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눈] 'ELS 사태' 두고 눈치싸움…법과 원칙 따라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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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문기 기자
입력 2024-03-13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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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금융감독원이 지난 11일 발표한 홍콩 H지수 기초 주가연계증권(ELS) 상품 관련 분쟁조정기준안을 두고 금융권이 술렁이고 있다.

    은행들은 불완전판매를 인정하지 않고 있고 금융당국도 분쟁조정안에 '투자자 자기책임원칙'을 일부 고려했다.

    그런데 은행들이 금감원의 분쟁조정안에 따라 '자율적인' 배상에 나서면 불완전판매가 있었다는 것을 스스로 인정하는 꼴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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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감독원이 지난 11일 발표한 홍콩 H지수 기초 주가연계증권(ELS) 상품 관련 분쟁조정기준안을 두고 금융권이 술렁이고 있다. 최악에는 투자자에게 조(兆) 단위로 배상해야 하는데 금액 자체보다 그 방식을 두고 뒷말이 무성하다.

금융당국은 ‘사후 수습 노력’을 전제로 추후 제재 수위를 낮춰주겠다는 ‘당근책’을 내놨다. 그러나 은행권에서는 이를 사실상의 압박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은행권 관계자는 “금융당국이 마련한 ‘기준’을 무시할 수 있는 은행은 없을 것”이라며 “결국 금감원이 내놓은 기준안 수준에서 분쟁을 조정하는 방향으로 갈 것”이라고 말했다.

문제는 은행들이 강제성 없는 분쟁조정안을 따르면 그 후폭풍 규모를 가늠할 수 없다는 점이다. 금융권에서는 배임 문제가 가장 먼저 거론된다. 이번 분쟁조정안이 자율배상 형식이라는 점에서 주주 반발을 피할 수 없기 때문이다.

ELS 사태의 핵심은 불완전판매가 이뤄졌는지 아닌지다. 은행들은 불완전판매를 인정하지 않고 있고 금융당국도 분쟁조정안에 ‘투자자 자기책임원칙’을 일부 고려했다. 그런데 은행들이 금감원의 분쟁조정안에 따라 ‘자율적인’ 배상에 나서면 불완전판매가 있었다는 것을 스스로 인정하는 꼴이 된다.

그렇다 보니 은행들은 분쟁조정위원회 등 절차를 통해 시시비비를 가리고 싶은 눈치다. 불완전판매 등 잘못이 있었다면 그에 따른 ‘강제적인’ 배상에 나서겠다는 것이다. 쉽게 말해 주주 등 이해관계자에게 설명할 명분이 필요한 상황이다.

금융당국이 최근 강조하고 있는 ‘밸류업 프로그램’의 핵심 축 가운데 하나가 배당금 확대라는 점도 걸림돌이다. 주주들이 당기순이익이나 배당 규모 등에 관심을 가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금융권 사정에 정통한 전문가는 “지금까지는 금융당국이 금융사 주주환원율 등을 관리하는 것을 당연한 것으로 여겼고 주주들도 이를 용인하는 측면이 있었다”며 “그런데 밸류업 프로그램을 통해 주주들은 향후 금융주 배당이 늘어날 것을 기대하게 됐다”고 분석했다.

문제를 해결하는 방법은 간단하다. 자율배상이라는 ‘융통성’이 아닌, 법과 원칙에 근거한 ‘객관성’을 발휘하는 것이다. 2019년 파생결합펀드(DLF) 사태 이후 금융소비자보호법이 제정됐고 불완전판매와 관련한 규정도 대폭 강화됐다. 금감원이 고강도 현장 조사를 진행한 만큼 그 과정에서 발견한 불완전판매 행위를 법과 원칙에 근거해 제재하면 된다.

금감원은 분쟁조정안을 발표하면서 “현장조사 결과 △판매정책·소비자보호 관리 실태 부실 △판매시스템 차원에서 불완전판매 △개별 판매 과정에서 다양한 불완전판매 등이 확인됐다”며 “관련 법규·절차에 따라 위법부당행위에 대해서는 엄중 조치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제대로 된 진단이 전제돼야 적확한 처방이 나온다. 그러므로 일차적으로는 이번 ELS 사태와 관련한 시비를 정확히 가려야 한다. 그리고 금융사가 책임져야 할 부분이 있다면 그 경중에 따라 엄중히 제재해야 한다. 비슷한 사고가 재발하는 것을 막기 위한 가장 쉽고도 확실한 방법이다.
 
금융부 장문기 기자
금융부 장문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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