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회장이 고작 50억원 자산가?...도 넘은 사칭광고에 페북·인스타 책임론 확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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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일용 기자
입력 2023-11-07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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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백종원·주진형 등 유명인 사칭해 리딩방 참가 유도

  • SNS 이용자 금전적 피해 가능성↑...사회적 문제로

  • 체계화되는 해외 사칭광고 조직...기업·총력 대응 주문

“안녕하세요. 이재용입니다. 저는 30대 초반에 성공적인 투자를 통해 50억원의 자산을 축적하고 경제적 자유를 얻었습니다. 제가 예측한 트렌드는 30%의 수익률을 유지하고 있습니다. 수익률이···.”

최근 페이스북·인스타그램 등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광고 문구다. 물론 당연히 말도 안 되는 ‘가짜 사칭광고’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의 사진을 내걸고 그를 사칭해 YTN·채널A 등 언론사 홈페이지를 베낀 가짜 홈페이지로 방문을 유도한다. 

가짜 홈페이지에 그럴싸해 보이는 내용을 늘어놓지만, 결론은 그들이 추천하는 주식 또는 암호화폐(코인)를 구매하면 큰 이익을 얻을 수 있다는 것으로 귀결된다. 하지만 추천을 받으려면 우선 돈을 내야 하고, 이들이 추천하는 주식과 코인도 100% 무가치하거나 스캠(암호화폐 사기)이다. 전형적인 ‘사기 리딩방(유료 주식 커뮤니티)’이다.
 
사진페이스북 갈무리
[사진=페이스북 갈무리]

이들 사칭광고 사기꾼은 주로 대중에게 인지도 있는 경영인과 연예인을 사칭한다. 이 회장뿐 아니라 △백종원 더본코리아 대표 △주진형 전 한화투자증권 대표 △김종인 전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 △장하준 케임브리지대 교수 △연예인 이영애 △방송인 송은이 등 남녀노소를 불문하고 사칭 대상으로 삼고 있다. 기자가 파악한 것만 이 정도고 실제로는 더 많은 인플루언서가 사칭 피해를 보고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네티즌 대부분은 사칭광고의 허황된 내용을 눈치채고 비웃을 뿐, 이를 진지하게 받아들이지는 않는다. 하지만 관련 정보에 어두운 사람들이 사칭광고와 사기 리딩방에 속아 금전적 피해를 볼 가능성은 언제나 열려 있다. SNS상 사칭광고가 심각한 사회 문제인 이유다.

이들 사기꾼은 직접 사칭광고를 올리지 않고 주로 해외 영세 페이스북·인스타그램 광고 대행사를 통해 사칭광고를 무차별적으로 살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어 능력이 떨어지는 해외 대행사가 매출 확보에 급급해 광고 내용의 사실 여부를 제대로 확인하지 않고 사칭광고를 올리면, 마찬가지로 한국어를 읽지 못하는 해외 페이스북·인스타그램 담당자가 이를 승인한다.

어떤 국가에서 올리든 대상자를 한국인과 한국어 사용자로 하면 관련 광고가 노출되는 페이스북·인스타그램 광고 시스템의 맹점을 노린 것이다.

사칭광고가 무분별하게 확산하는 것에 일차적 책임은 페이스북·인스타그램을 서비스하는 메타에 있다. 메타는 최선을 다해 사칭광고를 삭제하고 있지만, 보이스피싱 조직처럼 사칭광고와 사기 리딩방 조직도 규모가 커지고 체계화되고 있어 홀로 막아내기에는 힘에 부친다는 입장이다. 

메타 관계자는 “사칭광고는 서비스 규정상 하면 안 된다”는 점을 잘 인지하고 있다며 “회사 차원에서 총력을 기울여 사칭광고가 업로드되는 것을 막고 찾아내는 즉시 삭제하는 등 최대한의 조치를 하고 있다”고 밝혔다. 다만 해외에서 한국인 대상으로 광고를 내는 것을 막거나 해외 광고를 국내 인력으로 재검수하는 것은 선의의 피해자 발생 같은 우려가 있어 아직 도입을 검토하지는 않고 있다.

개인정보보호위원회와 방송통신심의위원회(방심위) 등 정부 기관도 사업자에 사칭광고 삭제와 보호조지 강화를 요청하는 등 사칭광고 확산을 막기 위해 적극 나서겠다고 밝혔다. 

개인정보위는 지난달 사칭광고와 사기 리딩방을 통한 개인정보 불법 판매 등 피해 사례가 증가함에 따라 메타 등 주요 SNS 사업자에 피해자 신고 절차를 안내하고, 사칭광고 통제장치 운영 강화 등의 조치를 긴급히 요청했다. 한국인터넷진흥원(KISA)과 협력해 사칭광고를 탐지·삭제하는 속도도 끌어올릴 계획이다.

방심위는 사칭광고로 방문을 유도하는 가짜 언론사 홈페이지를 지속해서 적발하고 경찰에 수사를 의뢰할 계획이다. 가짜 언론사 홈페이지는 발견 즉시 이용해지 또는 접속차단 등의 조치를 한다. 다만 지난해 말부터 SNS상에서 사칭광고가 확산되기 시작한 점을 고려하면 정부가 늑장 대응하고 있다는 비판은 피하기 힘들 전망이다.

김정환 부경대 휴먼ICT융합전공 교수는 "사칭광고는 SNS 서비스에 대한 이용자 신뢰에 치명타를 주고 장기적으로 이용자 이탈에 충분한 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라며 "네이버·카카오 등 국내 서비스에서 사칭광고가 확산됐으면 사회적으로 난리가 났을 텐데 해외 플랫폼에서 일어난 문제여서 그런지 정부 대응에 아쉬운 부분이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메타 등 해외 기업이 사칭광고의 위험을 확실히 인지하고 문제 해결을 위한 책임감 있는 대책을 내놔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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