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단으로 치닫는 '곰표밀맥주' 분쟁...편의점 대결로 확전

대한제분·제주맥주, 편의점서 곰표밀맥주 시즌2 판매 시작

곰표밀맥주 시즌 2 제품. [사진=제주맥주]

밀맥주 시장을 둘러싼 곰과 호랑이의 대결이 시작됐다. 

대한제분과 세븐브로이 간 갈등이 격화하고 있는 가운데 '곰표밀맥주 시즌 2'의 편의점 출격이 본격화하면서다. 새롭게 출시된 곰표밀맥주는 대한제분이 세븐브로이와 결별한 뒤 제주맥주와 손 잡고 만든 후속 제품이다. 곰표 상표권이 발단이 된 두 업체 간 밀맥주 전쟁의 최종 승자가 누가 될지 업계의 이목이 쏠린다. 

대한제분과 제주맥주에 따르면 곰표밀맥주 시즌 2가 21일부터 CU, GS25, 세븐일레븐, 이마트24, 미니스톱 등 전국 편의점에서 판매를 시작했다. 

곰표밀맥주 시즌 2는 세븐브로이와 협력관계를 청산한 뒤 새 파트너인 제주맥주와 협업한 제품이다. 곰표밀맥주는 당초 대한제분의 ‘곰표’ 브랜드를 활용한 제품으로, 2020년 출시 이후 5085만 캔 이상 판매된 베스트셀러 맥주다. 특히 국내 주류 시장에서 수제맥주 돌풍을 일으킨 주역으로 꼽힌다.

제주맥주는 판매처도 순차적으로 마트, 슈퍼 등 유통채널을 넓히며 소비자 접점을 늘릴 계획이다.

밀맥주 시장을 둘러싼 대한제분과 세븐브로이 간 정면 대결은 불가피해졌다. 대한제분과 상표 계약을 끝낸 세븐브로이는 지난 4월 말 대표밀맥주로 명칭을 바꿔 재판매에 돌입했다. 곰표 대신 호랑이로 캐릭터를 변경했지만 맛은 곰표밀맥주 시즌 1과 동일하다는 점을 내세워 기존 마니아층 흡수를 노리고 있다. 곰표밀맥주 고객층을 뺏겠다는 속내가 엿보인다. 

대표밀맥주 제품. [사진=세븐브로이]

다만 대표밀맥주의 외형 확장에는 한계가 분명하다. CU에서만 단독판매하기 때문이다. 판매처 한계를 뛰어넘기 위해 세븐브로이는 팝업스토어 형태로 대면 마케팅에 적극 나서며 대응책을 강구하고 있지만, 아직 곰표밀맥주 시즌1과 같은 뚜렷한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한편에서는 최근 세븐브로이가 대한제분을 상대로 법적 소송에 나선 것도 이러한 약점을 상쇄하기 위한 것 아니냐는 주장도  나온다. 실제로 세븐브로이는 최근 대한제분의 곰표밀맥주 시즌 2 제품에 대해 판매금지 가처분 신청을 한 데 이어 공정거래위원회에 거래상 지위를 이용한 불공정거래 행위, 사업활동방해행위 금지 위반으로 제소한 상태다. 

전날에는 대한제분의 새 곰표밀맥주가 세븐브로이의 레시피를 도용했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대한제분이 세븐브로이의 기술을 경쟁사인 제주맥주에 전달해 사업 활동을 방해했고 자사의 수출 사업도 탈취했다는 지적이다. 

대한제분은 지난 19일 사실이 아니라며 허위사실 유포에 대한 법적 책임을 묻겠다는 입장을 명확히 했다. 

회사 측은 "재출시되는 곰표밀맥주는 새로운 파트너사(제주맥주)의 독자적 레시피로 생산되는 제품"이라면서 "레시피가 기존과 동일하다는 (세븐브로이 측) 주장은 상식적이지 않고 사실이 아니다. 허위 사실을 유포해 당사의 사업 활동을 방해하는 등 법률 위반 행위에 대해서는 응당한 조치를 하겠다"고 반박했다. 

양측의 갈등이 법적 다툼으로 번지며 최고조에 달한 만큼 판매 실적에서 앞서기 위한 두 업체 간 출혈경쟁으로 수제맥주 시장이 혼탁해질까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밀맥주 시장을 둘러싼 대한제분과 세븐브로이 간 갈등이 과도한 마케팅 경쟁으로 확대될까 염려된다”면서 "가뜩이나 국내 수제맥주 시장의 성장세가 주춤한 상황에서 판촉 경쟁까지 벌어지면 수익성은 더욱 악화할 수밖에 없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