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SIA Biz] TCL, 美 진출 10년...프리미엄 브랜드로 '탈바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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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지원 기자
입력 2024-04-04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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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115인치 세계 최대 크기 스펙에도

  • 가격은 삼성TV의 '10분의 1' 수준

  • 세계시장 점유율 2위...북미 전략 성공

  • 강화된 AS 앞세워 국내 시잔 도전장

TCL
마렉 마시에제스키 TCL 유럽 제품개발디렉터가 지난해 9월 독일 베를린에서 열린 유럽 최대 가전 전시회 IFA에서 TCL의 115인치 TV 퀀텀닷(QD) 미니(Mini) LED를 소개하고 있다. [사진=TCL]



"세계 소비자들이 초대형 스크린과 초고화질,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은 이 TV에 감탄했다."

중국 경제 매체 21세기경제망은 최근 한 캐나다 인플루언서가 유튜브에 올린 TCL TV 구매 후기 영상과 이에 대한 시청자 반응을 소개했다. 해당 제품은 세계 최대 크기를 자랑하는 115인치 TV, TCL의 퀀텀닷(QD) 미니(Mini) LED다. 매체는 더욱 놀라운 것은 가격이라며 크기가 비슷한 삼성 마이크로 발광다이오드(LED) TV 가격은 TCL 가격(약 1490만원)의 약 10배라고 전했다.

작년 11월 한국 법인을 설립하고 국내 시장에 공식 진출한 TCL은 뛰어난 성능과 가격 경쟁력을 바탕으로 이미 북미를 비롯한 해외시장에서 성공을 거두며 삼성을 위협하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옴니아에 따르면 TCL은 지난해 세계 TV 시장에서 점유율 2위로 우뚝 올라섰다. 
 
작년 전 세계 출하량은 2526만대···삼성 이어 2위 '우뚝'
TCL의 작년 매출만 봐도 해외시장의 성과가 두드러진다. TCL이 지난달 말 홍콩증권거래소에 제출한 2023년 연간 실적 보고서에 따르면 당해 매출은 전년 대비 10.7% 증가한 789억9000만 홍콩달러(약 13조6510억원), 순이익은 66.4% 늘어난 7억4000만 홍콩달러를 기록했다. 이 중 TV 사업 매출은 486억3000만 홍콩달러로 전년 대비 7.6% 증가했으며 약 70%가 해외 판매에서 나왔다. 작년 TCL TV의 전 세계 출하량은 2526만대에 달해 1위 삼성(3746만대)을 바짝 뒤쫓고 있다.

특히 비교적 고가인 프리미엄 제품 인기가 가장 뜨거운 것으로 나타났다. 이 기간 65인치 이상 대형 TV와 미니 LED TV 출하량은 각각 35%, 180% 급증했다. 리둥성 TCL 창업자에 따르면 미국 시장에서 가장 잘 팔리는 제품 역시 98인치 TV로, TCL 미국 시장 점유율에서 60%를 차지한다. 소비자들이 더 이상 TCL 제품을 '싼 맛'에 쓰지 않는 것이다. 21세기경제망은 이에 대해 "외국 소비자들이 중국 가전 품질을 인정한다는 뜻"이라고 짚었다.

TCL의 고급화 전략이 통한 것이다. TCL은 스마트폰·태블릿PC 등 휴대용 기기 보급과 내수 둔화로 중국 TV 시장 규모가 10년 만에 최저 수준으로 쪼그라들자 프리미엄 제품을 앞세워 해외시장 공략에 힘써왔다. 자사 TV 제품을 '스마트 스크린'으로 칭하고, 기술 투자를 늘리면서 지난 6년간 연구개발(R&D)에 600억 위안 이상을 투입한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 내에서 약 10만7000개 특허를 취득하기도 했다. 특히 올해로 진출 10주년이 된 북미 시장에서 대형 스크린 TV에 대한 수요가 많자 TCL은 계속해서 TV 사이즈를 늘려왔고, 작년 말에 세계 최대 크기인 115인치 TV를 내놓게 된 것이다. 실제 북미 지역 TCL TV 판매량을 보면 작년 1~3분기 65인치 이상 TCL TV 출하량은 전년 동기 대비 46%, 75인치 이상은 145% 급증했다.
 
미국 시장 성공기···'싼 맛'에 쓰는 제품에서 호감 브랜드로
TCL은 2003년 미국 가전업체 RCA를 인수합병(M&A)하면서 이듬해 북미 시장에 진출했다. 그러나 RCA 브랜드 인지도를 활용한다는 계획은 초기에만 통했고 2009년부터 삼성과 LG가 앞선 디스플레이 패널 기술을 기반으로 시장 점유율을 흡수하기 시작하면서 TCL은 위기에 직면했다. 이후 TCL은 전략 전환을 위해 북미 시장에서도 RCA가 아닌 TCL을 브랜드명으로 채택했고, 북미 지사도 인디애나에서 서부 경제 수도 캘리포니아로 이전한다.

TCL이 삼성과 LG, 소니 등을 뛰어넘기 위해 선택한 방법은 가성비 제품을 통한 젊은 층 공략과 차별화된 서비스였다. 그리고 패널 기술 개발에 열중했다. 패널 비용이 TV 원가에서 60~80%를 차지하고 나머지가 조립·제조 비용이기 때문이다. TCL이 미국 시장에서 자리 잡게 된 건 2014년이었다. 당시 블랙프라이데이 기간에 월마트를 통해 TV를 판매하면서 미국 주류 TV 시장에 본격 진출하게 된다. 이를 계기로 월마트, 코스트코, 베스트바이 등 주요 판매 채널에 입점하게 됐고, 저가 시장에서 입지를 공고히 했다. 

그리고 TCL은 지난 몇 년 동안 노력한 끝에 북미 시장에서 프리미엄 제품을 통해 다시 한번 전환점을 맞게 됐다. 프리미엄 제품으로서 제품력을 인정받기 위해서는 기술 혁신만큼이나 가성비 제품이라는 인식을 바꾸는 게 중요했다. TCL은 북미 시장에서 삼성에 견줄 만한 브랜드로 성장하기 위해 마케팅에 크게 공들였다. 미국 로스앤젤레스에 있는 한 TCL 매장 매니저는 "미국 소비자들은 삼성과 LG, 소니에 대한 브랜드 충성도가 너무 높다"면서 "프리미엄 제품이라는 이미지를 심기 위해서는 마케팅에 힘을 쓸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초기에는 월마트나 타겟과 같은 저가·할인 위주인 대형마켓에 입점했다면 이미지 고급화를 위해 TCL은 미국 최대 전자·가전제품 양판점 베스트바이 입점을 늘려갔다. 베스트바이 주 고객층이 '전자 제품 수요가 있는 중산층'이라는 점에 주목한 것이다. 현재 TCL은 미국 베스트바이 매장 1050곳 중 907곳에 입점해 있으며 606곳에는 TCL 광고판이 마련되어 있기도 하다. 장원하이 TCL 북미마케팅본부 사장은 "우리 목표는 북미 전자제품 시장에서 호감가는 브랜드가 되는 것"이라면서 "기술 혁신뿐만 아니라 현지 인력 활용, 판매 업체와 전략적 협력 등을 통한 현지화에 중점을 두고 있다"고 설명했다. 

스포츠 경기 파트너로 활동하는 것도 이미지 고급화에 한몫했다. TCL은 미국 중산층 백인들을 공략하기 위해 그들이 가장 즐겨 보고 좋아하는 미국프로미식축구(NFL) 스포츠 경기를 협찬하고 있다. 이 같은 스포츠 경기야말로 대형 스크린에 적합한 콘텐츠라는 것이 TCL의 설명이다. 북미 외에도 TCL은 현지 스포츠 선호도에 따라 후원 대상을 결정하고 있다. 남미에서는 브라질 축구 국가대표팀의 글로벌 파트너사이며 호주에서는 가장 시청률이 높은 호주풋볼리그(AFL)를, 유럽에서는 영국 프리미어리그 축구팀 아스널과 스페인·이탈리아 축구 국가대표팀을 후원하고 있다.   

하지만 TCL이 미국 시장에서 거둔 성공기를 바탕으로 한국 시장에서 성공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미국 소비자보다 더 까다롭기로 소문난 게 한국 소비자이기 때문이다. 다만 TCL은 기술력에 더해 강화된 AS로 한국 시장 공략 속도를 높이고 있다. '중국 제품은 고장이 잘 난다'는 한국 소비자들 편견을 깨기 위해 네이버나 쿠팡 같은 국내 이커머스 업체를 통해 TCL이 직접 배송하고 설치하고 사후 관리까지 일괄 제공하고 있으며 ‘패널 3년 무상 보증’도 내걸었다. 최근에는 젊은 층 선호도가 높은 인테리어 플랫폼 오늘의집에도 입점해 브랜드 인지도 강화에 나서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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