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특례보금자리론 재원 마련을 위한 추가 출자 가능성에 대해 사실상 난색을 표했다.
이 총재는 23일 오후 서울 중구 한은 본점에서 열린 2023년도 기획재정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주택금융공사(주금공)의 정책 모기지인 안심전환대출과 특례보금자리론에 대한 출자 배경을 묻는 배준영 국민의힘 의원 질의에 "지난해 금리가 빠르게 오를 때 차주들의 대출 갈아타기 차원에서 주금공 안심전환대출에 자금 출자를 했었다"며 이같이 밝혔다.
앞서 주금공은 한은의 출자 자금을 기반으로 변동형 주택담보대출을 장기·고정금리로 갈아탈 수 있도록 하는 안심전환대출 상품을 선보였으나 신청률이 저조한 수준에 머물며 흥행에 실패했다. 이에 금융당국은 올해 초 규제 문턱을 낮춰 특례보금자리론으로 상품을 확대 개편했다.
특례보금자리론은 주택 가격이 9억원 이하일 경우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규제 없이 최저 4%대 초반 고정금리로 5억원까지 대출해주는 정책 주담대 상품이다. 이 상품은 기존 대출자 뿐 아니라 신규 주택구입 등에도 활용할 수 있어 중·저소득자뿐 아니라 일반 소득자들 사이에서도 높은 인기를 끌었고 상품 출시 8개월 만에 공급 목표액이 소진됐다.
그러나 정부의 정책금융 상품이 규제 문턱을 낮춰 제공되면서 부채의 질 개선보다 가계부채를 키우는 결과를 낳았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배 의원은 "특례보금자리론 상품을 살펴보니 신규 주택 구입 등을 목적으로도 대출이 가능하더라"며 "정책금융 상품이 기존 가계부채에 대한 구조개선이 아닌 대출을 부추기고 있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실제 2분기 가계대출 규모가 증가 전환했고 금통위에서도 특례보금자리론을 가계부채 증가요인으로 꼽은 바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실제 한은 가계신용 통계에 따르면 지난 6월 말 기준 주금공과 주택도시보증공사의 주담대 잔액은 220조6000억원으로, 2분기 중 10조6000억원 증가해 전체 가계대출 증가폭의 대부분을 차지했다. 지난 9월 기준 특례보금자리론 목적별 비중을 보더라도 신규 주택구입이 60.5%로 기존 대출 상환(32.2%)보다 두 배 가까이 큰 것으로 파악됐다.
이에 한은 역시 주금공에 대한 추가 출자 규모를 기존 3000억원에서 2300억원으로 낮췄다. 이 총재는 "연초 부동산시장이 많이 떨어질 때 규제 완화 차원에서 안심전환대출과 보금자리론 등이 특례보금자리론으로 통합 출시됐다"면서 "그러나 특례보금자리론은 신규 공급(주택구입·임차보증금 반환) 등을 목적으로도 대출이 가능하다보니 한은 입장에서는 그 목적으로는 지원할 수 없다고 입장을 표했고 결국 출자액을 줄이게 됐다"고 설명했다.
이 총재는 정부·당국의 추가 출자 요구 가능성에 대한 한은 입장에 대해 "저희가 가계부채 구조개선에 대한 부분은 지원할 수 있지만 현재는 다른 대출규제도 조이고 있는 상황(에서 신규 자금 등을 위한 출자는 쉽지 않다)"며 현 특례보금자리론 출자에 대한 부정적 견해를 내비쳤다. 이에 배 의원은 "한은이 부동산 가계대출 규모 축소를 위해 노력하기 위해서는 원칙을 갖고 (출자를) 하셔야 한다"고 재차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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