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권의 경쟁 촉진을 위해 금융당국이 금융회사의 은행 전환(지방은행→시중은행, 저축은행→지방은행)을 적극 추진키로 하면서 DGB대구은행이 첫 전국구 은행에 도전한다. 황병우 대구은행장은 대구은행을 시중은행으로 전환해 조달금리를 낮추고, 지방은행의 불합리한 영업환경을 개선하겠다는 목표를 내걸었다.
9일 금융권에 따르면 대구은행은 이번 시중은행 전환을 통해 지방은행 디스카운트를 완화하고, 전국구 핵심예금 유치를 확대해 조달금리를 낮출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를 통해 고객에게 더욱 효율적인 금융서비스와 지원이 가능해진다는 게 대구은행의 판단이다.
대구은행은 지방은행이라는 이유로 높은 조달비용과 낮은 기업가치 등 불합리한 디스카운트를 받고 있다고 진단했다. 실제 대구은행은 SC제일은행이 보유한 46조8000억원보다 많은 51조6000억원의 총 대출금을 보유하고 있으며, KB국민은행, 신한은행 등 시중은행과 같은 'AAA' 신용등급으로 평가받는다. AAA 신용등급은 부산은행과 대구은행 등 상위권 지방은행들에 해당되며, 전북은행·경남은행·광주은행·제주은행 등의 지방은행들은 'AA' 등급으로 평가받는다.
그럼에도 대구은행의 선순위채권은 시중은행보다 4bp(1bp= 0.01%), 후순위채권과 신종자본증권은 약 21~25bp씩 높은 금리로 조달되고 있다. 이은미 대구은행 경영기획본부장은 "시중은행급의 재무구조와 신용도를 갖추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지방은행이라는 이유로 받고 있는 불합리한 디스카운트를 해소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대구은행이 시중은행으로 전환한다고 하더라도 당장 조달금리가 낮아지지 않을 것으로 평가했다.
지방은행이 시중은행으로 전환해 자금조달 여건이 개선된다고 하는 것은 통상 시장 내에서의 평가를 말한다. 채권 발행금리는 발행기관의 지위에 따라 다르게 나타나는데, 이때 시중은행은 지방은행보다 더욱 낮은 금리로 조달할 수 있다. 이는 시장 내 정성적 평가에 따라 지방은행이 신용등급과 상관없이 시중은행보다 더욱 낮은 신용으로 책정되기 때문이다. 이는 일반적으로 1금융보다 2금융권에 돈을 맡기거나, 빌릴 때 괜스레 불안하게 느끼는 것과 같은 이치다.
하지만 대구은행은 이미 시중은행과 같은 AAA 등급의 신용을 보유하고 있다. 시중은행으로 전환한다고 하더라도 신용등급은 변화하지 않는다. 더욱이 대구은행이 시중은행으로 전환한다고 하더라도 지방에 본점을 두는 대구은행의 본질은 달라지지 않는다. 같은 신용등급 내에서도 조달 금리는 얼마든지 다르게 나타날 수 있지만, 대구은행 자체가 변화하는 것이 아니라면 대구은행을 향한 시장 내 평가도 달라지지 않는다는 분석이다.
결국 대구은행이 시중은행으로서의 면모가 온전히 드러날 때 시장 내에서도 시중은행으로서의 이점이 숫자로 반영될 수 있다는 평가다. 하지만 시간이 갈수록 비대면 영업이 확대되는 가운데 수도권을 중심으로 한 전국 오프라인 영업망 확보에도 한계가 있다. 이에 '준인터넷은행' 전략을 내세운 대구은행이지만, 인터넷전문은행시장을 선점하고 있는 빅테크·핀테크 금융회사들과 비교해 대구은행이 얼마나 강점을 보여줄 수 있을지 미지수다.
은행권 채권 전문가는 "대구은행이 시중은행의 이름을 단다고 해도 지방은행의 본질이 변화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실제 조달 여건이 개선될 수 있는지는 지켜봐야 한다"면서 "지방은행의 업황 자체가 쉽지 않다는 점을 고려할 땐 대구은행의 조달 금리가 낮아지기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 본부장 역시 "시중은행으로 전환한다고 해도 (기존 시중은행과의 금리 차이가) 당장 줄어들지는 않을 것"이라면서도 "하지만 시중은행으로 전환함으로써 (대구은행도) 규모의 경제를 실현할 수 있게 된다면, 이를 통해 궁극적으로 대출금리를 상당 부분 내릴 수 있는 여지가 생길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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