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 H지수 주가연계증권(ELS)과 관련한 은행권 자율배상 절차가 속도를 내는 가운데 시중은행이 ELS 손실을 1분기 실적에 반영하는 쪽으로 가닥을 잡았다. 은행별로 최대 10% 이상 손익이 감소할 것으로 예상되는데, 상황에 따라 순이익 감소폭이 더 커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1일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KB·신한·하나·우리금융지주 등 4대 금융지주의 올해 1분기 당기순이익 컨센서스는 총 4조5818억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지난해 1분기(4조9015억원)보다 6.5% 감소한 수치다.
금융지주별로는 리딩금융그룹인 KB금융의 순이익이 전년 동기 대비 10.8% 감소한 1조3380억원으로 예상된다. 이어 신한금융 1조3153억원(-7.0%), 하나금융 9463억원(-14.7%), 우리금융 8720억원(-7.9%) 순이다.
지난주 일제히 임시 이사회를 소집한 시중은행들은 배상 관련 손실에 대해 큰 틀에서 충당금 형식으로 처리하고 시기는 1분기 혹은 1~2분기에 걸쳐 반영하는 쪽으로 가닥을 잡았다. 업계에서는 ELS 배상액과 관련해 KB국민은행이 9000억원, 신한은행 3500억원, 하나은행 3000억원가량을 영업외비용으로 처리할 것으로 보고 있다.
정확한 실제 배상 규모는 현 시점에서 확정할 수 없기 때문에 당장 직접 손실 인식은 불가능하다. 이 때문에 일단 충당금 형태로 비용을 쌓아둔 뒤 실제 배상액이 이를 초과하면 다시 이사회 결의를 거쳐 충당금이나 손실을 추가하는 방식으로 회계 처리할 것으로 보인다.
설용진 SK증권 연구원은 "세부적인 비용 반영 규모 등 구체적인 내용은 밝혀지지 않았으나 1분기 중 대부분의 비용을 충당부채 등 적립을 통해 반영할 것으로 예상된다"며 "손익에는 영업외비용이나 기타 영업비용(비이자이익) 등으로 영향이 나타날 것"이라고 말했다.
업계에서는 금융지주의 순이익 감소폭이 전망치보다 더 클 수 있다고 보고 있다. 금융권에서 평균 배상비율을 40%로 예상하고 금액을 책정했는데 100% 배상을 주장하는 투자자들이 속속 등장한 탓이다. 투자자 의견이 일부나마 받아들여지게 되면 금융사 측에서 예상한 금액보다 배상금액이 높아지고 전체 손실처리 비용도 늘어나게 된다.
여기에 고금리 장기화로 부실채권이 늘고 있어 은행에서는 ELS 이슈 외에도 추가로 충당금을 적립해야 하는 상황에 놓였다. 경기 악화, 부동산 프로젝트 파이낸싱(PF) 부실 등의 영향으로 은행이 보유한 일부 기업의 채권에서 부실 발생 우려가 높아진 만큼 금융당국은 은행권에 충당금 적립 확대를 유도할 계획이다. 김도하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높아진 대출금리에 따른 이자상환 부담이 확대되면서 연체율이 상승하고 있다"며 "대출금리는 지난해 10~11월을 고점으로 하락하고 있지만 연체율 상승의 추세 자체는 당분간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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