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사비 갈등에 계약해지 잇따르는데...서울시 갈등중재기구는 유명무실, "중재 사례 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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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새롬 기자
입력 2023-08-23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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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3월 공사비 갈등중재 자문기구 도입 발표했는데…"아직까지 의뢰 건 없어"

  • "갈등 첨예하면 공사비 검증·중재 의뢰조차 어려운 게 현실"

사진연합뉴스
조합과 시공사 간 공사비 증액 갈등으로 공사가 중단됐던 서초구 한 아파트 건설 현장 [사진=연합뉴스]

서울시가 지난 3월 도입한 공사비 갈등중재 자문기구가 제 역할을 못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정비사업장 곳곳에서 시공사와 조합 간 공사비 증액을 둘러싸고 계약해지까지 이어지는 등 갈등이 증폭되고 있으나 서울시 중재 사례는 반년간 단 한건도 없어 유명무실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22일 서울시에 따르면 시가 공사비 갈등중재 자문기구를 도입한 3월 이후 공사비와 관련한 중재 요청을 접수하거나 중재된 사례가 아직까지 전무한 것으로 나타났다. 

앞서 서울시는 지난 3월부터 건설기술심의위원회 위원으로 구성된 '공사비 갈등중재 자문기구'를 구성해 운영을 시작했다. 원자재 가격과 인건비 상승 등과 맞물려 공사비 갈등을 겪는 사업장이 많아지면서 자문단을 통해 공사비 검증 결과에 대한 조합과 시공사의 의견을 듣고 공사비 산정 적정성 등 자문을 거쳐 원만한 합의를 유도하겠다는 취지에서다. 

공사비 갈등이 발생한 정비사업장 측에서 서울시에 갈등중재 자문을 신청하면 주택정책실 인허가를 거쳐 기술심사담당관으로 해당 건이 접수돼 검토에 돌입하게 되는 방식이다. 접수부터 건설기술심의위원들이 자문위원으로 참여해 분쟁을 중재하는 기간까지 한달가량 소요된다. 

서울시 관계자는 "현장에서 실제 갈등을 겪는 사업장은 많지만 공사비 검증을 받고 나서도 조정이 안 될 경우 소송으로 가는 게 일반적이어서 공공기관 의뢰 단계까지 오는 게 쉽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며 "(중재기구의 역할 강화를 위해) 현재 공사비 검증 단계를 강화하기 위한 작업을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

서울시가 자문기구 도입 발표 당시 확대하겠다고 한 정비사업 코디네이터 제도도 현재 진행 중인 사안이 없는 것으로 확인됐으며, 공사비 갈등을 줄이기 위한 서울주택도시공사(SH)의 공사비 검증 업무 대행과 관련한 계획도 아직 구체화되지 않은 상태다. 

시 관계자는 "앞서 공사비 검증 프로세스를 강화한다고 발표했는데, SH를 검증기관으로 추가해 늘어나는 검증단계를 분담하도록 할 계획"이라며 "현재 검증 역할을 하기 위해 조직을 준비 중인 단계"라고 설명했다. 

서울시의 중재 자문기구 도입에도 일선 현장의 요청이 전무한 것은 시공사나 조합이 해당 기구의 실효성에 의문을 갖기 때문으로 관측된다. 서울시가 시공사와 조합 간 공사비 갈등을 실질적으로 중재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김제경 투미부동산컨설팅 소장은 "공사비가 오를 수밖에 없는 상황에서 서울시가 갈등을 중재한다는 건 사실상 불가능에 가깝다고 본다"며 "공사비 검증 결과가 나와도 시공자는 사업성이 떨어지면 안 하겠다고 하면 그만인데, 검증을 강화한다는 것도 보여주기식에 가깝다"고 비판했다. 이어 "차라리 공익적 측면이 많은 재개발 사업장의 경우 사업비를 저금리에 조달할 수 있게 지원해 공사비 인상 부담을 줄여줄 방법을 강구하는 게 나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올 들어 공사비 검증을 의뢰한 정비사업장은 21곳으로 집계됐다. 상반기에 13건을 기록했던 공사비 검증은 하반기 들어 벌써 8건이 추가됐다. 연간 기준 지난 2021년에는 21곳, 22년 32건으로 의뢰가 증가하는 추세다. 하지만 실제로 공사비 갈등이 일어나는 건수에 비하면 극히 일부라는 이야기가 나온다. 부동산원 관계자는 "조합과 시공사 간 이견이 너무 큰 경우에는 공사비 검증을 의뢰하는 단계까지 가기조차 어려워 실제 갈등 사례는 의뢰 건수보다 훨씬 많을 수밖에 없다"고 전했다. 

임기수 한국건설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건설기업의 60%는 공사 수행 중 많은 갈등을 겪지만, 아직까지 조정이나 중재보다 당사자 간 협의 또는 소송을 통해 분쟁을 해결하려는 비율이 훨씬 높다"고 말했다. 

공사비 증액 갈등은 계약해지부터 공사중단, 입주불가로도 번지고 있다. 지난달 효성중공업은 '해링턴플레이스동대구' 공사비 증액을 두고 조합원들과 협의점을 찾지 못해 입주예정일에 아파트 단지 입구를 막았다. 부산 진구 촉진2-1구역은 GS건설로부터 2015년 계약 당시 공사비(549만5000원)보다 두 배 가까이 오른 987만원을 제시받고 지난 6월 시공계약을 해지했다. 성남 산성구역 재개발조합은 지난 2월 기존 시공단이 공사비를 44%가량 올려줄 것을 요구하자 지난 5월 시공단과의 계약 해지를 의결했다. 최근에는 서울 북아현2구역과 홍제3구역에서도 시공사와 조합 간 공사비 의견 차가 좁혀지지 않으며 시공사 교체가 논의되고 있는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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