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는 영화 '귀공자'의 주연 배우 강태주와 만나 인터뷰를 진행했다. 박성웅, 김다미, 신시아 등 출중한 배우를 발굴해 낸 박훈정 감독의 안목을 다시금 실감할 수 있는 자리였다.
다음은 아주경제와 인터뷰를 진행한 강태주의 일문일답이다
- 힘든 시기에 만난 작품이라서 잘 해내고 싶었다. 잘 만들어서 보여드리고 싶다는 생각뿐이었다.
무려 1980:1의 경쟁률을 뚫고 '마르코' 역을 차지했다. 오디션은 어떻게 준비했나?
그런 부분이 통한 모양이다
- 감독님께 적극적으로 어필했었다. 하하. 마지막쯤에는 감독님께서 '뭘 잘하냐'고 물으시기에 '뭐든 할 수 있다'고 했다. '영어 욕도 가능하냐'고 하기에 마구 쏟아냈다. 영화, 드라마를 보며 대사를 따라 하는 걸 좋아했었는데 그런 점들이 도움이 됐다. 감독님께 '영어 욕도 자신 있다'고 적극적으로 어필했었다.
합격 소식도 남달랐을 것 같다. 치열한 경쟁률인 것을 알았지 않았나
- 오디션 후 한참 지나서였다. 소속사 실장님께서 전화로 근황을 물으셨다. '참 힘들지' 하시기에 속으로 '아, 잘 안됐나 보다' 생각했었다. 오디션을 볼 때마다 최종에서 탈락하곤 했었으니까. 이번에도 그렇구나 싶더라. 속으로 '마지막에 선택되는 배우는 아닌가 보다' 생각했었다. 당시 27살이어서 고민이 더 깊었다. 다른 일을 알아봐야 하나 싶었다. 상심하고 있는데 실장님께서 '다음 달부터 촬영하자'고 하시더라. 그 자리에서 소리 지르고 펄쩍펄쩍 뛰면서 기뻐했었다.
박훈정 감독이 캐스팅 이유를 설명해 주었나?
- 무서워서 못 여쭤봤다. 홀로 유추해 봤을 때는 제가 가진 장점이 반, 감독님께서 만들어 갈 수 있을 거라는 생각 반이었던 것 같다. 실제로도 감독님께서 잘 다듬어 주시기도 했고.
- 일부러 '혼혈아처럼 연기해야겠다'고 생각한 건 아니었다. 영어, 한국어 모두 능통한 캐릭터라서 그 인물의 마음가짐이나 심리에 집중하자고 생각했다. '마르코'가 이렇게 될 수밖에 없는 이유를 생각하고, 그의 내면이나 심리에 초점을 맞추었다.
박훈정 감독과의 작업은 어땠나? 박 감독의 감독도 궁금하다
- 배우들에게 맡겨주시는 편이다. '마르코' 캐릭터에 관해 구체적인 디렉팅을 해주시기보다는 제가 막히는 부분에서 하나씩 힌트를 던져주시는 편이다. 예를 들어서 후반에 감정적으로 클라이맥스를 찍는 장면이 있었는데 잘하고 싶다 보니 감정을 너무 격하게 쏟아냈더라. 그 장면에서 모든 걸 보여드리고 싶어서 과하게 욕심을 냈다. 그런데 감독님께서 '너무 화가 나면 되레 이성적일 때도 있다'고 한마디 하시더라. 그 말이 확 와닿았다. 전환점이 되더라. 배우를 배려해 주시면서 조금씩 방향을 바꾸어 주신다.
데뷔작이다 보니 마음이 많이 쓰일 것 같다
- 매일 포털사이트나 사회관계망서비스에 제 이름을 검색해 본다. 제 글은 모두 검색해서 다 읽어보는 편이다.
그럼 인상 깊은 반응도 있었겠다
- 강태주가 누군 줄 몰랐는데 영화를 보고 궁금해졌다는 반응에 감동했다. 무심하게 말씀하셨지만 영화를 보고 검색해 볼 정도면 제게 관심이 생겼다는 게 아닌가. 그 반응이 정말 감사했다.
- 할머니, 할아버지께서 목포에 사시는데 영화를 보려고 서울까지 올라오셨다. 다른 가족들은 영화를 보고 좋아하셨고 대견해하셨는데 어머니와 할머니께서는 너무 속상해하시더라. 영화 속에서 구르고 맞고 하는 걸 진짜처럼 여기시더라. 그걸 보니 뭉클하기도 했다.
떠들썩하게 데뷔작을 마쳤다. 다음 행보에 관해 부담도 있을 거 같다
- 한 사람 몫을 잘 해내고 싶다. 작품마다 새로운 고민이 생긴다. 잘 해내고 싶다. '귀공자'를 하면서 많은 걸 배웠다. 선배님들께서 저 위치까지 오르시고 인정도 받는데 끊임없이 고민하고 계시더라. 그 점을 본받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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