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과 하마스 무력 충돌로 수출 물량이 급감한 국내 섬유업계가 연이은 이란발(發) 중동사태로 직격탄을 맞고 있다.
섬유수출 비중의 3분의 1을 차지하는 중동권 바이어 주문 감소세 심화는 물론 공급망 차질 등 직간접적인 변수로 우려가 커지고 있다.
23일 아주경제에 따르면 섬유업계는 이미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전쟁과 지난해 2월 발생한 튀르키예와 시리아 지진, 9월 모로코 지진, 10월 이스라엘과 하마스 전쟁 등 연이은 악재로 현재까지 중동과 인근 유럽 시장 판매대금 회수에 애를 먹고 있는 실정이다.
대구의 한 섬유업체 관계자는 “진행하던 중동 쪽 주문이 취소되면서 큰 어려움을 겪고 있다”며 “미주를 제외하고 중동, 터키, 아프리카, 유럽 등은 수에즈 운하 쪽을 이용해 수출하고 있어 공급망 차질까지 걱정하고 있는 상황이다”라고 토로했다.
중동은 섬유산업 주요 수출 지역이다. 한국무역협회 등에 따르면 국내 섬유산업 중심인 대구 지역 중동 5개 국가(UAE, 사우디, 이스라엘, 이집트, 모로코) 수출비중은 2019년 60.7%에서 2022년 75.7%에 달한다. 업종 기준으로 보면 2022년 섬유직물 수출비중은 31.5%로 자동차부품 23.7%보다 높다.
때문에 섬유업계는 확대되는 중동시장 공략을 위해 정부와 지방자치단체 정책금융(대출)을 적극 활용했다. 그러나 연이은 중동 악재로 올해 들어 대출 상환일정을 지키지 못하는 기업들이 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설상가상으로 국제 유가 역시 섬유업계 목을 죄고 있다. 지난 19일 미국 뉴욕상업거래소에서 근월물인 5월 인도 서부텍사스원유(WTI)는 0.50%(0.41달러) 상승한 배럴당 83.14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21일에는 글로벌 벤치마크인 브렌트유 6월 인도분 브렌트유 가격이 0.21% 상승한 배럴당 87.29달러에 마감했다. 미국의 휘발유 가격은 이미 올 들어 17% 뛰었다. 미국이 지난 17일 되살린 베네수엘라 석유 수출 제재도 유가를 자극할 수 있다는 분석이 잇따른다.
이 같은 상황에서 중소벤처기업부는 이스라엘과 하마스 간 무력 충돌 이후 지방중소벤처기업청 수출지원센터를 통해 중동피해 사례를 접수 중이다. 중동에 수출 중인 1만2000여 개 중소벤처기업을 중점 관리 대상으로 삼아 종합 피해 현황을 점검하고 대응책 마련도 고심하고 있다.
또 물류비용과 유가 상승 등 중동 사태 글로벌 경제 파급효과로 인한 중소벤처기업 경영환경 변화에 선제 대응할 수 있도록 태스크포스(TF)를 통해 상황을 지속 점검하고 필요 시 긴급 경영안정 자금 등 정책적 수단을 적기에 강구한다는 계획이다.
그럼에도 섬유업계는 정부의 신속한 지원이 절실하다는 입장이다. 그간 첨단화와 신기술화를 바탕으로 중동 수출길을 앞장서 개척해왔으나, 외부 변수로 한계에 부닥쳤다는 것이다.
이석기 대구경북섬유직물공업협동조합 이사장은 “중동정세가 안정될 때까지 기존 대출금 원금상환 유예가 필요하다”고 호소했다.
그러면서 “중기부가 섬유산업이 집중된 대구경북 지역을 중소기업특별지원지역이나 산업위기 선제대응지역으로 선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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