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트남 수출 효자 품목으로 떠오른 쌀…향후 과제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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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형준 기자
입력 2023-08-16 10: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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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트남 ST25 쌀 상품 사진베트남통신사
베트남 ST25 쌀 상품 [사진=베트남통신사]


쌀이 베트남의 유망 수출 품목으로 떠올랐다. 전 세계적인 경기 둔화 및 인플레이션 상승으로 베트남 수출 산업들이 어려움을 겪고 있는 상황에서 이상 기후와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에 따른 곡물 공급 불안 여파에 ‘쌀’이 베트남 수출의 효자 상품으로 주목받고 있다.

베트남은 작년에 700만톤 이상의 쌀을 수출한 가운데 이른바 '수출 십억 달러' 클럽에 쌀 역시 이름을 올렸다. 올해 베트남 쌀 수출량은 전년 대비 100만톤 증가한 800만톤에 달할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세계 최대 쌀 수출국인 인도가 쌀 수출 금지 조치를 실시하면서 베트남 쌀의 몸값은 더욱 오를 전망이다.

하지만 맹목적으로 수출에 집중하기보다는 식량 안보 및 쌀 공급망 개선 등에도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는 목소리가 제기되고 있다.
 

벼 농사에 선진 기술을 적용한 베트남 농민들 사진베트남통신사
벼 농사에 선진 기술을 적용한 베트남 농민들 [사진=베트남통신사]

 

절호의 쌀 수출 기회를 맞은 베트남

베트남은 많은 국가들로부터 쏟아져 들어오는 쌀 수입 요청에 즐거운 비명을 지르고 있다. 전 세계적으로 가뭄과 홍수, 폭염, 태풍 등 각종 이상 기후로 쌀을 비롯한 곡물 작황이 전반적으로 불안정해진 상황에서 세계 3대 쌀 수출국인 베트남에 쌀 수입 문의가 쇄도하고 있는 것이다.

쭝안 하이테크 농업 회사의 응우옌 프억 남 총사장은 올해 상반기 쌀 기업들의 수출이 전체적으로 증가했다고 밝혔다. 그는 “최근 쭝안이 한국으로부터 톤당 674달러의 가격에 1만6667톤의 쌀 수입 주문을 받았다”고 밝혔다. 이는 쌀 수출 가격 중 가장 높은 가격으로, 쭝안은 이전에도 한국에서 쌀 1만1347톤 수입 주문을 수주한 바 있다.

프억타인4 무역생산회사의 응우옌 반 타인 사장 역시 여러 나라들로부터 쌀 수입 주문이 밀려오고 있다고 전했다. 그는 “필리핀은 전통적인 수입 시장 외에도 베트남에서 매년 230만~300만톤의 쌀을 구매해 왔고, 중국과 인도네시아로부터도 많은 주문을 받았다”고 말했다. 이어 “특히 인도와 UAE의 쌀 수출 금지 조치로 세계 쌀 가격이 크게 상승하면서 베트남, 태국 등 다른 주요 쌀 수출국들이 시장 점유율을 높일 수 있는 여건이 마련됐다”고 설명했다. 

아시아권 쌀 표준인 5분도 쌀 가격은 현재 베트남에서 톤당 620~630달러로 2008년 7월 이후 15년래 최고 수준이다. 태국의 5분도 쌀 가격 역시 톤당 650~655달러로 2008년 10월 이후 15년래 최고치를 기록하고 있다.

쌀 가격 고공 행진에 쌀 수출액도 크게 늘었다. 베트남 농업농촌개발구 시장개발가공품질국 응우옌 뉴 띠엡 국장에 따르면 베트남의 올해 상반기 쌀 수출량은 427만톤, 수출 가액은 23억 달러에 달했다. 이는 전년 동기 대비 수출량은 22.2%, 금액은 34.7% 증가한 수준이다.

전문가들은 올해 하반기가 베트남을 비롯한 여러 국가들에게 계속해서 쌀 수출량을 늘릴 수 있는 절호의 기회가 될 것이라고 보고 있다. 세계 쌀 수출의 40%를 차지하는 인도의 쌀 수출 금지 조치(非 바스마티종)와 세계 쌀 생산에 악영향을 미치는 엘니뇨 현상이 쌀 가격의 지속적 상승 환경을 조성하고 있다는 것이다.

또한 베트남 농업농촌개발부는 세계 쌀 생산량과 비축량이 작년 말까지 계속 감소한 가운데 최근 수년래 최저 수준으로 떨어졌다며, 2023~2024년 베트남 쌀 수출이 계속해서 증가할 것으로 전망했다. 농업농촌개발부 풍 득 띠엔 차관은 엘니뇨 현상 등으로 인해 상반기 베트남의 쌀 생산량과 수출액이 큰 성장세를 나타냈다며, 올해 베트남 쌀 수출량은 800만톤에 달해 40억 달러 이상을 벌어들일 전망이라고 예상했다.
 

베트남 농업농촌개발부 재배국 응우옌 뉴 끄엉 국장 사진베트남통신사
베트남 농업농촌개발부 재배국 응우옌 뉴 끄엉 국장 [사진=베트남통신사]

 

식량 안보와 쌀 산업 발전 

하지만 쌀 수출 확대를 도모하는 것 이외에도 베트남 국내 쌀 비축량을 확보하면서 식량 안보를 지키는 것 역시 주요 과제로 거론되고 있다. 통계에 따르면 매년 베트남 내 쌀 소비량은 연간 약 1000만톤(벼 1500만톤)에 이른다. 이외 동물 사료 등에 사용되는 쌀의 양은 약 1200만톤이다.

베트남은 올해에는 쌀 생산량이 4300만톤에 달할 전망인 가운데 800만톤의 수출분을 제외하더라도 양적 측면에서는 충분한 식량 안보 보장이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베트남 농업농촌개발부 재배국의 응우옌 뉴 끄엉 국장은 공급 부족 상황은 없을 것이며 식량 안보를 보장하고 국내 수요를 충족시키는 것이 당과 정부의 최우선 순위라고 강조했다.

실제로 최근 팜 민 찐 베트남 총리는 국가 식량 안보를 확고히 보장하고 지속 가능한 쌀 생산 및 수출을 촉진하는 골자로 하는 24호 지시를 발표했다. 이는 △쌀 생산량 4300만톤 이상 목표 △쌀 생산, 사업 및 수출 활동 적극 관리 △생산자와 거래자 즉각 지원 △쌀값을 올리는 불법적인 행위 엄중 처리 등을 주요 내용으로 하고 있다.

하지만 양적 측면뿐 아니라 질적 측면에서 보자면 쌀 수출 산업망 정비에도 많은 노력을 기울일 필요가 있다고 전문가들은 말하고 있다. 베트남 국내 쌀 생산 능력을 적절하게 평가하고 가격 변동을 계산하여 수출품 가격 향상을 도모하는 동시에 식량 안보까지 보장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는 단순히 쌀을 많이 생산하는 것을 넘어 쌀 생산, 운송, 판매 및 금융 등과 관련한 전반적인 제도 개선을 필요로 한다.

록쩌이 그룹 응우옌 주이 투언 총사장은 “연초부터 수출 목적으로 벼를 구입하는 데 6조동(약 3400억원)을 지출했다”며 “여전히 더 구매해야 하는 상황이지만 더 이상 자본이 충분치 않고, 현재 이자율도 상당히 높아 올해 기업이 지불해야 하는 이자가 3000억동”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현재 수출을 위해 벼를 구입하는 데 어려움 중 하나는 담보가 있어야 한다는 것인데, 이는 기업과 국민 모두에게 어려운 일”이라고 전했다.

투언 사장은 “실제로 유럽으로 수출되는 록쩌이 쌀 1톤당 가격은 700~800달러지만 가공시 킬로당 최대 4달러, 즉 톤당 4000달러에 해당한다”며 “이는 지속 가능한 개발을 위한 가치를 창출할 수 있는 심층 가공에 대한 투자에 초점을 맞추지 않은 베트남의 한계점 중 하나”라고 밝혔다.

따라서 업계 관계자들은 단기적으로 수출용 쌀 구매를 위한 자본뿐 아니라 중장기적 관점에서 쌀 생산 투자를 위한 중장기 자본 마련에도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동시에 중국, 필리핀, 인도네시아 등 아시아 지역에 집중된 수출 시장을 넘어 EU 등 선진국 시장 점유율을 확대하기 위해서는 향미(향기나는 쌀) 등 고급 품종 개발에 지원을 확대하고, 환경 등 수입국의 규정 등에 대해서도 충분히 숙지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결국 기업 혼자가 아니라 농민부터 기업 및 정부가 손을 잡고 베트남 쌀 산업의 양적·질적 발전을 위해 총체적으로 고민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컨설팅 기관 베트남산업조사컨설팅(VIRAC)은 "쌀 생산을 지속 가능한 방식으로 발전시키는 것에 주안점을 두어야 한다"며 "지속 가능성과 사회 및 환경적 효익을 위한 방향으로 생산하는 것은 많은 기업들이 관심을 갖고 있는 분야로, 쌀 산업 역시 이 추세에 예외는 아니다"라고 진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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