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 부동산 시장이 침체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대구 핵심 상업지에 위치한 건물 또한 공매에서 5회 유찰되는 등 알짜 부지조차 투자자들에게 외면받는 상황이다. 미분양 전국 1위를 이어가는 등 부동산 시장 침체가 심한 대구에서는 프로젝트파이낸싱(PF) 대출이 어렵고 사업장 부실이 발생하는 사례가 많은 것으로 풀이된다.
19일 한국자산관리공사 자산처분시스템에 따르면 이날부터 이달 25일까지 입찰기한이 남은 공매 매각 물건은 전국에서 대구(190건)가 가장 많았다. 인천이 179건으로 뒤를 이었고 △울산 88건 △광주 82건 △부산 78건 △세종 78건 △대전 42건 순이었다.
공매에서 유찰된 물건 비중도 대구가 가장 높았다. 올해 1월부터 이날까지 개찰이 이뤄진 1315건 가운데 1020건(78%)이 주인을 찾지 못했다. 이는 전국 광역시 중 가장 높은 수치로 부산(68%), 대전(66%), 광주(63%) 등과 차이가 컸다.
최근 대구에서는 핵심 상업지역에 위치한 사업장도 공매로 나왔는데 결국 주인을 찾지 못했다. 주상복합개발사업을 추진 중이던 대구 중구 서내동 22 일대 기타주거용건물(면적 9102㎡ 규모) 매물은 초기 감정가 1118억원에 나와 지난 1일까지 5회 연속 무응찰로 유찰됐다. 입찰가는 750억원까지 떨어졌지만 찾는 사람이 없자 우선수익자 요청으로 공매가 중지됐다. 해당 사업지는 도보로 5분 거리에 중앙로역(지하철 1호선)·대구역(기차역·1호선)이 있고 영화관과 병원, 공원이 있다.
이주현 지지옥션 선임연구원은 "처분을 위해 공매로 내놓았다가도 공매로 인해 가치가 떨어지면 공매를 취소하는 사례가 많다"며 "해당 사업장은 금액이 너무 크고 현재 부동산 경기가 좋지 않아 유찰되다 보니 수익자(채권자)가 공매를 취소하고 다른 사업자를 구하거나 협의 중인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 밖에 대구 달서구 본리동 376-2 숙박시설도 응찰자가 없어 지난 14일 8회째 유찰됐고 달서구 장기동 539-2 대지도 8번째 유찰됐다.
공매 매물 중 상당수는 신탁사에서 나왔다. 사업 진행이 어려워지자 갖고 있던 토지나 건물을 팔아서 대출액 일부라도 회수하려는 것이다.
대구 부동산 시장 침체가 지속하는 상황이라 향후 부실 사업장이 더 늘어날 가능성이 높다. 국토교통부 집계 결과 4월 말 기준 대구 지역에서 준공 후 미분양된 물량은 1017가구로 작년 12월(281가구) 대비 3~4배 증가했다. 전국 17개 시도 가운데 가장 많은 수치다. 일반 미분양을 포함해도 대구는 1만3028가구로 1위이며 전국 총 7만1365가구 중 18%를 넘는다.
부동산신탁사 관계자는 "부동산 PF 상황이 안 좋아 신탁사 사업장에서 부실 사례가 늘어나고 있는데 특히 지방 사업장 손실이 커 힘든 상황"이라며 "지난해 말부터 공매로 나오는 사업장들이 급증하고 있으며 지방 사업장 가운데 앞으로 공매에 나올 물건들이 더 많을 것으로 보인다"고 관측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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