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전 시위가 미국을 넘어 유럽으로 확산하는 가운데 미국을 포함한 서방이 이스라엘에 휴전을 강력하게 요구하고 있다.
30일(현지시간) CNN에 따르면 캠퍼스 내 마당 등에 텐트를 치고 반전 시위를 이어가던 컬럼비아대 학생 가운데 수십명이 학교 건물인 해밀턴홀을 점거했다.
컬럼비아대는 29일 오후 2시를 기점으로 시위 중단을 거부한 학생들을 대상으로 정학 조치를 내리기 시작했다. 컬럼비아대는 이스라엘 관련 기업에 대한 투자를 철회하라는 학생들의 요구를 거부하는 대신 가자지구 내 교육 등에 대한 지원을 제시하면서 학생들을 회유했다.
그러나 학생들은 이스라엘 관련 사업 및 기업에 대한 투자 철회 및 대학 재정 투자금 투명화, 시위 참여 학생 및 교직원 사면 등을 학교가 수용하기 전까지는 시위를 중단할 수 없다고 주장하며 농성을 이어가고 있다.
해밀턴홀은 1968년 컬럼비아대 학생들이 베트남전에 반대하면서 점거했던 곳으로, 컬럼비아대 학생 시위의 상징적인 장소라고 외신들은 전했다.
코넬대학교 역시 시위 학생들에게 정학 처분을 내리는 등 미국 전역에서 긴장이 고조되고 있다. 미국 정치전문매체 폴리티코는 반전 시위로 체포된 학생 수가 1000명에 육박한다고 전했고, CNN은 최소 16개 주에서 20개가 넘는 캠퍼스에서 학생들이 체포됐다고 보도했다.
유럽, 캐나다 등으로도 시위가 번지고 있다. 프랑스 명문 정치대학인 시앙스포에 이어 소르본대학에서도 가자지구 휴전을 촉구하는 학생 시위가 벌어졌고, 캐나다에서는 오타와대, 맥길대, 브리티시컬럼비아대에서 시위가 일었다.
학생들의 반전 시위가 거세지는 가운데 미국을 비롯한 서방에서는 휴전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유럽연합(EU) 집행위원장은 네덜란드 마스트리히트에서 진행된 한 토론회에서 “이스라엘이 (가자지구) 라파를 공격하는 것은 완전히 용납할 수 없는 일”이라고 밝혔다. 그는 이스라엘이 라파를 침공할 경우 “(집행위는) 회원국들과 함께 그에 대한 조치를 취할 것”이라며 라파를 방문했을 때 민간인, 특히 어린이들이 죽어간다는 사실을 받아들이기가 힘들었다고 말했다.
전날 사우디에 도착한 토니 블링컨 미국 국무장관은 사우디를 포함한 아랍국과 이스라엘 간 관계 정상화 카드를 통해 휴전을 끌어내는 데 집중하고 있다. 미국은 관계 정상화에 대한 대가로 사우디와 상호방위조약을 맺고 안보 보장 등을 제공할 예정이다.
일부 외신에서는 휴전에 대한 기대감을 드러내기도 했다. 뉴욕타임스(NYT)는 이스라엘 당국자들을 인용해 이스라엘측이 석방될 인질 수를 기존 40명에서 33명으로 줄였다고 전했다. 데이비드 캐머런 영국 외무부 장관은 하마스가 인질을 풀어주는 대신에 이스라엘에 투옥된 팔레스타인 수천명이 석방되는 식으로 협상 논의가 이뤄지고 있다고 말했다. 앞서 지난해 11월 일주일간의 휴전이 이뤄졌을 때 인질 105명 및 이스라엘 수감 팔레스타인 240명이 맞교환됐었다.
다만, NYT는 영구 휴전을 요구하는 하마스와 가자지구에서 하마스를 근절하려는 이스라엘의 의지가 휴전 협상의 걸림돌로 작용할 수 있다고 짚었다.
한편, 국제형사재판소(ICC) 검사들이 가자지구 내에서 발생한 범죄와 관련해 알시파 등 가자지구 내 대학병원 의료진들을 인터뷰했다고 로이터통신이 전했다. ICC는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 요아브 갈란트 국방장관, 헤르지 할레비 참모총장 등 이스라엘 정부 고위 관료를 비롯해 하마스 지도부에 체포영장을 발부하는 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전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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