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이 지난해 8월에 이어 8개월 만에 다시 인도를 찾았다. 중국, 미국에 이어 3위로 부상한 인도 자동차 시장에 대한 성장 전략을 점검하고, 현지 직원들과의 소통을 강화하기 위해서다. 인도는 세계 최대 인구 규모를 바탕으로 지난해 글로벌 5위 경제 대국으로 부상한 데 이어 내년에는 일본을 제치고 4위로 올라설 것으로 예상된다.
25일 현대차그룹에 따르면 정의선 회장은 지난 23일(현지시간) 인도 하리아나(Haryana)주 구르가온시에 위치한 인도권역본부 델리 신사옥을 방문해 현대차·기아의 업무보고를 받고 양사 인도권역 임직원들과 중장기 전략을 심도 깊게 논의했다.
정 회장은 중장기 전략의 실행 주체인 인도 현지 직원들과 타운홀미팅도 직접 제안했다. 정 회장이 해외에서 현지 직원들과 타운홀미팅을 갖고 소통 강화에 나선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타운홀미팅에는 장재훈 현대차 사장, 김언수 인도아중동대권역 부사장 등 경영진들과 400여 명의 현대차 인도권역본부 임직원들이 참석한 가운데 인도권역본부 델리 신사옥에서 개최됐다.
정 회장이 1년이 채 안 돼 인도를 재방문한 것은 현대차가 인도 100만대 양산체제 구축, 전동화 본격 추진 등 새로운 도전을 앞두고 있어서다. 인도 자동차 시장 규모는 410만대 정도로 오는 2030년에는 500만대를 넘길 것으로 예상된다. 현대차그룹은 매년 폭발적으로 성장하고 있는 인도 자동차 시장에 선제적으로 대응해 인도를 대표하는 모빌리티 기업으로 도약한다는 방침이다.
우선 생산능력 확충을 위해 인도 마하라슈트라주에 위치한 푸네공장 생산 능력을 20만대 이상 규모로 확충한다. 내년 하반기 푸네공장이 완공되면 현대차는 첸나이공장(82만4000대)과 푸네공장을 주축으로 100만대 생산체제가 완성된다. 기아도 올해 상반기에는 생산능력이 43만1000대로 확대된다. 현대차와 기아를 합하면 현대차그룹은 인도에서 약 150만대를 생산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추게 된다.
인도 전기차 시장 선점을 위한 전동화도 본격화한다. 현대차는 올 하반기 첸나이공장에서 SUV로 첫 전기차 양산을 시작한다. 오는 2030년까지 5개의 전기차 모델을 투입하고, 현대차 판매 네트워크 거점을 활용해 전기차 충전소를 485개까지 확대할 예정이다.
기아도 2025년부터 현지에 최적화된 소형 전기차를 생산하고, 다양한 전기차 모델을 순차적으로 공급한다. 전기차 충전 인프라 구축도 병행한다.
최근에는 양사가 인도 배터리 전문기업인 엑사이드 에너지와 전략적 업무협약을 체결하고, 인도 전용 전기차 모델에 현지 생산 배터리 탑재를 추진하고 있다. 전기차 원가의 상당 부분을 차지하는 배터리를 현지화해 가성비가 중요한 인도 시장에서 가격 경쟁력을 확보하는 등 현지 전동화 시장을 선점하겠다는 복안이다.
정의선 회장은 현지 직원들과 타운홀미팅에서 "우리가 일하는 이유는 바로 고객이며, 고객에게 최선을 다하는 것이 궁극적으로 모든 사람의 삶을 향상시키는 것"이라며 "인도의 다양성은 우리의 큰 힘이 될 수 있으며, 다양성을 조화롭게 융합시켜 창의성을 발휘해주기 바란다"고 당부했다.
또 "인도권역에서 매우 과감하고 대담하게 추진 중인 여러가지 사업들이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는 것은 여기 계신 여러분들이 창의적이고 혁신적인 방식으로 열심히 노력해 준 덕분"이라고 했다.
정 회장은 현대차그룹에서 인도권역이 갖는 전략적 중요성에 대해서도 밝혔다.
그는 "인도권역은 현대차그룹의 성장에 가장 큰 기여를 한 권역 중 하나로 코로나 팬데믹 기간에도 세계 경제 침체와 공급망 대란 등 수많은 위기 상황을 극복하고 꾸준히 좋은 성과를 창출했다"며 "아시아, 중동, 아프리카 등 사업을 확장하는 과정에서 인도를 글로벌 수출 허브로 육성하고, 앞으로 더 큰 역할을 해낼 수 있도록 적극적인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고 강조했다.
마지막으로 정 회장은 "인도 시장에 특화된 전기차 개발과 전기차 인프라 확충을 통해 전동화에 적극적인 역할을 수행하겠다"면서 "전기차 보급이 본격화되는 2030년까지 인도의 클린 모빌리티를 선도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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