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나 역대급 대미(對美) 수출 호조 속에서도 마냥 웃을 수만은 없는 상황이다. 올 하반기 미 대선 결과에 따라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백악관에 재입성한다면 강력한 무역 제재 카드를 꺼낼 수 있기 때문이다. 또 첨단분야의 국내 투자 둔화나 인재유출에 대한 우려도 나온다.
한국은행은 최근 양호한 대미 수출실적에 안심하기보다 통상정책적‧산업구조적 리스크에 집중하면서 선제적으로 대비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특히 에너지‧농축산물 분야에서 미국으로 수입 다변화를 검토해야 한다고 평가했다.
대미 수출 호조는 스마트폰·전기차 수출 덕
18일 한은이 발표한 'BOK 이슈노트-우리나라의 對미국 수출구조 변화 평가 및 향후 전망' 보고서에 따르면 1분기 대미 수출액은 310억 달러로 대중 수출액(309억 달러)을 넘어섰다.대미 수출 비중은 2011년 최저 수준(10%)을 기록한 이후 꾸준히 증가했고 1분기 최대 수출국 자리도 미국이 차지했다. 대미 무역수지 흑자 역시 지난해 역대 최고 수준인 444억 달러를 기록하면서 대중(對中) 무역적자(180억 달러)를 완충하는 역할을 했다. 대중 수출비중은 2020~2021년 25%에서 지난해 20%로 급감했다.
대미 수출 호조의 근간은 IT·전기차 등 소비재 중심 수출이다. 2000년대 초만 해도 컴퓨터·가전제품‧의류 등 가격경쟁력을 바탕으로 한 제품들이 주도했다. 그러나 2010년 이후부터 한국 기업들의 기술 경쟁력이 높아지면서 스마트폰 등 IT 관련 소비재 수출 비중이 빠르게 증가했다. 특히 최근에는 미국의 친환경 정책 추진에 따라 전기차 수출이 눈에 띄게 늘었다.
한은은 "과거 대미 FDI에는 서비스업이 90%였다"면서 "제조업 FDI 증가 시 투자대상국에 대한 수출이 늘어나는 경향이 있는데 실제로 미국 내 생산에 따른 對한국 수입유발률이 2020년부터 빠르게 높아지고 있다"고 밝혔다.
대미수출, 단기 전망은 좋지만…중장기 대책 마련 절실
한은은 당분간은 대미 수출은 양호한 흐름을 이어갈 것으로 내다봤다. 단기적인 시계에선 대미 제조업 해외직접투자(FDI) 확대는 중국 중심 수출구조를 다변화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란 게 한은의 평가다.그러나 중장기적 관점에서는 대미 수출 형편이 녹록지만은 않다. 대미 무역수지 흑자가 향후 한국 경제의 발목을 잡을 수 있기 때문이다. 한은은 "과거 미국은 대한국 무역수지 적자 폭이 커지거나 자국산업보호에 대한 여론이 고조될 때 각종 무역제재를 강화한 사례가 있다"면서 "2017~2018년 트럼프 행정부에서도 FTA 재협상 추진, 세이프가드 등을 시행했다"고 말했다.
아울러 우리 기업들의 대미 투자로 인한 수출 증대 효과가 점차 약화될 가능성이 있으며 첨단분야에 대한 국내 투자 둔화 및 인재유출도 우려된다는 게 한은의 분석이다. 미국의 제조업 생산구조는 고부가가치 서비스를 중심으로 자국산업 투입비중이 높은 반면 수입유발률은 낮은 특성이 있기 때문이다. 미국의 높은 생산비용으로 국내 중소기업들의 동반 진출이 어려운 점도 대미 FDI 확대에 따른 수출증가의 지속성을 낮추는 요인이다.
남석모 조사국 국제무역팀 과장은 "수입유발률이 높은 베트남 등은 중간재 수출이 지속적으로 일어날 수 있어서 향후 좋은 흐름이 지속될 수 있을 것이라 해석되는데 미국은 수입유발률 레벨 자체가 타국 대비 낮아서 지속적인 측면에서 리스크 요인으로 작용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과거 우리나라가 중국으로 FDI를 늘렸을 때 중소기업과 함께 진출해 우리만의 생산 생태계를 조성했다면 대미 FDI는 대기업 위주인 만큼 과거와는 다른 패턴이라 리스크 요인으로 본다"고 덧붙였다.
한은은 우리 정부와 기업은 최근의 양호한 대미 수출실적에 안심하기보다 통상정책적‧산업구조적 리스크에 집중하면서 이에 대비해 나갈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특히 에너지‧농축산물 등에서 미국으로부터의 수입 다변화를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통상압력 완화뿐 아니라 공급선 다변화를 통한 에너지·먹거리 안보 확보와 중기적 시계에서 국내 물가 안정에도 도움이 될 것이란 게 한은의 설명이다.
남 과장은 "근본적인 대응책은 끊임없는 기술혁신을 통해 수출경쟁력을 제고하는 것이 중요하다"면서 "특히 글로벌 경쟁이 격화되고 있는 첨단분야에서의 핵심인재를 확보해야 하는데 이를 위해 해외유출 유인을 낮추기 위한 기업과 정부의 보다 적극적인 노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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