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형기 '십수배' 구금당하고 치료 '전무'...법무부, 장애인 치료감호 보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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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주성 기자
입력 2023-07-23 11: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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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법무부, 발달장애인 치료감호 개선·전문성 제고 연구용역 발주

법무부 건물 전경 사진유대길 기자 dbeorlf123ajunewscom
법무부 건물 전경. [사진=유대길 기자 dbeorlf123@ajunews.com]

# 행인을 위협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지적장애인 A씨는 치료감호소에서 5년 6개월간 구금됐다. 법원이 "위협을 가한 정도가 중하지 않고 의사 결정 능력이 미약하다"는 이유로 징역 6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으나, A씨는 선고된 형기의 11배가 넘는 기간 동안 감호소에서 지내야 했다. 구금기간 동안 폐암이 발견된 A씨. 별다른 치료를 받지 못한 A씨는 치료감호 종료처분이 내려진 2개월 만에 폐암으로 숨졌다.
 
# 지적장애인 B씨는 법원에서 징역 1년 6월을 선고받았지만 치료감호소에서 11년 4개월을 지냈다. 재범 위험성도 '하(下)'등급이었으나 치료감호심의위원회의 조치로 B씨는 형기의 8배가 넘는 기간을 치료감호소에서 보내야 했다. B씨는 국가인권위원회에 치료감호 중단 진정을 넣은 지 2주 만에 석방 조치될 수 있었다.

 
치료감호소에 수감된 발달장애인의 인권 침해를 지적하는 시민사회의 목소리가 갈수록 커지고 있다. 심신장애자 등을 치료감호 시설에 수용하고 적절한 치료를 통해 사회에 복귀시킨다는 제도의 취지가 무색하게 실효성 없는 치료 과정과 과밀 수용으로 인한 관리 미흡, 장기적인 구금 등의 문제가 이어지고 있어서다. 이를 관리하는 법무부도 최근 문제점 개선을 위한 연구 용역에 나선 상황이다. 전문가들은 관계 당국이 치료감호 시설의 수용 과다 문제를 해결하고, 현실적인 치료감호 종료 기준도 시급히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시간당 30건씩 '날림' 종료심사...치료감호 1인당 환자 수도 120명 수준
23일 법무부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치료감호 등으로 수용된 환자들의 평균 수용기간은 4년 5개월이다. 5년 이상의 치료감호를 집행 받은 사람도 2020년 기준 이미 전체 치료감호 인원의 약 33%에 달한다.

감호 종료와 관련한 명시적 기준이 사실상 전무한 데 따른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한국형사정책연구원에 따르면 발달장애인에 대한 치료감호의 상한은 15년으로, 상대적 부정기형(형기의 상·하한을 정해 선고하는 자유형)에 가깝다. 그러나 감호 종료와 관련한 기준이 없어 법원의 양형을 훨씬 상회하는 '5년 이상의 장기 치료감호'를 받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평가다.
 
김아람 장애우권익문제연구소 간사는 "종료 심사에서 장애인 수감자들이 스스로의 의견을 전달할 방법이나 기회가 전혀 없다. 치료감호 종료 판단도 '기능의 회복'이라는 모호한 기준에 따르고 있다"면서 "기능 회복은 의학적으로도 현실성이 없어 자의적인 장기 구금 문제는 여전히 현재 진행 중"이라고 지적했다.

치료감호소라는 이름이 무색하게 전문적인 치료 조치는 사실상 시행되지 않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지난해 기준 치료감호소의 정신과 전문의 1명당 환자 수는 약 120명이다. 해외의 경우 1인당 환자 수는 8~20명이다. 치료 역시 단순한 약물 처방에만 그치고 있다. 형식상의 약물 복용 외에 어떤 의료적 처우 없이 11년 5개월간 구금된 지적장애인이 이를 이유로 국가배상을 청구한 사례도 있다.

치료감호 종료심사도 상당히 부실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장애우권익문제연구소에 따르면 하루에 이뤄지는 치료감호 종료심사는 253건으로, 시간당 30건씩 심사가 이뤄지고 있다. 치료감호 종료도 A4 1쪽 수준의 '동태 보고서'만으로 결정되는 실정이다. 김 간사는 "감호소에 있는 장애인과 개별 면담을 해보면 전문 의료진의 수가 너무 적어 수용자들에 대한 직접적인 관리가 불가능한 상황"이라며 "관리 인력이 적다 보니 발달장애인이 금품 갈취나 폭행을 당하는 등 범죄에 노출되는 경우도 많다"고 말했다.
 
법무부, 발달장애인 치료감호 개선·전문성 제고 연구용역
법무부는 최근 발달장애인에 대한 치료감호소 장기 구금 등의 문제점을 인지하고 제도 개선 절차에 착수했다. 법무부 범죄예방정책국 치료처우과는 지난 4월 서울시립대학교 산학협력단과 '발달장애인에 대한 형사사법적 치료제도의 문제점 및 개선방안' 연구 용역 계약을 체결했다.
 
법무부는 오는 11월 치료감호제 운영의 문제점 및 개선점에 주력해 연구 결과를 확인하고, 이를 관련 정책에 반영할 예정이다. 특히 법무부는 수용 과다와 빈약한 치료 등이 문제로 지적된 치료감호소의 환경 개선 방안을 연구 과제로 주문했다. 아울러 장기구금 문제로 비판받는 집행기관의 운영 전문성을 높일 방법과 유관기관의 협업을 강화할 개선 방안도 들여다볼 방침이다.

법무부 관계자는 "관리 중인 환자들에 대한 치료와 처우를 전문화하기 위한 과정의 일환"이라고 밝혔다.

전문가들은 발달장애인과 관련해 보다 구체적이고 현실적인 치료감호 종료 기준이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수용 과다 문제를 빚고 있는 치료감호 환경에 대한 개선도 이뤄져야 한다는 입장이다. 김 간사는 "현재의 치료감호 종료심사 기준을 발달장애인의 특성에 맞게 설계하고 심사 평가 기준도 구체적으로 마련할 필요가 있다"면서 "관리 인력에 대한 확충은 물론 과밀 수용을 제한할 입법적인 해결책도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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