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지포인트는 사용처가 제한되는데 세금은 현금으로 똑같이 내니 아쉬운 부분이 있다."(용산구에 사는 30대 사내 변호사 A씨)
"상여금도 아닌 복지포인트까지 임금으로 보고 세금을 납부하라는 데 동의할 수 없다."(판교 소재 한 스타트업체에 재직 중인 20대 B씨)
사기업 복지포인트도 과세 대상이라는 법원 판결이 나오면서 '과세 형평성' 논란이 재점화하는 양상이다. 대법원이 공무원 복지포인트는 비과세 대상이라는 취지로 판단하면서 민간기업도 복지포인트 과세소송을 내고 있지만 하급심 법원이 받아들이지 않아서다.
法 "복지포인트는 통상임금 아니어도 근로소득"···일반기업 승소 사례 '0'
21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행정법원 행정2부(신명희 부장판사)는 한화손해사정이 마포세무서장을 상대로 낸 근로소득세 경정 거부 처분 취소 소송에서 최근 원고 패소로 판결했다.한화손해사정은 2015년부터 소속 임직원들에게 제공한 복지포인트를 근로소득으로 보고 근로소득세를 원천징수해 신고·납부해왔다.
2019년 공무원이 받는 복지포인트는 임금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단이 나오면서 한화손해사정을 포함한 일부 기업은 세무당국을 상대로 소송을 냈다. 세무당국이 받아들이지 않으면서 소송이 이어지고 있지만 승소 사례는 없는 실정이다. 현재 한화그룹(한화시스템‧한화임팩트‧한화에어로스페이스)과 코레일 등이 1심 패소 후 2심을 진행 중이다.
이에 공무원이 받는 복지포인트는 비과세, 사기업 직장인들이 받는 복지포인트는 과세 대상인 모양새가 되자 직장인들을 중심으로 '과세 형평성' 논란이 불거지고 있다. 직장인 온라인 커뮤니티 '블라인드'에는 "공무원만 복지포인트는 비과세인 논리가 뭐냐" "과세 평등주의에 어긋난다"며 법원 판단에 의문을 표했다. 공무원과 사기업 복지포인트는 근거 법령과 운영 주체가 다를 뿐 실질은 같다는 인식에서 이 같은 비판이 제기됐다. 대형 로펌 C변호사는 "운영 주체가 다를 뿐 운영 방법과 취지는 크게 다를 바 없다"고 지적했다.
기업 사내 변호사 A씨는 "복지포인트는 병원·도서·학원비 정도로 구매처가 제한돼 있는데 세금은 현금이랑 똑같이 내니 아쉬운 점이 있다"며 "연간 200만원 정도 받는데 소득 구간에 따라 과세되는 점을 고려하면 꽤 크다"고 말했다. 경기 성남시 판교 소재 한 스타트업체에 재직 중인 B씨는 "근로 대가가 아닌 복지포인트가 임금에 포함되지 않는다면 우리도 비과세해 줘야 하는 것 아닌가"라면서 "공무원과 사기업 직장인 간 세금 형평성 문제인 것 같다"고 말했다.
"헌재는 '근로의 대가'만 근로소득으로 판단···법원 판결과 배치"
법원이 사기업 복지포인트를 과세 대상이라고 판단한 근거 조항은 소득세법 20조 1항 1호다. 해당 규정은 근로소득세 대상으로 '근로를 제공함으로써 받는 봉급·급료·보수·세비·임금·상여·수당과 이와 유사한 성질의 급여'라고 규정한다. 재판부는 이를 근거로 "근로의 대가로 보기 어려운 복리후생적 성격을 띤 소득도 모두 근로소득에 포함된다"고 판시했다.
하지만 '유사한 성질의 급여'라고 규정한 부분에 대해 과세당국의 자의적 해석에 따라 과세 대상 범위가 불명확해질 수 있다며 "과세 요건 명확주의에 위반된다"는 지적이 법조계 일각에서 제기된 바 있다. 헌법소원까지 제기됐으나 헌법재판소는 2009년 "근로 제공으로 인해 받는 것에 한해 근로소득에 속하는 것으로 규정함으로써 그 범위를 한정하고 있다"며 "과세 관청의 자의적인 확대해석 우려도 존재하지 않는다"고 합헌 결정했다. 비록 해당 조항은 '유사한 성질'이라고 규정하고 있지만 소득세의 과세 대상이 되는 근로소득의 범위는 여전히 '근로의 대가'로 제한된다는 취지다.
C변호사는 "헌재가 합헌이라고 판단한 근거는 대가 관계에 있는 급여만 해당된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라며 "대가 관계가 없는 복지포인트도 근로소득세 과세 대상에 해당된다고 판단하면 헌재 결정과 배치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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