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가 초고령화 사회 진입을 앞둔 가운데, 뇌졸중 전문의 인력 부족에 따른 치료체계 붕괴가 우려된다. 일부 권역 심뇌혈관질환센터에는 전문의 1명이 뇌졸중 환자 500여명을 진료하고 있는 실정이다.
대한뇌졸중학회는 14일 서울 소공동 웨스틴조선호텔에서 ‘초고령화 사회에서 뇌졸중 치료시스템 구축을 위한 현황 분석 및 발전 방안 모색’을 주제로 기자간담회를 개최했다.
이날 간담회 발표자로 나선 김태정 뇌졸중학회 홍보이사(서울대 의대 신경과)는 “2050년 65세 이상 노인 인구가 약 2000만명에 달해, 매년 새로운 뇌졸중 환자가 35만명씩 발생할 것으로 전망된다”면서 “뇌졸중으로 인한 연간 진료비용은 연간 9조원에 이를 것으로 보이지만, 턱없이 부족한 뇌졸중 전문의 인력 문제로 현재 뇌졸중 치료 체계의 근간이 흔들리고 있다”고 지적했다.
국내 뇌졸중 치료 취약지의 상황은 더욱 심각하다. 학회에 따르면 전체 뇌졸중 환자의 50%는 현재 살고있는 지역이 속한 진료권에서 정맥내혈전용해술, 동맥내혈전제거술 등의 뇌졸중 최종 치료를 시행할 수 없는 것으로 파악됐다.
김 이사는 이와 관련해 “전국 상급종합병원과 수련병원에 재직 중인 뇌졸중 전문의가 209명에 불과한 인력 부족 때문”이라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뇌졸중은 골든타임 내 치료가 필수인 중증질환이다. 의심될 때 가능한 빨리 병원에 도착해 정확한 진단을 받고 필요한 치료가 신속하게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차재관 대한뇌졸중학회 질향상위원장(동아의대 신경과 교수)은 전공의를 2배 수준으로 늘려야 한다고 봤다. 차 위원장은 “현재 수련병원 74곳에 전공의는 86명 정도다. 160명으로는 증원해야 안정적으로 인적 자원을 확보할 수 있다”고 말했다. 아울러 학회는 인력 자원 확보와 더불어 보상체계 마련, 뇌졸중 질병군 분류 체계 수정이 선결돼야 한다고 제언했다.
정부의 의대 증원 추진에 대해서는 ‘필수의료 환경 개선’이 중요하다는 의견도 나왔다.
배희준 대한뇌졸중학회 이사장은 “충분한 의사 인력이 확보되어야 한다”라며 “다만 어떻게 필수의료로 인력을 모을 수 있을지가 핵심”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단순하게 사람만 늘리는 것이 아니라 환경과 제도 만들어 안 하려는 걸 하게 만들어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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