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로 들어오는 미세먼지를 하루 24시간, 1년 365일 측정합니다."
지난 20일 인천 백령도대기환경연구소에서 만난 안준영 국립환경과학원 연구관은 백령도 연구소에 대해 이같이 소개했다. 백령도는 북한 황해남도 장산곶 남쪽 38도선 바로 아래에 있는 한반도 서해 최북단 섬이다. 환경부 소속 국립환경과학원은 2008년 이곳에 대기환경연구소를 만들었다. 국내 1호 대기환경연구소다.
대기환경연구소는 고농도 오염 현상 특성과 주요 원인을 파악하는 업무를 맡고 있다. 중국을 비롯한 해외에서 국내로 들어오는 미세먼지와 황사, 장거리 이동오염물질을 감시하는 일도 한다.
전국 11개 대기환경연구소 가운데 백령도 연구소는 중국과 가장 가깝다. 연구소와 중국 산둥반도 간 거리는 약 180㎞에 불과하다. 따라서 중국·몽골 등에서 발원해 우리나라로 들어오는 황사와 미세먼지를 가장 먼저 관측할 수 있다.
섬에서 배출하는 오염물질이 적어 이동하는 오염물질에 대한 정확한 관측과 인위적 오염이 없는 자연 상태에서 오염 정도를 나타내는 배경농도 파악에 유리한 것도 장점이다.
안 연구관은 "한반도로 유입되는 국외 오염물질을 가장 빨리 감시할 수 있는 전초기지이자 동북아 대기오염 현황과 한반도 배경농도 파악을 위한 주요 거점"이라고 설명했다.
백령도대기환경연구소 옥상에는 시료를 채취하는 시설이 여러 대 세워져 있다. 여기서 포집한 미세먼지는 긴 관(인넷)을 통해 바로 아래층에 있는 에어로솔분석실로 자동으로 옮겨져 성분 분석이 이뤄진다.
41종에 이르는 장비 50대가 24시간 쉬지 않고 돌아가며 미세먼지를 만드는 황산염·질산염·암모늄 같은 이온 성분과 유기탄소·원소탄소 등 탄소 성분을 실시간으로 분석한다. 이렇게 분석한 정보는 환경공단이 운영하는 대기질 정보 누리집인 에어코리아를 통해 국민에게 공개한다.
1년 내내 장비를 가동하며 대기오염물질을 측정·분석하는 곳은 전 세계에서 이곳이 유일하다고 환경과학원은 설명했다.
분석실 한쪽에는 불화수소 측정기가 있다. 해외에서 대규모 화학사고가 발생했을 때 국내로 들어오는 오염물질을 감시하기 위한 장비다.
공동 연구·협력도 활발히 진행 중이다. 국내 대학과 다자연구협약을 맺고 연구 기능 강화, 측정 자료 활용 방안 확대 등도 추진하고 있다. 미국 항공우주국(NASA)이 운영하는 국제 에어로졸 관측 네트워크인 에어로넷에도 등록돼 있다.
2016년 NASA와 손잡고 한국 대기질 공동 조사에 나섰다. 한반도 미세먼지 문제 원인을 분석하는 역대 최대 규모의 한·미 공동 조사였다. 당시 한국 초미세먼지 발생에 국내 요인이 52%, 국외 요인이 48%(중국 34%·북한 9% 등) 기여했다는 내용을 담은 보고서를 발표했다. 환경과학원 관계자는 "내년에 NASA와 2차 공동 연구를 수행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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