를 구성했다. 자문위는 16일 발족한다. 이달 말까지 자문위원회 회의와 대국민 여론조사 등을 거쳐 기본구상(안)을 수립한다. 박 장관은 서울현충원에 국민들이 쉽게 접근할 수 있도록 동작대교와 인근 도로 차선을 바꾸는 구상도 갖고 있다.
박 장관은 “보훈부의 가장 중요한 임무는 국가를 위한 희생과 헌신이 존중받는 보훈문화 확산”이라며 “보훈문화 조성을 위한 정책 연구를 수행할 독립기관으로 보훈정책개발원을 설립하겠다”고 말했다. 보훈정책개발원은 경기도 수원에 둥지를 틀 예정이다.
독립기념관 내 전쟁‧산업화‧자유민주주의 발전 특별전과 상설 전시관도 조성된다. 국난 극복사에 더해 자유 대한민국 발전사까지 전시‧연구‧교육을 균형 있게 강화하기 위한 것이다.
국립묘지 신설·확충 사업도 추진한다. 2025년까지 1020억원을 들여 5만기 규모로 국립연천현충원을 조성한다. 국립강원호국원은 2028년까지 2만기 규모로 497억원을 투입해 만든다. 전남권 국립묘지도 연구용역 중이다. 기존 5개 호국원은 확충 등을 통해 안장 여력 20만기 이상을 확보할 예정이다.
박 장관은 행정안전부가 주관하는 3·1절과 광복절 기념식도 보훈부 소관 업무로 이관한다는 계획도 세워두고 있다. 박 장관은 “여론조사를 보면 국민 대다수가 3·1절과 광복절 행사를 보훈부가 주관하는 것으로 안다”며 “(보훈부가 이들 행사를 주관하는 것은) 비정상을 정상으로 돌리는 것이기 때문에 이른 시일 내에 정상화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언급했다.
박 장관은 미국과 보훈 외교를 강화하겠다는 의지도 내비쳤다. 그는 “미국 워싱턴DC에 여러 부처 주재관들이 나가 있지만 보훈부는 없다”며 “대통령도 말씀하셨고 이번에 (미국에 주재관을 파견하는 것이)급물살을 탈 것 같다”고 했다. 지난 13일 윤석열 대통령은 국무회의 주재 당시 ‘미국에라도 보훈 주재관을 둘 필요가 있다’는 박 장관 건의에 “반드시 필요하다”며 공감을 표한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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