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계청 ‘6월 고용동향’에 따르면, 지난 6월 취업자 수는 2881만2000명으로 전년동월 대비 33만3000명 증가했다. 고용률은 63.5%, 실업률은 2.7%로 좋은 실적을 보였고, 소비자물가상승률도 2.7%로 안정되어 소위 경제고통지수(실업률+물가상승률)는 5.4를 기록하여 금년 1월의 경제고통지수 8.8과 비교할 때 크게 안정된 모습을 보이고 있다. 그렇지만 국민이 체감하는 경제적 고통도 완화되었을까?
2022년도 GDP로 볼 때, 우리나라의 경제력 순위는 3단계가 내려앉았다. 한국은행은 우리나라의 명목GDP는 약 1조6733억 달러로 세계 13위 수준으로 추정했다. 미국(25조4627억 달러)과 중국(17조8760억 달러)이 글로벌 1, 2위를 차지하였고, 일본(4조2256억 달러)과 독일(4조752억 달러)이 3, 4위를 지켰다. 그다음으로 영국(3조798억 달러), 인도(3조96억 달러). 프랑스(2조7791억 달러)가 5∼7위를, 캐나다(2조1436억 달러), 러시아(2조503억 달러), 이탈리아(2조105억 달러), 브라질(1조8747억 달러), 호주(1조7023억 달러)가 뒤를 이었다.
명목GDP는 환율의 영향이 크기 때문에 과도하게 비관할 필요는 없지만, 브릭스 국가의 부상을 의식하지 않을 수 없고 베트남, 인도네시아, 튀르키예 등의 국가도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는 점에서 중장기적으로 15위권을 지키는 것도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다. 신흥 부상 국가들 대부분이 물적·인적 자원이 풍부한 나라인 점에서 현재와 같이 에너지 등 부존자원을 무기화하고 생산인구가 감소되는 추세가 계속된다면 우리나라는 현재보다 더 유리할 것이 없다.
우리나라는 국토면적이 좁고, 에너지 등 부존자원이 빈약함에도 불구하고 양질의 노동력을 기반으로 경제성장의 기반을 다진 국가라 할 수 있다. 수출 중심의 경제개발 전략이 주효하여 상당수의 경쟁력을 가진 글로벌 기업의 기술과 자본력까지 겸비하여 현재의 경제적 위상에 성공적으로 자리 잡았다. 그러나 최근 우리나라 주력산업인 반도체가 흔들리자 가려져 있던 우리 경제의 취약성이 적나라하게 드러나고 있다.
IMF(국제통화기금)는 우리나라의 금년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1.5%에서 1.4%로 0.1%p 낮췄다. 그러나 IMF는 독일 (–0.1%→–0.3%)을 제외한 다른 국가의 전망치는 모두 상향 조정했다. 세계 경제성장률은 2.8%에서 3.0%로, 미국은 1.6%에서 1.8%로, 유로존은 0.8%에서 0.9%로, 일본도 1.3%에서 1.4%로 높였다. 중국은 5.2%로 3개월 전 전망치를 유지했고, 인도는 5.9%에서 6.1%로 상향 조정했다.
한국은행은 우리나라의 2분기 GDP 성장률 추정치를 전분기 대비 0.6%로 발표했다. 민간소비는 –0.1%로, 건설투자 –0.3%, 설비투자 –0.2%로 모두 감소했다. 수출 부진은 7월에도 이어지고 있다. 수출은 503억3100만 달러로 전년 동월 대비 16.5% 감소했으나, 수입이 487억500만 달러(-25.4%)로 더 많이 감소하여 무역수지는 16억2600만 달러 흑자를 기록했다. 그나마 원유(-46%), 가스(-51%), 석탄(-46%) 등 국제 에너지 가격의 하락으로 무역수지가 흑자를 유지할 수 있었다. 이런 추세라면 금년도 경제성장률 전망치(1.4%)도 달성하기 쉽지 않다.
현시점의 우리나라 경제 상황을 반영하는 것이 국세수입 통계이다. 금년 1∼6월 국세 수입은 178조5000억원으로 전년동기 대비 39조7000억원(18.2%) 감소했다. 전년 동기간과 비교하여 법인세가 16조8000억원(-26.4%), 소득세가 11조6000억원(-16.7%), 부가가치세가 4조5000억원(-11.2%) 감소했다. 기업과 가계의 소득 감소가 정부의 세수 감소로 이어지고 있다. 경제가 이런데 정치권에서는 추경을 둘러싸고 기 싸움만 하고 있다.
단기적 경기 부양도 걱정이지만, 중장기적으로 잠재성장률을 높이는 것이 급선무라고 할 수 있다. 장기 경제 전망치를 낮추는 1차적 요인으로 저출산·고령화에 따른 생산인구 감소가 꼽히고 있지만, 취업자 수가 늘어나고 있는데도 불구하고 경제성장률이 이에 앞서서 떨어지고 있다. 6월의 취업자 수는 전년동월대비 33만3000명 증가했지만, 60세 이상 연령층에서 34만3000명이 늘어났고, 15∼29세 연령층에서는 11만7000명이 감소했다. 여성이 33만2000명 증가하는 동안 남성은 1000명 증가에 머물렀다. 업종별로는 보건·사회복지서비스업이 12만6000명, 숙박·음식업이 11만6000명 증가하였으나 제조업은 1만명이 감소했다. 노령층 여성 서비스업의 고용이 증가하는 것은 바람직한 측면이 있지만 일자리의 질이 관건이다. 저출산 고령화에 따른 노동 공급의 감소를 걱정하고 있지만, 좋은 일자리를 제공할 수 있는 공급측면에서의 경쟁력 제고가 우선시 된다.
윤석열 정부는 규제개혁 등 기업의 자유로운 경제 활동의 제약을 풀기 위한 노력을 하고 있다. 역대 정부에서 규제 철폐를 추진했지만 별무 효과인 것은 규제가 단순한 법령상의 존폐에 한정되지 않기 때문이다. 은연중 법제화되어 있는 각계각층의 자기 이익을 지키기 위한 보호망을 폐지하는 것이 규제개혁의 요체이다. 최근 이슈가 되고 있는 '순살아파트'가 대표적 사례이지만 빙산의 일각에 불과하다. 이를 폐지하자면 실타래처럼 얽혀 있는 이해관계를 끊어내고 오랫동안 쌓여온 각종의 경제적 지대 (rent)를 해체하는 것이 필요하지만 지난한 일이다. 무엇보다도 지대추구행위(rent seeking)가 근절되지 않고 있는 것은 ‘내로남불’ 때문이다. ‘역지사지’하는 마음으로 국민 모두 각자의 기득권을 내어놓고, 미래를 위한 새로운 균형점을 찾아 나가야 한다. 그렇지만 이는 두 쪽으로 쪼개진 국민을 하나로 모으는 대통합에서 시작해야 하는데, 세상은 하루가 멀다 하고 양극단으로 치닫고 있어 안타까울 뿐이다.
김용하 필자 주요 이력
△성균관대 경제학 박사 △전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원장 △전 한국경제연구학회 회장 △전 한국재정정책학회 회장 △현 순천향대 IT금융경영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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