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용하 칼럼] '창조적 파괴'로 슈링코노믹스 막아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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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용하 현 순천향대 IT금융경영학과 교수
입력 2023-11-09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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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용하 교수
[김용하 교수]



인구 감소가 본격화되고 있다. 2023년 8월 통계청의 인구동향에 따르면, 출생아수는 1만8984명, 사망자수는 3만540명으로 한 달에 1만1556명의 인구가 줄었다. 2020년 5184만명이던 인구가 2023년 5156만명으로 감소했고, 2030년에는 5200만명, 2050년에는 4903만명, 2070년에는 3766만명으로 감소할 예정이다. 대한민국이 슈링코노믹스의 국가로 급속히 진입하고 있다.
 
슈링코노믹스는 2020년 세계은행에서 일본에서 특이하게 나타나고 있는 인구 노령화와 인구 감소 현상을 주목하면서 부각되었다. 상당수 OECD 국가에서도 저출산 고령화 현상은 나타나고 있지만, 일본에서 나타나고 있는 경제적, 재정적 성과부터 도시 형태, 공공정책 우선순위(공적 연금, 건강 관리, 장기 요양 시스템 등의 장기적 재정 건전성)에 이르기까지 경제의 모든 영역에서 직·간접적인 영향이 특별했기 때문이다. 출산율이 급하게 하락하고 평균수명은 다른 OECD 국가를 추월하고, 짧은 단카이세대(베이비붐 세대)가 총합적으로 만드는 일본 경제의 극적 변화는 여타 국가에 시사하는 바가 크다.
 
그러나 대한민국은 특이한 일본보다 더 특별한 슈링코노믹스를 설명하기 시작했다. 일본의 합계출산율은 1975년 1.91명으로 2.0선이 깨진 이후 하락했지만 2005년 1.26명을 최저점으로 다시 상승했다. 물론 2015년 1.45명까지 회복된 이후 2022년에는 1.26명으로 다시 하락하고는 있지만, 우리나라(2022년 합계출산율 0.78명)와 같이 1.0명대 이하로 하락한 적은 없다. 일본의 베이비붐 세대는 3년에 불과하였지만 우리나라는 제2차 베이비붐 세대(1964년∼1974년생)까지 포함하면 20년으로 매우 길고, 평균수명도 현재 추세가 계속된다면 일본을 앞지를 것으로 전망된다.
 
이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지표가 고령화 속도이다. 노인인구비율이 7%의 고령화사회에서 20%를 넘는 초고령사회로 진입하는 시점까지 소요 기간을 국가별로 비교하면, 프랑스 155년, 스웨덴 124년, 독일 78년, 영국 95년이고, 노인대국인 일본도 35년이지만, 우리나라는 2000년에 7%를 넘어선 이후에 단 25년 만인 2025년에 초고령사회가 되고, 2045년경에는 노인인구비율이 40.4%인 세계 제일의 노인대국 위상에 오를 것으로 전망된다, 베이비붐 세대가 길다는 것은 인구 보너스(bonus) 기간이 길어져 경제적으로 긍정적 효과를 주지만 베이비붐 세대가 노년이 되면, 인구 오너스(onus) 기간이 길어지고, 이들의 평균수명이 연장되면 부정적 효과는 더욱 배가 될 수 있다는 점에서 우려된다.
 
일본이 걸어왔던 그리고 걸어가고 있는 경험은 수축경제학의 살아있는 실험실이기 때문에 면밀한 관찰과 분석이 필요하다. 일본의 인구 감소와 고령화가 1단계로 영향을 미치는 영역은 노동력과 노동시장이었다. 노동 공급의 감소는 노동시장 구조를 크게 흔들어 놓았다. 먼저 높았던 청년 실업률이 현격하게 떨어졌고, 북유럽 국가들에 비하면 낮았던 여성의 고용률이 높아졌다. 고령자의 경제활동 참여 요구가 늘어나 정부 차원에서 정년 연장 조치가 뒤따랐다. 여기까지는 긍정적 효과라고 볼 수 있지만, 청년 여성 고령자의 노동공급 확대로 노동수요를 충족하지 못할 때가 오면 노동력 부족 문제가 발생한다. 노인인구에 대한 복지비 증가를 충당하기 위한 소비세 및 사회보험료 인상이 이루어졌지만, 폭증하는 비용을 감당하지 못하고 국가부채비율은 2022년 261.3%를 기록했다. 한때 미국의 지위까지 넘보던 세계 2위의 경제력을 자랑하던 일본은 1985년 플라자 합의를 정점으로 성장률이 꺾여 2015년까지 30년간 저성장의 늪에서 헤어나오지 못했다.

수축경제를 벗어나기 위해서는 일본 경로를 벗어나 한국의 길을 새롭게 찾아야 하지만, 일본의 경로조차도 제대로 따라가지 못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일본은 저성장 기간에도 불구하고 2004년 13.58%였던 후생연금(우리나라의 국민연금) 보험료율을 13.58%에서 18.3%로 높여 2100년 이후에도 적립기금을 유지할 수 있도록 연금개혁을 했다. 최고령 국가임에도 불구하고 2021년 GDP 대비 경상의료비를 11.3%로 관리하고 있는 데 비해, 우리나라는 노인인구비율이 일본보다 훨씬 낮은데도 불구하고 OECD 평균 9.7%에 접근하고 있다. 국가부채비율은 2023년 50.4%로 아직 낮지만, 증가속도는 OECD 국가 중 1위를 차지하고 있고, 가계부채비율은 일본보다 높다. 더욱이 2023년 경제성장률은 일본보다 낮아질 것이 확실시되고 있다.
 
한국은 수축경제학의 전형적 교과서인 일본의 길로 진입했고, 일본보다 더 심각한 경제축소의 가능성이 예상된다. 미국 투자은행 골드만삭스는 2040년대 한국의 경제성장률이 0.8%로 하락하여 24개국 중 23위(일본은 0.7%로 24위)가 될 것으로 전망했다. 이후 한국은 2050년대 0.3%, 2060년대 -0.1%, 2070년대 –0.2%로 계속 하락하여 비교국가 중 마이너스 성장률을 기록하는 유일 국가가 되고, 2075년에는 GDP 규모로는 말레이시아·나이지리아에 밀려 세계 15위권 밖으로 밀려날 것으로 예측했다. 최근 인도가 GDP로는 식민지 종주국인 영국을 앞지르기 시작한 것을 볼 때, 충분히 현실화 될 수 있는 수축경제 한국의 미래 모습이다.
 
한국 경제·사회 전반에 슘페터가 주창했던 창조적 파괴(creative destruction)가 요구되는 시점이다. 윤석열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연금개혁 노동개혁 교육개혁 규제개혁은 이러한 창조적 파괴의 시발점이라 할 수 있다. 나라가 내년 총선을 겨냥한 反시장적 포퓰리즘 정책으로 흘러가서는 안 된다. 국민은 대한민국 미래를 열어갈 책임 정당을 갈망하고 있음을 인식해야 한다.




김용하 필자 주요 이력 

 △성균관대 경제학 박사 △전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원장 △전 한국경제연구학회 회장 △전 한국재정정책학회 회장 △현 순천향대 IT금융경영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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