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세계를 오가는 여행객이 대폭 증가한 데다 아열대화가 진행되면서 해외에서 유입되는 매개 감염병들이 국내에 토착화할 위험이 커지고 있다. 이에 질병관리청은 뎅기열·치쿤구니야·지카 등의 감염병들에 대한 지속 모니터링으로 미래 질병에 대비하고 있다.
질병청은 지난 15일 제주시 한경면 환상숲곶자왈공원에서 ‘기후변화에 따른 미래질병 대비 간담회’를 열고, 전 세계적인 기후 변화에 따라 새롭게 발생하는 질병에 대한 추적이 중요하다고 밝혔다.
이날 오진희 건강위해대응관 국장은 “질병 추적을 통해 빨리 (감염병 유입을) 인지하면 그만큼 대응책도 빨리 만들 수 있다”면서 “특히 기온이 높은 제주가 영향을 받을 수 있는 첫 번째 장소일 수밖에 없기 때문에 준비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최근 해외여행 증가에 따라 뎅기열 환자 발생이 지속 상승하는 추세다. 질병청 자료에 따르면 우리나라에서 뎅기열을 매개로 한 감염병 발생은 2020년 41건에서 지난해 205건으로 급증했다. 올해는 더 많은 환자가 나올 것이라는 게 질병청의 예상이다.
이희일 매개체분석과 과장은 “뎅기열의 경우 국내 자체 발생 환자가 아직은 없지만, 코로나 사태가 해소되면서 지난해 200여명의 환자가 발생했고 올해는 더 많을 것으로 보여 모니터링하고 있다”면서 “뎅기열 환자 발생 가능성이 높은 데다 토착화될 수도 있다”고 전망했다.
지금까지는 외국에 나갔다가 감염된 사례만 나오고 있으나, 국내에서 감염이 발생하는 토착화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것이다. 특히 아열대화가 빠르게 진행되면서 매개 모기의 서식 조건이 좋아지면서 확률이 점점 높아지고 있다는 설명이다.
이 과장은 2014년 일본 동경에서 뎅기열 환자들이 발생한 것을 사례로 들기도 했다. 그는 “보통 뎅기열은 겨울철 1월 평균 기온이 10도 이상인 나라에서 주로 발생한다”면서 “우리나라도 제주도가 온난하기 때문에 앞으로 뎅기열 발생 가능성이 있다”고 판단했다.
질병청은 16개 권역에 기후변화매개체 감시 거점센터를 두고 있다. 각 감시센터에서는 뎅기열, 일본뇌염, 지카바이러스, 쯔쯔가무시증 등의 매개체를 감시하고 있다. 이 과장은 “제주도의 경우에는 7미터 높이의 고상기상대를 설치해 모기 채집을 하고, 이를 통해 새로운 감염매개체가 있는지 등을 확인하고 있다”면서 “인천공항 주변에서 채집된 모기에서 뎅기 바이러스 유전자를 확인한 적도 있다”고 밝혔다.
마지막으로 오진희 건강위해대응관 국장은 “기후 변화로 인한 건강 위협은 이미 전 세계에서 일어나고 있다”면서 “인도의 경우엔 지난해 6월 폭염으로 100명 이상이 사망하는 등 기후 변화로 인한 문제 발생 주기가 짧아지는 것이 뚜렷하다”고 경고했다. 그러면서 “감염병뿐만 아니라 면역 체계나 백신 수급 체계를 무력화 시킬 수 있어 사전 대비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질병청은 기후변화에 따른 감염병 대응 중장기계획을 수립해 조만간 발표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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