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을 포함한 서방이 이스라엘에 자제를 촉구하며 전쟁의 불씨를 잡는 데 안간힘을 쓰고 있다. 그러나 보복의 악순환이 끊길지는 미지수다. 이스라엘은 물론이고 미국 내에서도 강경 보수를 중심으로 반격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잇따르며, 중동 전역이 격랑에 휩싸일 위기다.
14일(이하 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이스라엘이 이르면 15일 이란에 반격에 나설 것으로 미국 등 서방 당국이 보고 있다고 보도했다. 당국자들은 중동이 새 국면으로 접어든 점을 인정하면서도, 이스라엘-이란 충돌이 확전으로 번지지 않기를 희망하는 상황이라고 WSJ는 전했다.
자칫 잘못했다가는 범중동 전쟁이 일어날 수 있는 일촉즉발의 상황에서 서방은 전면전 막기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이스라엘 전시내각은 이날 즉각적인 반격의 카드를 꺼내지 않았는데, 이런 결정에는 미국 정부의 압박이 작용한 것으로 이스라엘 현지 매체들은 분석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와의 전화 통화에서 “신중하고 전략적으로 생각하라”며, 미국은 이란 공격에 가담하지 않을 것이란 점을 분명히 한 것으로 전해진다.
이라크가 이스라엘에 수십 발의 스커드 미사일을 퍼부었던 1991년, 미국은 이스라엘을 압박해 보복을 단념시킨 적이 있다. 지난 13일 밤부터 14일 새벽까지 이어진 이란의 공습 속에서 이란은 미국을 비롯해 영국, 프랑스, 요르단 등의 지원을 받아 100%에 가까운 방어에 성공했다. 이스라엘이 서방의 반대 목소리를 무시하고 이란과의 전면전을 고집스럽게 밀어붙이기는 쉽지 않은 셈이다. 리시 수낵 영국 총리 역시 이날 보복을 만류하며, “그 누구도 더 많은 유혈사태를 보길 원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이스라엘 강경 우파들의 입김은 변수다. 대표 극우인사로 통하는 이타마르 벤-그비르 국가안보장관은 "이제 우리는 (이란에 대한) 치명적 공격이 필요하다"며 네타냐후 총리를 압박했다.
서방 내부의 불협화음도 전쟁의 불씨에 기름을 부을 수 있다. 존 커비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국가안보소통보좌관은 이날 여러 차례 미국 방송에 출연해 미국은 이스라엘에 더 큰 분쟁을 피하길 원한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고 거듭 밝혔다. 커비 보좌관은 외교채널을 통해서 이란에도 동일한 메시지를 전달했다고 확인했다.
이와 달리 공화당 내 강경 보수파들은 미국이 이스라엘을 적극적으로 지원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하원 정보위원회의 마이크 터너 위원장(공화당, 오하이오주)은 커비 보좌관의 발언이 “틀렸다”고 직격하며 미국 정부가 중동 긴장에 대응할 것을 촉구했다. 마이크 존슨 하원의장(공화당)은 이스라엘 지원 예산안을 조만간 처리하겠다고 공언했다. 민주당이 이스라엘 지원안에 대만과 우크라이나에 대한 지원도 포함돼야 한다고 주장하면서 관련 예산안 논의는 중단된 상태다.
전화 외교 또한 활발하게 전개되고 있다.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은 사우디아라비아, 이집트, 요르단, 튀르키예 외무장관 등과 각각 통화를 갖고 확전 방지를 강조했다. 반면 이스라엘 카츠 이스라엘 외교부 장관은 이날 소셜미디어(SNS)를 통해 영국 및 프랑스 측에 “이란은 대가를 치러야 한다”며 제재를 촉구했다고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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