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습기살균제 제조사가 피해자에게 손해를 배상해야 한다고 본 하급심 판결이 대법원에서 확정됐다. 대법원이 가습기살균제 제조·판매업자의 민사 배상책임을 인정한 첫 판결로, 향후 피해자들의 배상 청구가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대법원 1부(주심 노태악 대법관)는 9일 김모씨가 가습기 살균제 제조·판매사인 옥시레킷벤키저(옥시)와 납품업체 한빛화학을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청구 소송 상고심에서 원심의 원고 일부 승소 판결을 확정했다.
대법원은 "원심 판단에 제조물책임에서의 인과관계 추정, 비특이성 질환의 인과관계 증명 등에 관한 법리를 오해해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없다"고 밝혔다.
2011년 당시 영유아, 임산부 등이 원인불명의 폐 손상을 앓는 사례가 늘어났다. 보건당국의 조사 결과 1994년부터 시중에 유통된 가습기 살균제가 원인으로 밝혀졌는데 조사를 거듭하면서 피해자도 속출했다.
김씨도 2007년 11월부터 2011년 4월까지 옥시의 가습기 살균제를 사용하다 2013년 5월 간질성 폐질환 등을 진단받았다. 김씨는 가습기 살균제를 원인으로 주장했지만 질병관리본부는 "가습기 살균제로 인한 폐질환 가능성이 낮다"며 2014년 3월 3등급 판정을 내렸다. 이에 김씨는 불복해 2015년 2월 옥시와 한빛화학을 상대로 법원에 소송을 냈다.
1심은 김씨의 청구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반면 2심은 가습기살균제에는 설계상 및 표시상의 결함이 존재하고, 그로 인해 김씨가 신체에 손상을 입었다는 점을 인정해 위자료 500만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2심은 "김씨를 치료한 병원의 진료소견서와 옥시 관계자들의 유죄 판결, 질병관리본부 실험 결과 등을 봤을 때 이 사건 가습기살균제에 일응 하자가 있었다는 것을 추단할 수 있다"며 "김씨가 정상적인 용법으로 사용했는데도 신체에 손상을 입은 사실을 인정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양쪽 모두 불복했으나 대법원은 2심 판단에 잘못이 없다고 보고 이날 상고를 기각했다.
대법원 관계자는 "가습기살균제 사용자가 제조·판매업자를 상대로 손해배상을 구한 민사소송 중 첫 상고심 사건 판결"이라며 "가습기살균제 사용과 그로 인한 질환의 발생·악화에 관한 인과관계 유무 판단은 사용자의 구체적인 증명에 따라 달라질 수 있음을 전제로 한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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