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양가가 수백억원에 달하는 초고급 '하이퍼엔드' 주거단지 개발사업이 부동산 시장 침체의 영향을 받고 있다. 맞춤형 입지와 상품성으로 ‘없어서 못 팔’ 정도였던 하이퍼엔드 주거단지는 경기 침체로 분양률이 기대에 못 미치는 데다 본 프로젝트파이낸싱(PF) 전환이 늦어지면서 일각에서는 사업 차질에 대한 우려도 나온다.
13일 업계에 따르면 중견 디벨로퍼 알비디케이(RBDK)는 하이퍼엔드 주거단지 '더피크 도산' 사업을 위해 2022년 6월 말 대주단과 총 2000억원 한도의 대출약정(브릿지론)을 맺었다. 대출 만기는 당초 지난해 말까지였으나 이후 2개월씩 두 차례 연장하고 최근에도 오는 10월까지로 만기를 6개월 연장하는 등 본 PF 전환이 수월치 않은 모습이다.
더피크 도산은 서울시 강남구 신사동 633-3번지 일원에 지하 5층~지상 20층, 총 26가구로 조성되며, 분양가는 150억~500억원 수준으로 책정됐다. 지난해 상반기부터 분양에 돌입한 이후 현재 분양계약률이 50%를 넘긴 것으로 알려진다.
디벨로퍼 업계 한 관계자는 “금융권이 최근 본 PF 전환을 위해 실제 계약률을 알 수 있는 잔고증명까지 요구하고 있다”며 “대주단과 시공사가 요구하는 계약률을 채우지 못하면 본PF 대주단 구성에 난항을 겪을 것으로 보인다”고 우려했다. 지난해 10월 RBDK와 더피크도산 개발사업 약정을 체결한 시공사 DL건설도 사업 참여를 놓고 내부적으로 고민 중인 것으로 전해진다.
RBDK 관계자는 '더피크 도산' 사업과 관련해 "현재 세대 수 기준 계약률은 50%이며, 공사비 확보를 위한 계약률 기준을 두고 세대 수 기준 계약률로 볼 지, 금액에 따른 계약률로 볼 지 시공사와 적극 협의 중인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최상위층을 겨냥한 강남권 하이퍼엔드 주택의 분양 성적이 좋지 않은 데는 공급 물량이 넘쳐나는 것도 한 요인으로 꼽힌다. NH투자증권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 3월 말 기준 강남권에서 9곳의 고급주택 신규 공급이 진행 중이다.
최고 분양가가 350억원 수준인 강남구 논현동 고급주상복합 '포도바이펜디까사(포도 프라이빗 레지던스 서울)'도 시행사가 오는 9월 착공을 목표로 하고 있으나, 본 PF 전환 가능성이 현재로서는 불투명한 상황이다. 포도바이펜디까사는 논현동 114번지 일원에 지하 7층∼지상 20층 규모 오피스텔 6호실과 아파트 29가구, 근린생활시설로 조성되는 사업이다.
시행사 골든트리개발은 지난해 8월 신협컨소시엄 외 13개 법인(대주단)과 총 1800억원 규모 브릿지론 리파이낸싱 약정을 체결했으며, 지난 2월 말까지이던 단기차입금 만기는 5월 말로 3개월 연장됐다.
업계 관계자는 "목표대로 9월에 착공하려면 5월 말에 만기 3개월 연장 후 본PF 전환돼야 하는데, 요즘 브릿지론 1~2회만 연장하고 착공되는 사례는 거의 찾아볼 수 없다"며 "시장 상황이 안 좋은 데다 강남권 고급주택 공급이 몰려 분양이 속도를 내기 어려울 것"이라고 내다봤다.
골든트리개발 측은 "단기차입금 추가 만기 연장을 위해 주주에 대한 자금조달 요청, 신규 투자자 물색 등을 계획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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