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에서는 이번 인수를 놓고 기대와 우려가 교차하고 있다. 하림이 종합물류기업으로 발돋움함으로써 새로운 성장동력을 마련한다는 점에서는 긍정적이란 평가가 지배적이다. 하지만 인수 완료까지는 넘어야 할 숙제가 많다. 관건은 인수 자금 확보다. 일각에서는 ‘승자의 저주’에 빠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하림그룹 지주사인 하림지주는 19일 입장문을 통해 "HMM 경영권 매도인(KDB산업은행·한국해양진흥공사) 측에서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됐다는 통보를 받았다"고 했다.
하림은 사모펀드 운영사인 JKL컨소시엄과 컨소시엄을 꾸려 본입찰에 참여했다. 하림·JKL컨소시엄은 추가 협상을 거쳐 연내 주식매매계약(SPA)을 체결한다는 방침이다. 하림이 본입찰에 써낸 가격은 최대 6조4000억원대다. 동원그룹은 이보다 2000억원 낮은 6조2000억원가량을 적어냈다.
특히 이미 벌크선사인 팬오션을 보유한 하림은 컨테이너 선사 HMM까지 인수하게 되면 종합물류기업으로 발돋움하게 된다. 팬오션과 HMM 간 시너지를 극대화한다면 글로벌 물류시장에서 독보적인 존재가 될 수 있다는 기대감도 상당하다.
김홍국 하림그룹 회장은 HMM 인수를 통해 한국을 세계 해양 5대 강국으로 키우겠다는 포부도 밝혔다. HMM은 컨테이너 시장점유율이 현재 3%에 그친다. 팬오션과 HMM 간 시너지를 극대화해 세계 8위에서 5위로 키우겠다는 복안이다.
하림은 팬오션과 HMM으로 연간 13조원가량 매출을 기대할 수 있다. 올해 3분기까지 팬오션과 HMM 누적 매출액은 각각 3조3328억원, 6조3381억원으로 합계 10조원에 육박한다.
하림은 일단 HMM 우선매각협상자로 선정되며 큰 산은 넘었지만 앞으로 해결해야 할 과제도 산적해 있다. 가장 시급한 문제는 자금 동원이다. 하림이 보유한 현금성 자산은 1조6000억원에 불과하다. 나머지 자금은 사모펀드인 JKL파트너스 자금력에 의존해야 하는 신세다.
두 회사는 자기자본 3조여 원에 인수금융 3조5000억원으로 자금을 조달한다. 하림은 팬오션 유상 증자에다 4대 은행(국민·우리·신한·농협)에서 투자를 받아 2조원가량 인수 자금을 조성한다는 계획이다. 이미 4대 은행과 LOC(투자확약서)도 체결한 상태다. JKL파트너스에서 5000억원을 받아 총 3조원을 마련하기로 했다. 인수금융은 2조원으로 잡았다.
하지만 6조원 넘는 인수 자금을 마련하려면 대규모 차입이 불가피해 보인다. 대규모 차입에 따른 이자 부담도 가중돼 '승자의 저주'에 빠질 수 있다는 우려가 작지 않다. 글로벌 금리 인상 여파로 최근 인수금융 금리는 7~8%에 달한다. 2조원을 연 8%에 빌리면 이자 부담만 1년에 1600억원에 달해 그룹 전체 재무에도 적잖은 부담이 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해운 업황 침체도 경영 불확실성을 키우는 부분이다. 해운 업황은 경기 침체와 운송 선박 공급 증가에 따른 경쟁 심화 등 악재가 겹치면서 부진을 면치 못하고 있다. 해상 운임은 전년 대비 4분의 1 수준으로 떨어진 상태다.
이와 관련해 하림지주 측은 "HMM과 팬오션은 컨테이너-벌크-특수선으로 이상적 포트폴리오를 구성할 수 있다"면서 "양사가 쌓아온 시장 수급과 가격 변동에 대한 대응력으로 어떠한 글로벌 해운시장 불황도 충분히 타개할 수 있다"고 자신감을 내비쳤다.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