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호이의 사람들] 베르나르 베르베르 작가가 바라보는 챗 GP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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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호이 객원기자
입력 2023-08-01 1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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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에서 가장 인기있는 작가 중 한 명인 프랑스 출신 소설가 베르나르 베르베르. 그는 특유의 상상력과 필력으로 국내외 많은 팬들의 사랑을 받고 있다. 사회관계망서비스(SNS)의 발달로 누구나 자신의 글을 쓰고 공유하는 것이 편해진 요즘, 상상력을 글쓰기로 잇는 비결에 대해서 그와 이야기를 나눴다.
 
베르나르 베르베르 작가 사진 김호이 기자베르나르 베르베르 작가 [사진=김호이 기자]
-책 '꿀벌의 예언'을 쓰게 된 계기는 뭔가.
사회성을 가진 동물들에 관심이 많았어요. 사회 조직을 구성해서 도시를 건립하고 도로까지 만드는 동물들에 관심을 가지고 있었는데 그래서 제일 첫 번째로 개미를 쓴 거예요.

개미보다 꿀벌에 흥미를 가지고 있는 이유는 꿀벌이 생성하는 것을 우리가 먹기 때문이죠. 그래서 이건 미각과 관련된 것이기도 해요. 동물이 만들어 내는 걸 먹을 수 있을 때 우리에게 관심을 끌 수 있어요. 우리가 이런 미각 경험을 통해서 달콤함과 큰 기쁨을 느낄 수 있어요.

이러한 점에서 시작해서 디저트라는 개념이 생긴거죠. 꿀벌의 세계가 흥미로운 건 모든 것이 여왕 중심이라는 점이에요. 그리고 살충제 때문에 벌들이 멸종위기에 처한다는 것과 그걸 통해서 인간과 자연의 관계가 중요하다는 걸 알게 됐어요. 꿀벌은 환경오염에 민감하거든요. 그래서 꿀벌을 잃는 순간 인간도 위험에 처해요. 우리가 섭취하는 채소의 대부분이 꿀벌을 통해서 수분이 전달되니까요.

그래서 꿀벌이 우리 인간에게 중요하다는 걸 상기시키기 위해서 책 '꿀벌의 예언'을 쓴 거예요.
 
-코로나를 비롯해 이전에 없던 질병들이 생겨나기도 한다. 이런 부분이 글을 쓰는데 어떤 영향을 줬나.
코로나19가 글쓰기에 영향을 미친 건 없어요. 저는 주로 미래에 대해서 이야기를 쓰기 때문에 현재의 상황이 제 글쓰기에 영향을 받지 않도록 노력해요. 8년 전에 '제3인류'라는 책을 썼는데 그 책에 조류독감이 인간에게 미치는 영향에 대해서 이야기 했었는데 코로나19를 지나고 보니까 '제3인류'에서 했던 이야기와 비슷한 점들이 있는 것 같아요. 제 직업은 앞으로 미래에 일어날 일을 예견하는 것과 관련이 있다고 생각해요.
 
-코로나 이후 4년 만에 한국에 왔는데 어떤가.
너무 기뻐요. 코로나19 시기에 전세계가 겨울을 보냈다면 이제야 봄이 온 것 같아요.
그동안 한국에 대한 뉴스는 계속 봐왔어요. 중국과 북한, 러시아 등 한국에 불안정한 국가들이 많은데 복잡하고 지정학적 국가임에도 불구하고 차분함을 유지하는 게 강점이라고 생각해요. 프랑스에서는 한국의 역사를 모르는데 저는 이순신 장군의 이야기가 너무 대단하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한국 고유의 문화와 에너지를 발견하는 게 놀라운 경험이에요. 모든 국가의 국민들이 한국처럼 교육을 잘 받았다면 문제들은 일어나지 않을 거예요.
 
-처음 작가를 시작했을 때의 꿈을 얼마나 이뤘나.
작가로서 굉장히 행복해요. 독자들이 많거든요. 작가로서 책을 썼는데 아무도 읽어주지 않는 만큼 최악의 상황은 없을 거에요. 처음에 사인회를 열었을 때 독자들이 저를 찾아주지 않아서 제가 기다렸었는데 그래서 작가로서 독자들이 저를 찾아주지 않는 것만큼 외로운 건 없다는 걸 잘 알아요. 지금은 사인회를 하면 많은 분들이 찾아주셔서 작가로서 꿈을 이뤘다는 생각이 들어요. 책과 관련된 소원들은 이뤄졌고요. 지금도 소설을 쓰고 있는데 30년 동안 30권의 책을 썼어요.

처음에 한국에 왔을 때 출판 관계자가 본인의 딸을 소개해줬는데 그분이 자라서 지금 저의 편집자예요. 한국이 맺어준 인연이 많아요. 저의 성공은 한국 출판사와 밀접한 영향이 있어요. 좋은 책이더라도 좋은 출판사를 만나지 않으면 좋은 독자들을 만날 수 없어요. 제 책이 한국에서 성공을 할 수 있었던 요인은 한국 독자들 덕분이에요. 한국 독자들은 미래에 대해서 관심이 많거든요.
 
-챗 GPT가 출판계 화두가 되고 있다. 이런 시대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나.
신기술에 대해서 두려워하면 안 된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우리가 해야 되는 건 신기술이 나왔을 때 관점을 바꿔서 적응하는 거예요. AI가 과거에 나온 이야기는 쓸 수 있어요. 근데 소설가의 직업은 존재하는 것을 다루는 게 아닌 존재하지 않은 새로운 것을 창조하는 거예요. 세상 어느 AI도 제가 구상하고 있는 소설을 알 수 없을 거예요.

존재 하는 책을 카피만 할 수 있는 거죠. AI가 발달하고 있는 상황에서 AI가 우리를 창조하게 만들게 될 거고 모방하는 작가들은 자리를 잃게 될 거예요. 독창성이 없으면 사람들의 흥미를 끌 수 없을 거예요. AI의 등장으로 인해서 더 독창적이고 과감하게 써야 될 거예요. 이를 통해서 문학의 질이 높아질 거예요. AI를 어떻게 쓰냐에 따라서 최후에는 위험이 될 수 있어요. 사용하는 사람의 의도에 따라서 모든 것이 달라질 거요. AI를 규제하게 된다면 민주적인 국가에서는 잘 적용될 거예요. 그렇지만 독재적인 국가에서는 나쁘게 사용될 수 있겠죠. AI에서 우리를 보호하기 위해서는 긍정적인 AI를 만들어야 돼요.
 
-문학상에 관심이 없다고 들었다. 향후 문단에서 인정하는 작품을 쓰고 싶다는 생각이 있나.
저는 체제 밖에 있는 작가예요. 문학을 공부한 적도 없고요. 제 일이 스토리텔링이라고 생각해요. 저의 출판사에서도 문학상과 대중성을 둘 다 잡을 수 없다고 했어요. 프랑스에서는 문학상을 받는 작품을 잘 읽지 않아요. 그래서 문학상에 대한 모순된 점이 있다고 생각해요. 프랑스에서는 작가 문학상을 받는 순간 집필을 잘 안하는 편이에요. 저에게 그런 명예는 관심사는 아니고 젊은 대중에게 다가가는 게 제 관심사예요. 사람이 행복해지기 위해서는 자기의 자리를 찾아야 돼요. 저는 저의 자리가 스토리 텔러로서 프랑스와 한국에서 사람들을 즐겁게 하는 거예요. 이건 세상의 그 어떤 AI도 할 수 없어요.
 
-기억력과 창의력, 상상력을 유지하기 위한 습관이 있나.
제가 기억력이 안 좋아서 메모를 해요. 그리고 저는 일어나자마자 꿈을 기록해요. 항상 머리맡에 스마트폰이나 메모장을 놓고 일어나자마자 기록하는 게 좋아요. 그리고 글쓰기를 매일 규칙적으로 해야 되고요. 글을 잘 못쓰더라도 매일매일 쓰다 보면 잘 쓰게 될 거예요.
 
베르나르 베르베르 작가와 김호이 기자와 함께 사진 김호이 기자(왼쪽부터) 베르나르 베르베르 작가와 김호이 기자 [사진=김호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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