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금융시장이 미 재무부의 이번 주로 예정된 국채 입찰을 주시하고 있다.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금리 동결과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의 비둘기파적 발언으로 촉발된 채권 시장의 강세 흐름을 뒤집을 수 있어서다.
6일(현지시간) 미국 채권 시장에서 미 10년물 국채금리는 9bp(1bp=0.01%포인트) 오른 4.649%에, 2년물 국채 금리는 11bp 오른 4.941%에 마감했다. 국채 금리와 가격은 반대로 움직인다.
지난 3일 10년물과 2년물 국채 금리가 각각 9bp, 13bp 하락하면서 반등 기반을 마련한 점도 있으나, 이날 국채 금리 상승세는 국채 공급에 대한 수요 우려에서 나타났다. 미 재무부는 이번 주 3년물, 10년물, 30년물 등에 걸쳐 총 1120억 달러치 국채를 입찰할 계획이다.
파월 의장이 이번 주 두 차례 연설을 앞둔 점도 투자 심리를 다소 위축시켰다. 이번 주에는 굵직한 경제 지표 발표는 없지만, 파월 의장을 비롯해 연준 고위 인사들의 연설이 줄줄이 예정돼 있다. 투자자들은 이러한 연설들을 통해서 연준의 통화정책과 경제 전망에 대한 보다 명확한 단서를 얻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연준은 지난주 FOMC(연방공개시장위원회) 정례회의를 통해 기준금리를 동결하면서도 추가 금리 인상 가능성을 열어뒀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시장이 대규모 국채 발행을 감당할 수요에 대한 의구심을 지우지 못하고 있다고 전했다. 미국 경제 강세에 따른 고금리 장기화 관측과 함께 미국 정부의 재정적자를 메우기 위한 신규 국채 발행 과잉이 국채 금리 상승을 지지할 것이란 견해다.
미국은 정부 지출을 억제하려는 의도조차 없는 것으로 보인다. 국제통화기금(IMF)은 미국 정부의 재정적자가 올해 국내총생산(GDP)의 8%를 초과할 것으로 예상했다. 미 의회예산국(CBO)에 따르면 미국의 재정적자는 1973년부터 2022년까지 GDP의 평균 3.6% 수준이었다.
국채 공급이 늘어나는 것과 달리 미 국채를 대규모로 사들였던 큰 손들이 사라지면서 수요가 흔들릴 것이란 주장이 나온다. 특히 미 연준은 기존 보유 채권을 소진하기 위해 채권 매입을 종료했다. 일본과 중국 수요도 사라졌다. 최대 해외 미 국채 보유국인 일본의 미 국채 보유율은 지난 8월까지 전년 동기보다 6% 줄었다. 지난 20년간 미 국채를 꾸준히 사들였던 중국의 국채 보유율도 8월 이후 14%나 감소했다.
반면 일부 전문가들은 미 국채가 금융시장에서 세계 최고 피난처 자산으로 꼽히기 때문에 수요가 꾸준할 것으로 봤다. 주피터 애셋 매니지먼트의 채권 담당자인 매슈 모건은 미국 경제와 관련 없이 국채 수요는 늘 것으로 전망했다. 그는 경기 연착륙 때 수요가 증가하는 것은 물론이고 경착륙 때도 금리 인하 기대감에 수요가 늘 것이라고 강조했다.
브레드 번스타인 UBS 자산운용 이사는 10년물 국채 금리가 내년 여름까지 최대 100bp 하락할 것으로 관측했다. 그는 야후파이낸스와의 인터뷰에서 “10년물은 내년 여름까지 지금 수준보다 100bp 하락할 것”이라며 국채 금리 하락을 통해 내년에 주식 시장이 8~10% 상승할 것으로 내다봤다.
개인 투자자와 헤지펀드 수요는 변수다. 골드만삭스의 분석에 따르면 미국 가계와 헤지펀드는 현재 미 국채의 9%를 보유하고 있다. 2022년 초 이들의 보유 비중은 2%에 불과했었다.
피터 치어 아카데미 시큐리티즈 거시 전략 총괄은 개인 투자자들이 주식과 채권 간 균형을 유지하기 위해 채권을 사들일 것으로 예상했다. 그는 “지금은 공급이 수요를 압도하는 모습을 쉽게 볼 수 있지만, 그 두려움은 지나치다고 생각한다”고 FT에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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