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플러스] '묻지마' 성과급 요구에 韓 기업들 가슴앓이...성장동력 꺾일까 우려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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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일용 기자
입력 2024-03-18 0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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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현대차·현대제철·LG엔솔도 노조·직원 성과급 요구 직면

  • 미래 구상하는 사측과 전년도 실적보는 노조 이견

  • 도약·횡보 기로 선 삼성전자, 노조에 발목 잡힐까 우려

사진아주경제DB
[사진=아주경제DB]
삼성전자 노동조합이 급성장하며 경영 핵심 변수로 떠오른 이면에 사측과 DS(반도체)부문 직원 간 성과급 갈등이 있다. 삼성전자뿐 아니라 현대차·기아, 현대제철, LG에너지솔루션 등 국내 주요 기업들도 노조의 '묻지마' 성과급 요구에 골머리를 앓고 있다.

18일 재계에 따르면 현대차·기아 노조는 오는 20일 서울 양재동 현대차그룹 본사에서 특별성과급 쟁취를 위한 공동 집회를 진행한다.

특별성과급이란 현대차그룹이 지난 2년 동안 주요 계열사 직원들에게 교섭 성과급과 별도로 지급한 경영상 추가 보상이다. 지난해 기준 현대차 직원은 품질과 안정성 평가 항목에서 우수한 결과를 낸 것을 이유로 400만원+주식 10주를, 기아차 직원은 글로벌 판매 톱3를 달성한 것을 이유로 400만원+24주를 받았다.

장재훈 현대차 사장은 지난달 23일 이메일을 통해 직원들에게 "올해는 지난 2년간 특별성과급 지급 방식을 전환하겠다"고 밝혔다. 총 성과보상 관점에서 임금 교섭을 진행하고 이를 조기에 마무리해 직원들이 성과에 대한 보상을 빠르게 체감할 수 있도록 하는 게 목표다. 회사 내부에서 특별성과급이 연간 총 보상과 별개로 인식돼 직원들 사이에 혼란이 생긴 것도 개편의 이유로 꼽힌다.

하지만 노조 측은 지난해 현대기아차 그룹이 사상 최대 실적을 거둔 것을 이유로 특별보상급 지급 방식을 변경하는 데 반발하고 있다. 지난달 울산 공장과 양재동 본사에서 항의 집회를 한 데 이어 이달 1~10일에는 총량제 특근 거부를 진행하기도 했다.

현대제철 노조는 사측이 경영상 어려움을 이유로 특별성과급 기준을 낮추자 48시간 총파업 카드를 꺼내 들었다가 여론이 악화되자 대외투쟁으로 전환했다. 현대제철 노조는 지난해 임단협에서 2022년 영업이익의 25%를 70주년 특별성과급으로 지급할 것을 요구했다. 1인당 약 3000만원에 달하는 수치다. 현대제철의 지난해 영업이익은 8073억원으로 전년과 비교해 약 50% 감소했다. 건설 시황 둔화에 따른 봉형강 제품 판매량 감소와 전기요금 인상 등 대외요건이 악화했기 때문이다.

LG에너지솔루션도 성과급 지급을 두고 한차례 홍역을 치렀다. 지난해 기본급의 870%를 성과급으로 지급한 LG에너지솔루션은 올해 미국 인플레이션감축법(IRA)에 따른 생산 세액공제를 성과급 산정 기준에서 제외하며 성과급을 기본급의 360% 수준으로 낮췄다.

이에 반발한 LG에너지솔루션 직원들은 익명으로 돈을 모아 2월 초부터 3월 초까지 서울 각지에서 트럭 시위를 진행했다. 트럭에는 "경영목표 명확하게 성과공정 보상하게", "피와 땀에 부합하는 성과체계 공개하라" 등의 문구를 표시했다. 하지만 LG에너지솔루션 여의도 사옥뿐 아니라 회사의 대내 문제 대신 미래 사업과 관계 있는 서울 삼성동 코엑스 '2024 인터배터리' 행사 현장에도 시위 트럭을 보내 업계 관계자들의 빈축을 샀다.

산업계에선 성과급 지급을 두고 사측과 노조·직원 간 분쟁이 이어지는 이유로 성과급 지급 산정 기준에 관한 이해도가 부족한 것을 꼽는다. 경영진은 회사 미래 성장을 위한 투자와 지속가능성 관점에서 성과급을 책정하는 반면 노조와 직원들은 단순히 전년도 매출·영업이익을 기준으로 성과급을 요구하는 경우가 잦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회사의 이익은 회사 성장을 위한 연구개발과 주주환원, 대외요건 불확실성에 대비하기 위한 사내유보금 등에 우선 활용해야 한다"며 "미국·일본 기업들이 장기간 흔들림 없이 사업을 지속할 수 있는 비결"이라고 설명했다.

재계에선 노조·직원들의 정당한 성과급 요구를 막을 수는 없지만, 과도한 요구로 인해 기업의 미래 성장 동력마저 흔들릴 것을 우려한다.

대표적인 사례로 글로벌 빅테크의 일원으로 도약할지, 아니면 현지 기업에 머물지 기로에 서있는 삼성전자를 꼽을 수 있다. 삼성전자는 올 상반기부터 반도체 불황으로 인한 타격을 극복하고 다시 도약할 준비를 하고 있다. 시장점유율을 지키기 위해 원가 수준 판매를 하던 플래시 메모리의 가격을 인상하며 DS부문 흑자전환을 하고, HBM(고대역메모리)·GDDR(그래픽메모리)·LPDDR(저전력메모리) 등 차세대 고부가가치 D램을 잇달아 출시하며 D램 시장 1위 입지를 공고히 할 계획이다.

미국 반도체법에 따른 대규모 보조금도 60억 달러(약 7조9600억원)로 예측돼 대만 TSMC보다 더 받을 것으로 기대된다. 미국에 초미세 반도체 생산거점을 만들기 위한 대규모 투자를 단행한 것으로 미국 정부의 호응을 끌어냈다. 이러한 미래 성장 계획을 현실화하기 위해 경계현 대표를 포함한 삼성전자 DS부문 핵심 임원들은 매달 3~4차례 미국·일본 등 해외 출장에 나서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러한 상황에서 노조가 과도한 성과급·위로급 요구를 하고 이를 빌미로 파업을 포함한 대규모 쟁의행위를 하면 삼성전자 미래 전략도 흔들릴 수밖에 없다는 게 재계 관계자들의 공통된 예측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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