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이 이란에 재보복하는 것으로 가닥을 잡으면서 전 세계가 대응 시기와 수위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대규모 사이버 공격이나 정유시설, 군사기지 등을 겨냥해 민간인 피해는 최소화하되 이란에 상당한 타격을 입히는 방안이 유력하게 검토되는 것으로 전해진다. 서방은 대이란 제재 등 외교적 해법에 몰두하고 있으나 보복의 악순환으로 무게추가 옮겨지는 양상이다.
이스라엘 재반격 임박···핵·군사·정유시설 공격 등 유력
미국 NBC 방송은 익명의 이스라엘 정부 관계자를 인용해 이스라엘의 재보복이 임박했다고 15일(현지시간) 보도했다.이는 이스라엘 전시내각이 회동한 후 나온 발언으로, 각료들은 대이란 대응에 한목소리를 낸 것으로 전해진다. 이 관계자는 “이스라엘의 대응 수위와 시기는 미국과 조율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 13일 이란이 공격에 나선 후 이스라엘 전시내각은 잇단 회동을 통해 역내 전쟁은 촉발하지 않되 이란에는 고통스러운 방식으로 보복을 가하기로 잠정 결론을 내렸다고 현지 매체들은 전했다. 요아브 갈란트 국방장관 등 강경파와 베니 간츠 국가통합당 대표 등 온건파가 긴장 확대와 억제 사이에서 치열한 줄타기를 한 것으로 전해진다.
그러나 '자제하라'는 국제사회의 압박 속에 이스라엘이 동맹을 깨면서까지 5차 중동전쟁을 외치기는 쉽지 않다는 게 전문가들의 대체적인 의견이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이스라엘이 대규모 사이버 공격 혹은 군사·정유시설 타격 등 이란 영토를 직접 겨냥하는 것 외에도 후티 반군 등 이란의 대리 세력에 공습을 퍼붓는 식으로 간접 대응에 나설 수 있다고 예상했다. 레바논이나 시리아, 이라크에는 이란의 드론 생산시설과 군사시설 등이 밀집해 있다.
핵시설 공격은 배제될 것이란 게 중론이다. 이란 핵시설은 지하 깊은 곳에 있고 미국 승인 없이는 타격이 쉽지 않다. 다만, 이스라엘 보수 강경파가 이번 기회에 이란 핵시설을 쓸어버리자고 주장하는 점은 전쟁의 불씨를 지필 수 있다. 2015년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 시절 미국이 이란 핵 합의를 일방적으로 파기한 후 이란은 핵 개발에 공을 들인 것으로 추정된다.
미국 관료들은 만일 보복을 가한다면 이스라엘 특수군이나 정보기관이 이란 내부 시설을 은밀하게 공격하는 안을 선호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전면전으로 이어질 수 있는 공개적인 대규모 공습과 달리 비밀 군사작전은 사실상 기존의 그림자 전쟁으로 회귀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지난 수십 년간 이란에서는 핵 과학자가 잇달아 암살되거나 주요 군사시설에서 폭발이 일어나곤 했는데 이는 이스라엘 측 소행으로 추정된다.
이스라엘 싱크탱크 국가안보연구소 이란 담당장인 시마 샤인은 이스라엘이 군사시설을 공습할 것으로 보면서도, 보복이 이른 시일 내에 일어날 것이란 관측에는 회의적인 목소리를 냈다. 또한 현재 미국 측 지원이 절실한 만큼 이란 민간인이 피해를 보지 않도록 주거지나 산업단지 등은 피할 것으로 전망했다.
서방 외교적 해법 촉구···이란 "역내 긴장 고조 추구 안 해"
미국은 연일 외교적 대응을 촉구하고 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이날 백악관에서 무함마드 알-수다니 이라크 총리와 만난 자리에서 “우리는 인질들을 집으로 데려오고, 이미 발생한 지점 이상으로 분쟁이 확산하는 것을 막기 위해 휴전에 전념하고 있다”며 역내 긴장 완화 필요성을 거듭 강조했다. 주요 7개국(G7)은 대이란 제재 패키지를 준비 중이며 테러나 하마스를 지원한 개인에 대한 제재에 무게를 두고 있다.서방의 잇단 제재로 경제난으로 신음 중인 이란은 초긴장 상태다. 호세인 아미르압돌라히안 이란 외무장관은 이날 “우리는 역내 긴장 고조를 추구하지 않는다는 점을 반복해 왔다”면서도 “이란 공격에 미국의 군사기지 등이 사용된다면 우리는 역내 미군기지를 겨냥하는 것 말고는 선택의 여지가 없다”고 말했다.
한편 중동 긴장 고조는 11월 대선을 앞둔 바이든 대통령에게는 부담이다. 이날 캘리포니아, 시카고, 샌안토니오, 뉴욕, 필라델피아 등 미국 전역에서는 친팔레스타인 시위대가 도시 전역의 도로를 막고 가자지구 전쟁 종식을 위해 이스라엘을 압박할 것을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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