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용하 칼럼] 3중고 경제난 ..'국가혁신계획' 수립해 돌파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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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용하 순천향대 IT금융경영학과 교수
입력 2023-12-12 14: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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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용하 현 순천향대 IT금융경영학과 교수
[김용하 순천향대 IT금융경영학과 교수]



다사다난했던 2023년 계묘년이 저물고 있다. 새해를 시작할 때에는 경제성장률 1.6∼1.8%를 기대하였지만 3분기를 경과하면서 한국은행은 금년 경제성장률을 1.4%로 내다보고 있다. 당초 예상도 낮았지만 결과는 더 충격적이다. 코로나가 극심했던 2020년 -0.7% 성장률을 보인 이래 가장 저조하다. 한국은행은 금년보다 나아진 2024년 2.2% 전망을 내놓았으나 3%를 훨씬 밑도는 성장률이라는 점에서 경고등이 켜졌다. IMF가 지난 11월에 공개한 ‘한국 연례협의 보고서’에서 성장률을 2025년 2.3%, 2026~2027년 2.2%, 2028년 2.1%로 전망했다. 이는 IMF가 우리 경제의 잠재성장률을 2.1∼2.3% 수준으로 인식한다는 의미다. 혹자는 한국 경제가 저성장의 늪에 빠진 것이 아니냐고 우려하지만 우리나라는 1980년대 후반 10%대 성장률을 기록한 이후 5년에 0.5% 정도씩 하락해 왔고 이러한 추세가 이어지고 있다. 금년 경제성장률이 1.4%에 턱걸이한다 해도 2021년, 2022년에 이어 3년 연속 'OECD 평균 이하' 성장률을 기록하게 되는 것이다.
 
중장기적인 성장 경로는 그렇다 치더라도 현재 우리 경제가 직면하고 있는 경제적 상황을 보면 떨어지는 잠재성장률을 상회하기는커녕 하회할 수도 있다는 절박감이 엄습하고 있다. 무엇보다 우리 경제를 이끌어왔던 제조업이 위축되고 있다는 점이다. 지난 3분기에 제조업 성장률은 전년 동기 대비 1.3%에 불과하여 건설업 4.2%, 서비스업 1.7%는 물론 농림어업 1.5%에도 미치지 못했다. 국민총생산에 대한 지출을 보면 전년 동기 대비 민간소비 0.2%, 정부소비 1.1%, 건설투자 3.8%, 설비투자 -4.2%, 수출 3.1% 증가율을 보였다. 민간소비와 설비투자가 저조하였고 건설투자와 수출이 상대적으로 양호했지만 2022년 3분기에 건설투자와 수출이 둔화되었으므로 기저효과 영향이 있다. 수출의존도가 높은 한국 경제는 수출이 성장을 견인해야 하는데 그렇지 못하다. 수입이 -0.3%인 것은 국제 유가가 안정세를 띠고 있고, 시설투자가 낮은 것과 연관이 있다는 점에서 침체된 경제 상황을 반영한다. 한편 총저축률은 32.9%로 전기 대비 0.6%포인트 하락하고, 국내 총투자율은 총자본형성이 감소하여 31.3%로 전기 대비 1.0%포인트 하락했다. 성장률이 떨어지니 소비지출과 저축률이 동시에 하락하고 총투자율은 총저축률보다 낮았다. 높은 불확실성이 경제 전반을 억누르고 있음을 보여준다.
 
우리 경제는 물가·금리·환율 등 이른바 3고의 파고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진퇴양난의 상황에 직면해 있다. 지난 11월 물가 상승률은 3.3%로 4개월째 3%대를 보였다. 최근 국제 유가 안정으로 상승세는 다소 꺾였지만 여전히 불안하다. 근원물가(농산물과 석유류 제외 지수)는 전년 동월 대비 3.3% 상승했고 생활물가지수는 4.0%, 개인서비스 물가는 4.2% 상승하여 인플레이션 심리가 완전히 진화됐다고 볼 수 없다. 환율도 달러당 1360원대에서 다소 낮아졌지만 1320원대로 강달러가 지속되고 있고, 일본 100엔당 원화 환율은 910원대로 전례 없는 엔화 약세 속에서 대일본 수출경쟁력이 흔들리고 있다.
 
한국은행은 기준금리를 일곱 번째 3.5%로 동결했다. 현시점에서 우리 경제에는 금리 인상 요인과 금리 인하 요인이 병존하고 있다. 1.4% 내외에 불과한 낮은 경제성장률과 가계·기업의 고금리 부담을 감안하면 지금 당장이라도 금리를 낮추어야 한다. 반면 물가와 환율 불안, 가계를 비롯한 경제 전반의 부채 총량 증가와 2.0%포인트에 이르는 한·미 간 금리 차이에 따른 부작용을 생각하면 금리 인상이 필요하다. 진퇴양난의 금융정책 여건하에서 금리 동결이 견지되고 있다는 것은 금융정책 수단으로 현 경제 국면을 타개하기 어렵다는 의미다. 그렇다고 100조원 내외로 적자 재정이 고착된 상태에서 재정정책도 여의치 않다. 금융·재정정책이 묶여 있는 상황에서 부동산 PF 부실 리스크는 해소되지 않은 채 2금융권과 건설업계 자금난이 심화되고 있다. 금년 3분기 국내 기업과 자영업자의 은행 대출금은 1876조원으로 늘어났다. 이자 부담이 있는 46만여 곳 중 이자보상비율이 100% 미만인 이자 비용도 메우지 못하는 기업이 42.3%인 것도 고질적인 문제다.
 
불확실한 국내외 경제 상황보다 더 답답한 것은 오리무중인 정부 정책이다. 비교적 무난한 경제정책을 펼치고 있다고 자위하고 있을지 모르지만 뒷북치는 미봉책으로는 국민과 시장 신뢰를 얻을 수 없다. 위기에 봉착해서 나오는 수습책이 아니라 선제적 정책이 요구된다. 정권에 따라서 왔다 갔다 하는 정책이 되어서는 안 된다. 에너지·환경 정책이 대표적인 정부실패 사례다. 대한민국 미래 비전에 대한 국민적 컨센서스를 모으고, 모아지면 일관성 있게 밀고 나가야 한다. 선심성 정책을 하느라 자유시장 경제 원칙을 마구 훼손해서는 안 된다. 정부가 앞서가지 못한다면 적어도 시장을 흐려서는 안 된다. 정의라는 미명하에 사사건건 기업에 간섭하고, 물가 안정이라는 명분으로 전기요금 등 공공서비스 가격을 통제하고 국제 원유 가격이 하락하는데도 유류세 인하를 유지하는 등 과거 정부의 잘못된 관행을 그대로 답습해서는 안 된다. 지역 소멸 대책 운운하면서 수도권 집중을 가속화하는 정책을 내놓는가 하면, 경제성이 충분히 검증되지 않은 지방 공항 신설 등 SOC 정책이 선거를 앞두고 쏟아지고 있다. 여야는 국가 예산 심의 기일을 넘기는 것을 예사롭게 한다. 정말 서둘러야 하는 저출산·고령화 등 구조 전환 정책은 뒷전에 있다. 2024년이면 윤석열 정부도 3년 차에 접어든다. 지난 2년을 면밀히 둘러보고 남은 임기 동안 무엇을 우선적으로 해야 할지를 차분히 정리해서 3개년 국가혁신계획을 수립하고 경제 부흥의 책임감을 가지고 실천할 때다.



김용하 필자 주요 이력 

 △성균관대 경제학 박사 △전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원장 △전 한국경제연구학회 회장 △전 한국재정정책학회 회장 △현 순천향대 IT금융경영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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