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에는 시간을 들여 돈을 아꼈다면, 지금은 두 가지가 대등하거나 어떨 때는 시간이 더 중요해졌어요. 기업들은 고객의 지갑이 아닌 시간을 놓고 쟁탈전을 펼칠 것입니다.”
김난도 서울대 생활과학대학 소비자학과 교수가 5일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신간 ‘트렌드 코리아 2024’ 간담회에서 10대 소비트렌드 키워드 중 첫 번째로 ‘분초사회’를 꼽았다.
김 교수는 “1분 1초가 아까운 세상이다. 볼 것, 할 것, 즐길 것이 너무 많아졌다”며 “‘소유 경제’에서 ‘경험 경제’로 경제의 패러다임이 이행했다. 예전에는 비싼 소유물을 과시하는게 중요했다면, 이제는 여행지, 맛집, 핫플레이스의 인증샷을 자랑하는 시대다. 모두 시간이 있어야 가능하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기다리는 버스가 몇 분 후에 도착하는지 알려주는 시설이 설치된 버스 정류장과 그렇지 않은 곳에서는 같은 시간을 기다리더라도 그 느낌이 다르다”며 “배달음식 주문이나 택시를 기다릴 때 예상 시간을 알려주는 것도 이 때문이다”고 예를 들었다.
인공지능에 대한 생각은 키워드 ‘호모 프롬프트’에 담았다. 프롬프트는 AI에게 원하는 답을 얻어내기 위해 인간이 던지는 질문을 뜻한다.
김 교수는 “인간이 어떤 질문을 하느냐에 따라 결과물이 달라진다. 인공지능은 스스로 좋은 것인지 나쁜 것인지 판단하는 역량을 갖고 있지 않다. 인간은 평가가 가능하다”며 “나아가 스스로를 볼 줄 아는 능력, 나를 관찰하고 평가할 수 있는 능력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또한 디지털 기기를 다루는 차이로 인한 ‘디지털 다바이드’는 점점 사라지고 ‘아날로그 디바이드’가 강화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김 교수는 “영화 ‘기생충’을 보면 아놀로그가 부자의 공간이다. 아이는 마당에 텐트를 치고 화살을 쏘면서 논다”라며 “더 많이 교육 받을 기회가 주어진 사람들은 인간적인 역량을 키우는 아날로그에 투자할 것이다”고 내다봤다.
또 다른 주요 트렌드로 ‘육각형 인간’을 꼽았다. 이는 외모, 학력, 자산, 직업, 집안, 성격 등 모든 것에서 하나도 빠짐이 없는 사람을 뜻한다. 김 교수는 오늘날 우리 사회가 지향하는 강박적인 완벽함이 드러난 트렌드라고 소개했다.
그는 “예전에는 개천에서 용 나는 성장 서사가 유행했다. 그러나 지금은 환생, 빙의 등을 통해 처음부터 모든 걸 갖춘 주인공이 활약하는 서사가 웹소설 등에서 주류를 이룬다. 요즘은 고진감래의 과정을 선호하지 않는다”고 했다.
AI 기술을 토대로 한 소비자 맞춤형 서비스 ‘버라이어티 가격전략’, 여섯 시 정각이 되면 퇴근해 자녀와 함께 보내는 아빠들인 ‘요즘남편 없던 아빠’, 재미를 좇는 일이 일상이 된 ‘도파밍’도 새로운 트렌드로 꼽았다.
이 밖에도 김 교수는 저예산과 유동적 전략으로 새로운 비즈니스를 시도해보는 ‘스핀오프 프로젝트’, 나의 가치관과 취향을 오롯이 반영하는 콘텐츠 등을 소비하는 ‘디토소비’, 유목민적 라이프스타일을 구가하는 ‘리퀴드 폴리탄’, 돌봄의 시스템화를 추구하는 ‘돌봄경제’를 내년 트렌드로 들었다.
김 교수는 “사회적 약자를 돌보는 것이 아니라 우리 모두 돌봄이 필요하다는 것을 생각해야 한다”라며 “LPGA 투어는 대회가 열리는 근처에 항상 어린이집을 마련한다. 환경을 비슷하게 해 아이들이 연속성을 느낄 수 있도록 배려한다. 이는 아이를 성장시키기도 하지만 결국은 LPGA 투어를 키우는 일이다”고 강조했다.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